현대 문화의 껍질을 벗겨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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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렵게 말한다면, '문화'란 하나의 공동체에서 그 구성원들이 자신의 삶의 질(質)을 높이고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간의 질서와 관계성을 제대로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자연스럽게 창출해낸 것들을 일컫는다. 그래서 문화창조와 향유, 그리고 전승의 주체는 언제나 그 공동체의 구성원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는 그 공동체 구성원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정확히 말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기 보다는 '생겨 난'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문화는 그것을 '문화'라고 부르기에 매우 부적합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다시 말해서 현대의 문화는 문화창조자와 문화소비자가 철저하게 구별되면서 아래로부터 강요된 문화, 또는 위로부터 조작된 문화들이 현대인의 삶과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래로부터 강요된 대표적인 문화는 오늘날의 십대들의 문화이다. 이른 바 신세대들이라고 일컫는 십대들의 취향을 가진 문화들이 나라 전체의 문화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필자처럼 적어도 40대를 넘어선 사람들은 현대 문명의 소외자, 또는 현대문화의 이방인인 셈이다. 이 시대의 제 2의 신(神)으로까지 일컫는 TV를 비롯한 전자매체,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문화의 영역에서, 한 나라 구성원의 2/3이상을 차지하는 기성세대들은 그저 막연한 구경꾼이거나 반항아로 존재할 뿐이 아닌가.

그렇다면 위로부터 조작된 문화는 무엇일까? 바로 이 시대의 문화장사꾼들이 '만들어 내는'문화이다. 따지고 보면 아래로부터 강요된 문화 역시 그들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다. 그들은 능란한 문화 읽기를 통해 돈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내고, 어디에든 뛰어든다. 그들에게는 애당초 삶의 질(質)로서의 문화니, 관계성 유지나 발전을 위한 문화니 하는 따위의 문화적 개념은 안중에도 없다. '돈'이 된다면 그들은 언제든지 삶의 질을 낮추고, 관계성을 파괴하는 일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 가당찮게 인간성 해방을 위한 몸부림이니, 표현의 무한자유니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속내는 지폐의 높이에 있다. 그들은 마치 해체 공법에 익숙한 노련한 숙련공처럼 '돈' 되는 문화를 위해 우리가 진정으로 지키고 가꾸어야 할 문화들을 하나씩 해체시키고 있다.

그러면 문화장사꾼들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들의 해체작업은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우선 문화를 삶의 질로 보지 않고, 카운터(counter)에 올려놓을 상품으로 보는 자들이다. 그들의 정체는 영화감독이 될 수도 있고, 공연기획자가 될 수도 있다. 또한 그들의 손에 놀아나는 배우나 가수가 될 수도 있다. 학자가 될 수도 있고, 정치인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종교가 문화의 한 양상일진대, 종교인도 이 시대의 문화장사꾼이 될 수 있다. 특별히 예수님께서는 일찍이 그들을 '삯군 목자'로 부르신 바 있다. 복음을 바겐세일로 팔고 있는 교회지도자들이나 전도자들이 잘 들어두어야 할 대목이다.

문화를 상품으로 본다는 것은 예를 들자면, 영화한편의 예술성이나 가치보다는 그 영화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렸으며, 카운터에서 들어온 수입이 얼마인지에 주목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들이 조폭영화를 보고 문신 붐을 일으키던 청소년들이 학원폭력만화를 읽고 모방충동에 모방범죄를 저지르든 말든 그들은 정말 '알 바'가 아닌 것이다.

문화장사꾼의 생산공장은 매스미디어이다. 물론 삶의 질과 관계성의 질서를 해체시키는, 즉 문화 파괴작업도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대중들은 매스 미디어가 만들어낸 주문(呪文), 즉 "앉아라, 보아라, 그리고 믿어라"에 홀려 있을 뿐만 아니라 또 황색저널리즘, 즉 "인기위주, 재미위주, 사건위주"에 농락 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속임수에 저항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엽기! 재미있잖아요. 동성애! 그럴 수 있잖아요? 트랜스 젠더! 하리수쯤이라면 괜찮은 거 아니예요? 순결을 지켜야 한다구요? 그건 구시대의 케케묵은 윤리일 뿐이예요!, 영감을 위해서 하는 마약이 죄가 될 수 있습니까? 섹스는 게임입니다!"

문화장사꾼, 돈, 그리고 매스미디어 이 삼각회로를 통해 세상이 하나씩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그 해체공정은 정확히 하나님께서 세우신 창조질서-신본주의 문화-를 전복시키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세상 문화에 취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단 이승이다!" 자, 정신차려야 한다. 세상의 문화가 비열한 상업주의의 신화 속에 몸, 섹스, 폭력, 엽기를 탐할수록 영혼은 멀어져 가고, 주님의 때가 가깝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로마서 12:2). 너 하나님의 사람, 그리스도인이여!(2001. 11. 28)

김대진 목사 (좋은문화/기독교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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