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장협의회의 출범으로 입장이 난처해진 곳이 바로 한기총과 KNCC. 이들은 '우리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인데 무슨 연합기구가 또 나온단 말인가'하는 표정들이다. 이런 가운데 교단장협의회 신년기도회에 한기총 대표회장 김기수 목사와 KNCC 차기총무 백도웅 목사가 참석, 축사를 발표해 주목됐다.
이들의 축사 내용은 한국교회의 연합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이것이 바로 지금의 시대적 흐름이란 것. 그러나 더이상 연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고 더욱이 교단장협의회에 대한 언급은 일체 하지 않았다.
연합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누구를 통해 연합을 이루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못하고 단순한 원론만을 펼친 양 연합기구의 대표인사들에게서 교단장협의회와 이들 기구와의 미묘한 감정대립을 읽을 수 있었다.
이 미묘한 분위기는 교단장협의회가 시작되기 전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기총 실행위원회에서도 연출됐다. 이날 실행위원회는 협동총무와 관련, 1시간 가량 논쟁이 벌어져 시간이 많이 지연됐고 교단장협의회 신년기도회 시작시간인 4시가 가까워오자 여기저기 짐을 챙기는 실행위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교단장협의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교단 총회장들과 임원들로 4시가 되어 가야할지 말아야할지를 망설이는 이들의 모습 속에 교단장협의회와 한기총 간의 갈등이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교단장협의회와의 미묘한 갈등이 한기총과 KNCC로부터 연출되고 있다. 명실상부한 한국교회 연합기구를 태동시킨다는 교단장협의회,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임을 공인하고 있는 한기총과 KNCC, 이들이 한국교회 연합을 두고 갈등을 일으킨다면 오히려 한국교회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꼴이 되고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희망을 둘 수 있는 것은 교단장협의회는 한기총과 KNCC와의 대화를 통해 연합을 주도해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한기총과 KNCC도 열린 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연합을 두고 충분한 대화를 가질 때 한국교회는 혼선의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