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계의 보수 교단을 대표하는 합동측의 목회자와 장로들이 모인 기도회에서 보수 교회의 근본적인 치부를 지적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용단(勇斷)이다.
양식있는 교회 지도자들과 일반성도들 사이에 공공연히 논의되어 왔던 문자주의적 신앙에 대한 반성들이 본격적인 신학적 검토에 들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김박사의 발표는 큰 의미가 있다.
문자적인 성경해석과 그로 인한 근본주의적, 교리주의적 신학의 경향은 보수교회 기독교인들의 신앙이 교회밖에서는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교회 내에서의 폐쇄적인 신앙'이 되도록 유도해 왔다.
공동체는 생명체에 비유된다. 생명체의 시스템(system)은 폐쇄적인 것이 아니다. 생명체는 외부와의 구분을 명확히 하면서 강력한 면역체계를 가동시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는 한편 다른 개체와의 끊임없는 신호전달과 외부와의 쉼없는 물질교환을 통해 성장하고 유지된다.
생체 시스템에서 이루어지는 '외부와의 명확한 구분을 통한 정체성 확보'와 '외부와의 활발한 교류'라는 일견 대립적인 것으로 보이는 두 개념의 절묘한 조화는 한국 보수교회의 문제점 규명과 한국 교회가 대(對)사회적인 면에서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일단의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러한 조화는 지극히 성경적이며 복음적인 것이다.
복음의 핵심 개념중의 하나는 '낮아짐과 섬김'이다. 그러한 삶의 훈련이 되어 있는 개인과 공동체는 모든이 앞에 낮아져서 섬기며 그들의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 시키는 경향을 띈다. 반면, 그러한 삶의 훈련이 잘 되지 않은 채로 문자적 성경지식만 쌓아가는 개인과 공동체는 모든이 앞에 높아져서 자신들의 문자적 성경지식으로 그들을 판단하고 정죄한다. 그러나 자신들도 결국 그들을 닮아가게 된다.
이러한 복음적 삶과 율법적 삶의 대비는 '악인과 화평하지만 동화되지 않는 삶'과 '악인을 정죄하지만 동화되어 가는 삶'의 대비와 통한다.
이제 한국의 보수교단은 문자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성경이해의 틀을 버리고 복음의 핵심으로 돌아가서 '화이부동(和而不同)'해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