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댐은 엉터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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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학 생활은 전두환 대통령과 함께 시작되고 끝났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학살의 책임자로, 타도의 대상으로 그 이름 석자를 들으면서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87년 민의에 의해서 "호헌의도"가 무너지고, 6.29라는 항복을 받아내는 것으로 대학생활을 마무리지었다. 당장에 민주세력이 집권하게 될 줄 알았는데, 양김의 시기와 분열로 말미암아 국민들이 피를 흘려가면서 얻어낸 민주화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나의 세대는 체질적으로 군사정권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었다.

마침내 정권이 바뀌었다. 군사정권 당시의 문제점들과 치부들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평화의 댐" 문제였다. 당시의 반대세력들은 이렇게 주장했다. 북한의 금강산 댐은 과장된 것이고, 결코 한강 범람으로 인한 서울의 피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다만 전두환 정권이 민심을 호도하기 위해서 가상 위기를 조장하고, 국민의 성금을 받아서 "평화의 댐"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또 한 번 분노했다. 세상에 국민 전체를 이렇게 속일 수 있는가?

금주 신문에는 눈길을 뗄 수 없는 기사가 하나 나왔다. 북한의 금강산 댐의 여기저기에 균열이 생겨서 붕괴의 위협이 있다는 것이다. 비가 많이 와서 15억톤의 물이 넘치면, 금강산 댐의 붕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금강산 댐이 붕괴되면, 평화의 댐과 화천댐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기사였다. 순간 혼란이 왔다. 평화의 댐은 민심을 호도하기 위한 군사정권의 허위 선동이었다고 했는데, 그 위험은 실제적인 것이 아닌가? 그러면 평화의 댐을 만든 사람들의 말이 옳은 것이고, 그것을 비난하던 사람들의 말이 오히려 거짓이 아닌가?

평화의 댐을 만드는 것을 극렬 반대하고 비난하던 진보주의자들이 많이 있었다. 왜 그들은 지금 침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제한된 정보와 감정 때문에 잘못된 공격을 했을 수도 있다. 그 당시에는 다 그런 격한 감정이 있던 시대였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지금쯤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옳은 세력이라고 할지라도 격한 감정을 가지고 나쁜 사람은 모두 나쁜 짓만 한다고 전제하면,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된다는 점이다.

종종 개혁을 하자고 하면서도 일부를 가지고 전체인양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 자신이 반대로 공격을 당하면, 한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평가한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항상 편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잘못으로 빠질 수 밖에 없다. 냉정함을 가지고 감정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과 사물을 바르게 보는 냉철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다른 욕한 것은 별로 미안한 것이 없다. 그러나 평화의 댐 만들 때, 욕한 것은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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