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언론위, 살 길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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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한국교회 언론위원회의 활동상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본래 '한국교회'라기 보다는 '한국의 힘있는 교회'를 대변하기 위한 단체라는 비판을 뛰어넘을 실리적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왜곡된 언론관과 교회관을 갖고 있다는 지적에 교회언론위는 직면해 있는 상태이다.

최근 교회언론위에서 발간한 <교회언론>지 12월호에는 지난 2001년 2월부터 5개월 간 6대 중앙일간지의 종교 문화면에 보도된 각 종교별 기사 분석 자료가 실렸다. 각 신문에 개신교 관련 기사가 타종교에 비해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는지 그 여부에 대한 감시자료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기독교 관련 기사는 1위의 불교(30.5%) 보다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26.9% 정도의 수치에 랭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런 것을 조사하는 것 자체 일단 문제이다. 기사의 취사선택은 언론이 하는 것이다. 언론이 왜곡된 의지를 갖고 기독교를 폄하하지 않는 이상, 기사의 가치에 따라, 또 소구대상의 폭에 따라 기독교 기사는 그 비중에 맞게 실리게 돼 있다. 2위에 해당하는 26.9%의 수치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교세 2위를 기록하는 개신교의 위상을 비교적 정직하게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 기사냐, 불교 기사냐... 이런 것을 놓고 조사하게된 발상은 '기독교가 언론에 의해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다'라는 과대 피해망상에서 출발한 것이고, 나아가 언론에 강압적으로 '기독교 기사를 실으라'라고 힘의 논리를 대입하겠다는 불순한 발상의 출발이다. 교회가 언론에 기사 실어주지 않는다고 비난할 일인가. 교회는 스스로 향기가 나야 한다. 향수를 옷에 많이 뿌린다고 그 향기가 영원할 수 없다. 따라서 그런 조사는 기획단계서부터 잘못된 것이다.

<교회언론>지는 여기서 "기독교 관련 기사의 내용 대부분은 교회 개혁적인 내용 보도, 부정적인 내용 보도, 진보적 목회자 소개, 집단적 기독교 행동 보도 등이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교회언론>은 "긍정적인 면, 감사한 소식, 희생적인 삶의 현장,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이 실리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기독교가 "개혁을 하겠다"라는 자생적 움직임까지 '부정적 현상'으로 분류한다면 교회언론위는 '대형교회의 나팔수'라는 그 운명적 한계를 스스로 재확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거기에 또 진보적 목회자 소개를 '선교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음'이라고 평가하는 부분은 아연 실색하게까지 한다.

진보적 목회자란 무엇인가. 소위 '복음주의자'들의 '제거 대상'인 '자유주의 신학 추종 목회자'란 말인가. 교회 연합 운동의 일환으로 '언론위'가 출발했다면 당연히 한국교회의 진보와 보수를 망라하는 다양성의 기반 위에 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진보적 목회자 보도를 '부정적 보도'로 분류하는 이런 천박한 교회관은 위험할 뿐이다.

또한 기독교의 긍정적 역할을 부각한 기사를 많이 실어야 한다는 전제는 '왼 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도록 하라'라는 성경의 원리와도 친할 수 없는 전제이다. 잘못한 것을 가리고 좋은 것만 부각하라는 것은 또 한 번 교회언론위에 종교가 군림하려는 불순한 발상일 뿐이다.

물론 교회언론위가 오착된 일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간지의 무속광고를 감시하고 자제토록 사회적 분위기를 고양하는데 앞장서는 부분도 있다. 또 교회언론위가 표방하듯 교회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언론을 통해 새나가지 않도록 지속적인 홍보역할을 담당하는 일도 중요하다. PR시대라 호칭하는 현대사회에 교회 역시 교회의 사역을 알려야 할 적극적인 요구에 직면해 있다. 교회언론위가 해야 할 일은 우리나라의 매체환경이 갈수록 자본종속화 되어 가고 있는 구도 속에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의 가슴을 매만질 수 있는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단순히 교회의 이해논리를 대변하는데 그치는 교회언론위라면 실추된 교회의 이미지를 더욱 추락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큰 교회가 날마다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당하거나 가십거리 취급당하고 있는 현실 속에 그 대응적 필요에 의해 교회언론위가 생겼고, 그 기반만을 붙잡는 것이라면 앞으로 존립명분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교회언론위가 대형교회의 필요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필요에 서는 길이다. 예수께서 만약 자신의 활동상이 뉴스에 잘 안나온다고 흥분하고 화를 낼 것인가. 그 답은 자명하다.

/김용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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