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돌이킴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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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순절의 두 가지 의미

1) 세례 받을 자들의 준비기간으로서의 사순절

우리가 사순절을 이해하려고 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순절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수난을 명상하고 회개하는 기간으로 시작되었다기 보다는, 부활주일 때에 세례를 받을 세례후보자들을 위한 마지막 준비단계로써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초대교회 때는 세례후보자들은 사순절 기간동안 일상 생활에서부터 떨어져 상당히 어려운 준비를 거친 후 부활주일 새벽때나(Easter Vigil), 부활주일 아침에 세례를 받았다.

그러므로 이 40일간의 사순절 기간은 무엇보다도 먼저 초대교회가 성례전적인 삶속에서 교회공동체의 자기정체를 확실히 하는 기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초대교회 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세례를 맞이하기 위하여 엄숙하고 거룩하게 자신을 준비하신 것처럼(광야에서의 40일간의 금식기도를 통한 당신의 공생애의 준비), 매해 부활주일을 맞이하기 위하여 저들도 그리스도를 본받아 똑같은 모습으로 준비하였다. 따라서 사순절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세례에 있다. 세례 안에서 기독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게 된다. 그것을 바울은 로마서에서 이렇게 말씀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음으로 그와 함께 장사 되었나니, 이는 아버지의 영광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심과 같이 우리로 또한 새 생명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라. 만일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가 되었으면 또한 그의 부활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도 되리라"(롬 6:4-5)

그러므로 사순절은 이렇게 초대교회에서 부활주일 새벽에 세례를 받는 사람들이 준비하는 기간으로 시작된 절기로서, "내가 누구인가?"를 분명하게 확인하는 그런 절기이다.

2) 개인적인 경건과 회개의 사순절

그런데 원래 이렇게 그리스도의 부활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기간, 특별히 부활주일에 세례 받을 사람들의 훈련기간이요, 준비기간으로 시작되었던 사순절은, 어거스틴(4세기) 때에 이르러서는 세례와 상관없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수난에 접하고 머무르는 준비의 기간으로 발전되어 갔다. 즉 사순절은 세례 받는 이들의 준비기간이라는 본래의 의미에서 더 나아가, 예수님의 마지막 예루살렘 여행 및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서 보이는 자기 희생적(God's Self-giving) 사랑을 기억하는 절기로 발전되어 갔다. 그리하여 사순절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엄숙한 예배와 그리스도인들의 경건한 생활을 강조하게 되었고, 기독교인들이 자신을 부정하고 참회하는 기간으로 지키게 되었다.

그런데 사순절의 의미가 부활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기간에서 예수 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며, 자기를 부정하고 참회하는 기간으로 변화되어 간 데는 아주 중요한 이유가 한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성인세례(Adult Baptism)의 사라져감이었다. 즉 기독교가 국교가 된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인이 되고, 그들은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유아세례를 받게 하였다. 그리하여 5세기와 특별히 6세기에 이르러 기독교인 부모들의 아이들을 위한 유아세례(Infant Baptism)가 대대적으로 행하여졌고, 결과적으로 사순절 기간동안 성인세례를 받기 위하여 준비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압도적으로 줄어갔다. 결국 사순절의 세례와 관련한 의미는 점점 사라져 갔고, 반면에 참회 적인 차원의 사순절의 의미가 더욱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즉 사순절은 세례의 의미가 점점 사라져 감에 따라 회개와 참회의 의미가 강한 절기로 변화되어 갔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서 보이는 하나님의 자기 희생적(God's Self-giving)인 사랑을 기억하는 절기로 발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2. 사순절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 온대로 사순절은 두 가지의 중요한 신학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절기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근본적으로 사순절은 세례 지원자들을 위한 마지막 준비단계로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사순절은 예수 님의 마지막 예루살렘의 여행 및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서 보이는 사랑의 자기 희생적 성질을 기억하는 절기이기도 하다. 즉 참회의 수요일(Ash Wednesday)로부터 시작하여 작은 부활주일인 매주일(The Lord's Day)을 제외한 40일간 계속되는 사순절(주일을 포함하면 실제적인 기간은 46일이 됨)은 세례와 회개를 통한 참된 돌이킴(True Conversion)의 기간이다. 즉 사순절은 회개(Repentance), 기도(Prayer), 화해(Reconciliation), 금식(Fasting), 그리고 우리의 세례 계약(Our Baptismal Covenant)을 통한 신앙성장을 위한 계절이다.

그러므로 사순절은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의 옛사람이 죽지 아니하면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상기시켜 준다. 우리는 우리를 위하여 죽음에서 일어나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먼저 죽어야 한다. 그리스도와 함께 살기 위하여 우리는 먼저 그와 함께 죽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사순절은 우리가 죽음 안에서 살 수 있다는 역설을 가르친다. 그리스도와 함께 세례 받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그의 죽음에 동참하게 된다. 십자가의 길, 부활을 향한 길은 우리의 옛사람의 죽음을 통해서 나아가는 길이다. 죽음 안에서 우리는 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만일 우리가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 연합한 자가 되었으면 또한 그의 부활을 본받아 연합한 자가 되리라"(롬 6:5)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기간동안 성도들은 우리 위해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모습을 깊이 묵상하는 가운데, 오늘 현대교회 속에서 너무나도 "값싼 은혜"로 전락해 가고 있는 십자가의 수난과 구속의 은총을 다시 한번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성도들은 사순절 기간동안 하나님의 자기 희생적인 사랑(God's Self-giving)을 본받아, 주님을 위하여, 주의 몸된 교회를 위하여,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우리들도 우리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달게 지고 좇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역사의 어두움을 헤치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부활의 새벽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주 승 중(장신대 예배와 설교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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