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저리에 밀쳐진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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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찾아왔다. 매년 성탄절 때마다 성탄절의 주인과 객이 전도되었다는 느낌을 받아 마음이 아팠다. 우리네 성탄절은 어쩐지 들러리들인 여러 인습(人習)들이 주인공 위치에 있고,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예수님은 언저리에 밀쳐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성탄절의 배경과 그 주변 관습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성탄절 날짜 12월 25일은 고대 '로마'에서 지키던 동지 날을 채택한 것이라 한다. 당시 '로마'의 이교도들은 동지 절 (冬至節; 12월 24일~다음해 1월 6일)을 하나의 대축제 적인 명절로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고대 교회의 '로마' 주교가 그 기간에 해당하는 동지를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채택했다고 한다. 또한 성탄절에 널리 유행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Christmas tree)는 고대 '애굽'의 동지 제(冬至祭) 때의 나뭇가지 장식, 그리고 '로마' 축제 행렬에서의 촛불 단 월계수 가지 장식 등 옛날의 성목(聖木) 숭배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장식과 카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상록 담장 넝쿨도 북유럽 겔트족과 독일족들이 동지날 축제 때 영원한 생명의 상징으로 숭배했던 상록 담장 넝쿨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성탄절에 이루어지는 선물 교환도 12월 17일 부터 24일 까지 지키는 '로마' 쌔터날리아 축제 때 어린이들과 가난한 사람과 종들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성탄절 전날 밤에 장작불을 피우는 것도 고대 스칸디나비아 (Scandinavia)에서 동지 날에 행하던 큰 화로에 불을 붙이는 전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한 성탄절이 되면 뚱뚱하고 배가 불룩할 뿐 아니라 기분 좋게 "호! 호! 호!"하고 웃는 흰 수염이 있는 싼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4세기경 소아시아 지방에서 평상시 불쌍한 어린이들에게 많은 선물을 나누어준 성 니콜라스(St. Nicholas)의 선행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 한다.

그러고 보면 성탄절은 날짜부터 시작하여 모든 주변 분위기가 이방의 우상적 풍습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처음의 의도는 이교도의 세속적 풍습을 본받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방적 풍습을 기독교적 풍습으로 바꾸려는 의도였지 않는가 생각한다. 그러나 그 처음 의도야 어찌 되었든지 오늘날 세대에서는 당시 의도를 생각지 못하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더욱 마음이 아픈 것은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밀쳐놓고 인간들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축제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성탄절 시즌에 거리의 풍경을 보나 가게의 장식을 보나 가정의 분위기를 보나 교회의 행사를 보나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믿지 않는 세속 문화에서는 그렇다치고 교회에서도 곧 예배당 트리 장식, 성탄 전야 행사, 산타크로스 쇼, 촛불 예배, 선물 교환, 새벽송 등을 하면서 다음날 예배 때에는 지쳐서 졸기만 한 때가 많다. 정작 주님이 누구인지, 왜 오셨는지를 깊이 생각하면서 그 분께 찬양과 영광과 경배를 드리며 기뻐해야 할 일은 잊고 지내는 것 같다. 그런 성탄 분위기를 보면 예수님 탄생 당시에 사람들로부터 아무 관심을 받지 못했던 모습들이 연상되어 생각이 깊어진다.

올 성탄절도 꽤나 북적일 것 같다.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긴장 가운데 있었던 한 해의 한이라도 풀려는 듯이 흥청망청 할 것 같다. 세속 문화에서는 그렇다 해도 우리 크리스챤과 교회 만큼은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성탄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며 그 분에 대한 찬양으로 기쁨이 충만한 날이 되기를 소원한다. 그래서 2000년 전에 오셨던 주님을 다시 한번 만나는 경험이 있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시에 천사들의 지시와 찬양을 깊이 묵상해 보아야 한다. 마태복음 1:21에는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하니라"라고 했고, 23절에는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 "라고 하였다. 누가복음 2;11에는 "오늘날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라고 했고, 14절에는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라고 했다. 또한 아기 예수님을 만났던 동방박사와 시므온과 한나와 양치기들의 그 분을 얼마나 사모했으며 어떻게 기다려 왔는지 성경을 통해 확인하고 모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마2:1-11, 눅2:8-39).

차용철 목사(열린문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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