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리더십
어떤 분야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의 힘은 "생각의 힘"이다. 수를 많이 내다보는 자를 당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전에는 선수들이 공만 쫓아다니기 바빴다. 그런데 선수들이 "왜"를 묻기 시작했다. 왜 내가 링커이고, 왜 내게 이런 역할을 맡기는 것인가, 왜 상대가 이런 포메이션으로 나오는가.. 등 많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질문이 있으면, 반드시 창의적인 대안이 나오게 되어 있다. 수비수들도 상황에 맞게 변형하는 "플렉서블 백"(Flexible back)에 익숙해 졌다고 한다. 왜? 생각하는 축구를 하기 때문이다.
기본을 강화하는 리더십
히딩크 축구에서 가장 변화된 것은 강인한 체력 훈련을 시킨 점이다. 10여년 전부터 토틀 사커의 개념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알아도 안되는 이유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능력이란 것이 무엇인가? 전후반 90분을 열심히 뛸 수 있는 체력이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개념도 적용할 수 없어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초 체력에 대한 강화 훈련이 있자, 비로소 많은 기술적인 부분과 전략적인 부분을 수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교회의 기초 체력이 무엇인가? 그것은 기도와 말씀, 헌신 등의 가장 많이 듣던 초보적인 것이다. 기도없는 교회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이 있어도 소화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영성이 살아있으면, 어떤 단순한 것에서도 예상 외의 풍성한 열매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기초 강화에 역점을 두라.
정당한 경쟁의 리더십
히딩크는 유명세를 타는 선수, 고참 선수 등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무명의 선수든 유명의 선수든 철저하게 실력으로만 승부를 보게 만들었다. 이러한 공정한 시스템은 경쟁을 야기시켰고, 이러한 경쟁은 최상의 선수를 뽑아낼 수 있었고, 실력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월드컵 개막일까지 누가 주전인지 아직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히딩크 리더십의 특별함이 아닐까? 스타의 이름값으로 대표를 선발하였다면, 송종국, 김남일 등과 같은 선수는 결코 선발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건강한 리더십이란 공정성이고, 그 공정성은 항상 최상의 결과를 낳게 만드는 비결이기도 하다.
지금의 히딩크의 많은 주장은 차범근이 감독일 때의 주장과 일치한다. 그런데 과거의 차범근 감독에게는 선수를 선발할 재량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히딩크에게는 그런 간섭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이것도 사대주의적 발상인가? 지금 차범근을 비난하던 소인배들은 다 침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소인배들에 대한 평가는 전혀없다. 언제나 성장을 방해하는 소인배들이 있기 마련이다.
선진 제도란 다른 것이 아니다. 정당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 그리고 뒷다리 잡는 소인배가 설 수 없도록 만드는 풍토가 바로 그것이다. 지극히 작은 일에서도 민족의 불합리는 개선하고, 장점은 극대화 시키는 지혜를 얻어야 할 것이다. 이번 월드컵을 위해서 기도하자. 이번 월드컵이 평생 기억에 남는 월드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병욱 목사 (삼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