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영광이 어찌 월드컵의 승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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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에게 설교의 본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하나님의 말씀의 대언'이라고 답한다. 설교는 설교자를 위한 발언의 장이 아니요, 또 정치적 필요의 수단이 될 수 없다. 다만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하면 쉽고 바르게 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뇌와 수고가 담겨있으면 된다. 사실 그 뿐만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설교자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할 만한 도덕적, 영적 성결함이 전제돼야 한다.

이번 2002년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의 설교는 한마디로 쇼였다. 설교자인 김장환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함에 있어 '두렵고 떨림'이 앞서기보다는 자기 기분에 도취돼 이 자료 저 통계 끌어다가 아전인수격으로 풀어쓴 대중 선동적 발언만 연속했다는 평이다. '미국이 자살골을 넣어야 한다. 믿으시면 아멘하시라'라는 부분이 그렇고, '상대편으로부터 페널티킥을 얻게 되면 반드시 골인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한강에 빠져야 한다'라고 말한 정황도 그렇다. 물론 그 말들은 농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행간의 의미를 살펴보면, 설교자의 주장 맥락 안에 '뼈'가 내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월드컵의 승리를 바라지 않은 국민은 없다. 이것은 긍정적인 명제이다. 또 부활의 영광에 감격해하지 않을 그리스도인은 없다. 이 역시 반대명분을 찾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각기 다른 주제가 그저 아무 문제의식 없이 연계될 사안인가.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보르듀에는 '정당화되고 오인된 지식을 사회적으로 보편화시킬 때 그것은 하나의 상징적 폭력(Symbolic Power)이 된다'고 지적했다. 지배적 담론에 대한 사회의 암묵적 합의. 이것이 바로 상징적 폭력인 것이다. 사람들은 이 '폭력' 앞에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잃게 된다. 생각해보자. 지배적 담론은 무엇인가. 월드컵 잘하면 우리 나라의 대외적 이미지가 '업'되고 그럼으로써 국익이 부활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는가에 대한 부분은 아닐까.

그리고 또, '부활의 영광이 월드컵의 승리'가 어떻게 연관될 수 있었을까. 설교자의 해법을 이 맥락에서 찾아보자. '잘 지어진 월드컵 경기장을 보면서 하나님께 헌당한 기분'이라고 말한 부분에서 말이다. 그는 월드컵은 이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전제했다. 또, '2002년 감격적인 부활절연합예배가 상임축구경기장에서 개최되는 것은 한국의 경사요, 하나님의 특별한 계속과 섭리가 계신 줄 믿습니다'라고 말을 이었다. 부활절의 감격을 월드컵의 승리로 애써 그 의미를 이으려했던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의 숨은 뜻은, 뒷자리에 착석한 정몽준 월드컵조직위원장,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등 대중정치인의 면면을 볼 때 더욱 석연치 않다.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인지, 예배를 빙자한 국민 선동 잔치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또 설교자가 몇 천만원을 부활절 위원회에 기탁했다는 교계신문 보도는 그 설교의 동기상 온전성을 더욱 해치는 부분이다.

전두환 씨는 지난날 권력을 찬탈하면서 보위에 오르자마자 '국풍81'같은 기만적인 이벤트로 국민정서를 호도했다.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는 무엇이 다를까. 한국교회 전반에서 발원돼 지도층에 가해지고 있는 개혁의 바람들을 스포츠를 방패막이 삼아 적당하게 가려보려는 우민화 대응책의 일환이라 평가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5만 넘게 입장한 성도들이 2만 정도 남겨놓고 예배도중 모조리 나가버리는 이 비참한 사태에 대해 설교자는 가슴깊이 반성해야 한다. '과연 이 예배를, 나의 설교를 하나님이 기뻐하셨을까'에 대한 부분으로 말이다.

목사가 설교 시간에 하는 말은 무조건 다 옳고, 문제의식을 갖지 말아야 할까. 그것 역시 피에르 보르듀에는 '상징적 폭력'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 '설교의 성역'이란 가림막으로 아무 소리나 떠들 수 있다는 설교자의 오만한 발상은 중단돼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빼어난 이력 하나 믿고 떠드는 명망있는 야심가의 억설이 아니라 비록 비뚤어진 입을 가지고 어눌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성령의 감동이 담겨 있으면 된다. 그 매개는 입담이나 대외적 명성이 아니라 심중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신실함이다.

그 설교자는 7만명을 앞에 두고 설교할 때 무슨 이야기를 해야 대중적 환호를 받을까 무수히 궁리했을 것이다. 또, 뒤에 나와있을 유명 인사들에게 어떤 이벤트를 통해 잊지 못할 영광의 기회를 선사할까 또 머리 아프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 궁리의 자리에 하나님의 영광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차지했을까.

설교는 하나님이 이 인류를 향해 품는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를 표현해야 할 장이다. 그 메시지를 대언하는 자리에 서 있기에 설교자는, 목회자는 존중받는 것이다. 이러한 거룩한 본령이 망각돼서는 안된다. 그것은 목회자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부활절 연합예배가 정체성 없는 정치 이벤트로 변질됐다는 비판, 새겨들어야 한다.

'올해 한국교회 성도들이 먹은 부활절 달걀은 썩은 것이었다. 그래서 얹혔다.'라는 말이 나온다. 월드컵의 승리에 비교할 수 없이 고결한 것이 예수의 부활이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부활절의 부활을 기대해야하는 묘한 시점에 서 있는다는 기분 말이다.

글/김용민(기독교TV 편성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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