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정부대책은 3월 25일에서 5월 25일까지 모든 불법체류자들이 신고를 하여야 하며 신고한 후에는 1년 이내에 전부 출국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 방침은 국내에 장기체류하고 있는 조선족이나 입국비용을 얼마 물지 않은 외국인노동자에게는 크게 나쁘지 않은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이 입국할 때 천만원씩 빚을 지고 들어오는 조선족동포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대책이다. 조선족 동포들은 최소한 1년 반을 열심히 일해야 천만원의 빚을 갚을 수 있고, 빚도 갚고 돈도 어느 정도 벌어가려면 최소한 5년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1년 내로 전부 나가라고 하면 수 만 명의 조선족이 빚도 채 갚지 못한 채로 혹은 돈 한푼 벌지 못한 채로 쫓겨가야 하는데 이것은 조선족과 동족의 緣을 끊을 생각이 아닌 다음에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를 강행할 경우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한 조선족의 反韓감정이 폭발하여 한국기업의 중국진출에 막대한 타격을 주게 된다. 한국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려면 조선족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족과의 관계단절은 통일의 실현에도 심각한 장애를 끼친다. 동포들은 요즈음도 1960년도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60년도에 중국의 기근이 심해서 수천만명이 餓死하였는데 이때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조선족 10여만명이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갔었다. 이때 북한은 같은 동족으로서 조선족을 따스하게 대우하여 공부를 원하는 사람은 무료로 숙식을 하며 공부하게 해주고 직장을 원하는 사람은 일자리를 얻어 주었다. 동포들은 지금도 그때 북조선 당국이 따스하게 대해 준 것을 고맙게 여기고 있다. 이에 비하면 지금 한국의 추방정책은 너무나도 정반대라는 것이다.
국내사정으로 보아도 1년내 불법체류자 전원추방은 현실적이지 않다. 불법체류자의 숫자를 단계적으로 줄여야 3D업종의 인력난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법이다. 또 신고를 하면 갓온 사람은 최대 5년까지 있게 해 주겠다고 해야 모든 불법체류자가 신고하게 되고 따라서 정책의 성공을 기할 수 있다. 지금은 온지 3년이 안된 사람들은 아예 신고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렇게 5년체류를 주장하면 정부는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한다. 첫째는 합법적인 산업연수생의 기간이 3년인데 불법체류자를 5년간 있게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점은 맞지 않는다. 대부분의 산업연수생들이 3년을 마친 후에 또다시 불법체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조선족만 특혜를 줄 수 없어 안 된다고 말한다. 이점도 맞지 않는다. 조선족만 특혜를 달라고 우리는 말하지 않는다. 다른 외국인노동자도 비슷한 처지이면 마찬가지의 구제책이 있어야 한다. 물론 연장되는 체류기간은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되어야 형평에 맞는다.
한국에 들어올 때의 입국비리는 나라에 따라 전부 달라서 조선족은 천만원이지만 한족이나 필리핀, 베트남, 몽골 등은 많아야 4백만원 정도이고 네팔은 6백내지 8백만원이다. 이러한 입국비리의 규모 따라 체류일자 연장에 차등을 둘 필요가 있다. 또 벌어 가는 돈이 자기나라에서 얼마나한 값어치를 갖는가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해서 동남아국가의 경우 최소한 3년은 체류할 수 있도록 하면 이들이 매우 고마워 할 것이다. 반면에 한국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 없다. 시간만 지나면 다 출국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온정 있는 정책을 쓰지 않고 각박하게 밀어붙이면 이들은 신고도, 귀국도 안하고 지하로 숨어버리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정부는 정말로 난처한 상황이 된다.
또 한가지 문제는 몇 년간 추가 체류를 허용하더라도 돌아갈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문제다. 들어올 때 수 천 만원의 빚을 진 사람, 한국인과 사실상 결혼한 사람, 빌려준 돈을 못받은 사람 등 각종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은 <민간심사위원회>가 심사해서 체류기간을 연장시켜주어야 한다. 비록 이들의 숫자는 얼마 안되더라도 이들을 인도적인 입장에서 잘 대우해주어야 우리 나라가 진정으로 이웃국가로부터 사랑 받게 된다는 점을 정부관리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서울조선족교회 서경석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