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였을 시기, 단재 신채호라는 유명한 민족사학자가 있었습니다. 나라의 주권은 빼앗겼더라도 민족혼만 살아있으면 언젠가는 주권을 찾을 수 있다고 부르짖고 다녔습니다. 그분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그분은 매일 아침 세수를 할 때마다 옷 한벌을 송두리째 적셨다고 합니다. 사연인 즉슨, 혹시 세수를 하려고 고개를 숙이다가 그곳에 혹시 일본인이 있으면 어떡하나, 그 방향이 일본을 향한 방향이면 어떡하나 하는 염려 때문에 꼿꼿이 서서 세수를 했답니다. 세수할 때 누구라서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만 세수라는 지극인 일상적인 행위 속에서도 일본에만은 머리를 숙일 수 없다는 강한 자의식이 빚어낸 결과였습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성서에도 나옵니다. 고대 근동에 바빌론이라는 거대한 제국이 있었습니다. 바빌론은 유다 땅을 함락시키고서는, 이스라엘의 왕족과 귀족의 자손 중에는 몸에 흠이 없고, 용모가 수려하면 지혜와 지식과 통찰력이 있는 젊음이들을 인질로 잡아가서 자기네 왕을 모실 인재들로 등용하려는 정책을 폈습니다. 그들은 이 젊은이들에게 바빌론의 언어와 문학, 그리고 문화를 배우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창씨개명도 실시하였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그들의 정책에 편입되어 갔습니다. 기울어가는 조국의 운명과 떠오르는 신흥강대국을 비교할 때, 어느 편에 붙어야 일신상의 유익을 구할 수 있는지는 너무도 자명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세속의 논리에 초연한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다니엘과 그의 세 친구들이었습니다. 다니엘은 결심합니다. '바빌론 왕이 내린 음식과 포도주로 자기를 더럽히지 않겠다'고. 그리고 이와 같은 결심을 당국에 과감하게 전달합니다. 다니엘은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있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합니다.
"부디 이 종들을 열흘 동안만 시험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 채소를 주어 먹게 하고, 물을 주어 마시게 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다음에 우리의 얼굴빛과 왕이 내린 음식을 먹는 젊은이들의 비교하여 보시고, 이 종들의 요청을 처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독관은 다니엘의 제안을 받아들여 열흘동안 시험을 해보았습니다. 결과는 세속의 논리와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채소를 먹은 젊은이들의 얼굴빛이 왕이 내린 고기와 포도주를 먹은 젊은이들보다 훨씬 좋고 건강해 보였습니다. 감독관은 이제 정책을 바꿉니다. 다니엘과 세 친구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음식문화를 지키도록 해줍니다. 위대한 승리였습니다.
한국의 청년들이 때아닌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재 30여 만 명에 달하는 청년실업자들의 문제 때문입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특단의 조치를 동원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2002년 연두기자회견에서 말씀하셨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일시적인 문제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풀리지 않을 문제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알 것입니다. 때문에 청년사회에서는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좌절과 실의에 빠져 마약과 자포자기의 문화가 확산되어가고 있으며, 각종 범죄가 청년들의 우울한 가슴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다시 다니엘과 세 친구의 싸움을 생각합니다. 유난히 총명했고, 민족의식이 투철했으며, 또한 하나님신앙에 철저했던 그들에게 있어서, 조국 유다의 멸망은 참으로 암담하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닥친 현실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가르쳐주신 문화와 신앙을 지켜냈고 결국 승리하였습니다. 훗날 다시 닥쳐온 도전에서 사자굴에 던져지고, 활활 타는 용광로안에도 던져지지만 그들은 '지켜야 할 것'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승리하였습니다.
젊은이 여러분! 우울한 현실 속에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싸우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승리를 일구어내시기 바랍니다. '살아있는 청년성'으로 인해 이 나라가 다시금 회복될 것입니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이 사회를 뒤덮고 있는 부정부패의 쳇바퀴로부터 이 사회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청년성'의 회복뿐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삽니다."
김종구 목사(정동제일 젊은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