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쉐퍼의 주장에 비추어 볼 때, 우리 크리스천의 삶은 어떠한가? 복음과 문화가 서로 하나돼 있는가? 우리의 삶이 복음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복음의 문화를 통해 세상의 오염된 문화를 정화해 내고 있는가?
객관적으로 보자면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현대 크리스천의 삶은 교회에서의 삶과, 세상에서의 삶이 이분화 되어 전혀 다른 삶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즉 '신앙으로서의 복음'과 '삶으로서의 문화'가 서로 분리돼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결국 '문화를 통한 복음의 전파'라는 측면에 있어서 크리스천문화가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일 수 있다.
최근 기독교 문화사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대로 된 문화사역을 위해서는 크리스천 문화와 세상적 문화의 관계에 대해 정확히 감지해야 한다. 기독교 문화와 세상문화가 아무 연관 없이 동떨어질 수도 있음을 염두해 두지 않으면 문화사역이라는 것이 자칫 우리들만의 잔치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최근 많은 발전을 이룬 CCM은 세상 문화와의 접촉점을 가진다는 점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CCM은 말 그대로 컨템퍼러리한 음악에 복음적 메세지를 담아 일반인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음악이다. 이를 통해 세상과의 접촉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최근 연극에서도 크리스천들만을 위한 성극 보다는 일반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으면서 그 안에 복음적 메세지가 담긴 작품들이 많이 제작,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독교 문화를 전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 복음적 메세지를 잃어버리고 함몰돼 버릴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배제해서는 안된다. 연극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기자는 얼마전 공연한 한 기독교 관련 연극에서 껍데기만 기독교를 표방할 뿐 그 알맹이는 너무 세상적으로 치우쳐 있는 모습을 보고 실망한 적이 있다. 세상문화와의 문화적 접촉점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에 완전히 동화돼 버리면 안될 것이다..
혹자는 세상문화와 기독교문화를 너무 극단적으로 분리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질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 문화와 크리스천 문화는 정반대'라는 식의 이분법은 분명 위험하지만 그 구별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화사역에 있어서 우리는 세상의 문화와 완전히 "동화"되어서도 안되고, 완전히 "분리" 되어서도 안된다. 구별된 가운데 접촉점을 가지는 문화사역, 그것이 복음 전파로서의 진정한 문화사역의 모습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까 말했듯이 우리의 문화가 진정한 복음의 정신을 담고 있어야 한다.
복음은 모든 삶의 해답이라는 측면에서 세상과의 접촉점을 가지지만, 분명한 구별이 있다. 기독교 문화가 진정으로 세상의 문화를 정화하고 옳은 길로 선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삶이 진정한 복음의 삶이 되어 그 정신이 우리의 문화 안에 녹아 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