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고루 잘사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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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동안은 골고루 잘사는 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는 사회를 골고루 잘사는 사회로 바꾸어가기 위해 크리스천들이 앞장서서 일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의 한계를 알지 않으면 자칫 잘못된 주장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상을 강력하게 추구했던 역사적인 사건이 바로 공산주의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상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으며 북한사회처럼 개인을 우상화하여 겨우 유지되는 기형적 사회를 하나의 유물로 남겨 놓고 있다.

왜 공산주의의 유토피아가 실현될 수 없는가? 경제학의 논리를 가지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따져보고 싶다. 생산수단을 국유화하고 모든 생산과 소비 그리고 분배를 국가 또는 당의 계획에 의해서 실행함으로써 효율과 공평을 동시에 달성해 보겠다는 시도는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생산능력과 수요에 대한 완전한 정보가 필요하다. 수천만에 달하는 모든 사람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어떤 필요를 가지고 있는가를 완전하게 알아야 올바를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계획이 바로 세워져 있다고 해도 그 계획이 차질 없이 수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것은 계획당국이 강력한 힘을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시장경제에서처럼 자발적으로 일하게 할 인센티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의 완전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 계획은 정확하게 실행될 수 없다. 그런데 이 두 가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분배와 관련된 것이다. 생산한 결과를 분배하는 것은 계획당국의 자의에 따를 수밖에 없다. 원칙을 정해서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원칙도 막강한 힘을 가진 당국이 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분배의 결과가 정말로 공정하기 위해서는 계획당국의 소수 권력자들 또는 절대권력을 가진 그 한 사람이 선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한 마음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말아야 한다. 완전한 정보와 권력 그리고 선함은 오직 전지하시고 전능하시며 절대로 선하신 하나님에게만 있는 성품이다. 공산주의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하나님의 자리에 사람을 앉혀 놓으려는 시도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노골적으로 나타난 것이 김일성 우상화 같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도행전 4장에 나오는 초대 교회의 공동체가 기독교 공동체의 한 이상적인 모형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다. 이것은 성령 충만을 체험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제것을 제것이라고 하지 않고 공유한 모형이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 공산주의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아나니아를 꾸짖으면서 베드로 사도는 아나니아가 판 땅이나 그 판 대금이 아나니아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아나니아의 소유였음을 강조해서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행5:4). 또 그것을 필요에 따라 분배해준 사람들은 사도들이나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집사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만도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 모형은 지속되지 않았고 지속되기도 어려웠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이 이와 같은 사회를 이루고 사는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였다면 뒤에 다른 사도들이 이러한 형태의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신약성경 다른 곳에서는 이러한 사회를 이루고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곳을 찾을 수 없다. 또한 이 공동체가 지속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고 있었던 점은 모두가 자신의 밭과 집을 팔아서 가지고 왔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 공동체가 당시의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을 팔아서 모두 소비해 버리는 '비생산적'인 공동체였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하나님의 강력한 은혜를 체험한 사람들이 주님의 재림이 매우 임박했다는 느낌을 가지고 짧은 기간동안 꽤 '비현실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더러 나타나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사도행전 4장의 사건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자들이 항상 우리 가운데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인간이 죄악된 세상가운데 사는 동안 죽이고 도적질하고 멸망시키는 사단의 역사 때문에 전쟁과 기근과 질병 같은 저주가 완전히 없어질 수 없음을 말씀해 주신 것이다. 적어도 정부에 의해서 빈곤의 문제가 해결되고 골고루 잘사는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러한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던 나라들이 대부분 골고루 못사는 다중과 엄청난 사치를 누리는 소수의 부패한 권력층이 사는 사회를 이루는데 성공했을 뿐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원리, 사유재산제도의 원리는 예수님도 인정하신 것이다. 물론 그것이 선하다는 뜻이 아니다. 크리스천들이 우리 사회를 사도행전 4장의 공동체로 인위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한다면 그것은 지혜롭지 못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 대로 열심히 일하고 사업해서 넉넉함을 누리며 가난한 이웃을 주의 이름으로 돌보고 섬기는 것이 정말로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이루는 길이다. 우리의 왕 예수님 밖에는 우리를 골고루 잘 살게 해 주실 수 있는 분이 없다.

곽태원 교수(강대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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