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뿌리찾기인가? 종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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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상 건립문제와 기독교

최근 몇 년간 초, 중, 고등학교와 공공장소에 360개의 단군상을 설치한 홍익문화운동연합측(전 한문화운동연합)과 기독교계는 마찰을 빚어왔다. 그리고 지난 2001년 5월 기독교계 인사 7명이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일이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홍익문화운동연합은 단군상 건립 목적이 한민족이라는 민족의식 고양과 홍익사상의 계승이며, 단군상이 신앙의 대상이 아니므로 학교 및 공공장소에 건립되는 것이 당연하는 주장이고, 반면에 기독교계는 단군상 건립은 단군을 신으로 하는 단체들의 종교행위요, 교묘한 종교확산 술책이고, 정부가 특정 종교를 두둔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1997년 사단법인 한국종교사회연구소에서 발행한 한국종교연감에 의하면 단군을 신으로 숭배하는 종교단체는 대종교, 단군교, 단군정신선양회, 단군조선종천교, 환중교, 개천경조회, 개천민족회, 단군마니 숭조회, 단군교본부 등 9개 단군계 종파로 신도수가 60만명 이상이며, 무속연합단체로 대한경신연합회, 백두산천신제보존회, 한국무속신앙연구회, 한국전통제석굿보존회 등 소속회원이 150만명이라고 한다.

단군상 설치의 주체는 1998년 8월 12일 결성된 ‘단일민족일체화협의회’(이하 단군일체)로 사회 각계 인사로 구성된 18명의 임원이 있으나 주요 인물은 이미 단군을 신으로 숭배하는 대종교와 단군과 관련된 단학선원 임원들이다. 명예총재 고 안호상은 전 대종교 총전교인이었으며, 고문의 윤택중은 대종교 유명인사였던 이사영 선생 기념사업회장이며, 이항녕은 현정회 이사장이며, 상임의장의 심선적은 전 대종교 종무원장이다. 또한 의장단의 이경원, 이승헌, 그리고 사무총장의 변동호는 단학선원의 대표들로써 이미 단군을 신앙하는 단체이다.

이들 가운데 실제적인 주체는 이승헌과 그가 설립한 홍익문화운동연합(전 한문화운동연합)이었다. 처음에 단군상을 설치하는 단체는 1998년 8월에 결성된 ‘단군일체’라고 발표하였으나 그것 또한 허울뿐이고 단군상 옆에 설치된 안내판의 설립취지문에는 주체 대표가 ‘한문화운동연합’ 총재 이승헌 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58년에 인대애나 앨크하트시의 시청 앞에 화강암으로 된 십계명비를 세운 적이 있다. 지역 주민과 교계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 일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시청 앞이라는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장소에 기독교의 교리가 새겨진 내용을 계시하는 것은 미국 헌법에 정해진 ‘정치와 종교의 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판단을 한 2명의 시민이 시를 상대로 철거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항소법원에서는 십계명비의 공공장소 전시를 정부가 헌법을 위배하고 특정 종교를 장려한 것으로 판단했고, 미국 연방 대법원은 2001년 4월 심리자체를 거부하는 판례를 남겼다. 결국 소송을 제기한 시민 2명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의심 여지없이 미국은 기독교 국가이다. 국민의 93퍼센트가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이야기하며, 그 대부분이 기독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의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그렇다면 단군상 건립 시도가 종교행위냐 아니냐에 논쟁의 초점이 맞추어진다. 앞에서 살펴본대로 이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은 한결같이 단군을 신으로 섬기는 단체에 핵심 인물들 이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공공장소의 단군상 건립은 이순신 장군이나 신사임당의 동상을 세우는 일과는 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엄연히 단군을 신으로 하는 종교집단이 있고, 그 집단의 대표성을 띠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주선한 이 일은 단군 국조라는 국민정서를 이용한 자신들의 종교 확산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국민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종교인들이 반대하는 시설물을 정부가 공공장소에 설치 허락하는 일은 부당한 일일 것이다. 만약 360개의 초, 중, 고등학교와 공공건물에 기독교의 십자가 건립이 추진된다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 것인가?

전경호(광운대 학원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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