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의 정치인 선호증

김대원 기자  dwkim@chtoday.co.kr   |  
지난 10일 63빌딩 2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한국교회 지도자 초청 민족화합 국국기도회'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이회창 대통령 후보와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 또 서울시장의 두 후보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만 참석했을 뿐이었다.

이 행사를 주최한 단체는 2002월드컵선교단으로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이회창,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두 서울시장 후보가 행사에 참석한다고 공지했다. 순서지에도 버젓이 나와있는 후보들이 연달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행사 참석자들도 민망한 듯 국제회의장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공명선거를 위한 기도회이므로 두 대선후보와 서울시장 후보가 참석, 기독교계 지도자들 앞에서 인사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주최측의 취지는 좋았지만 정치 지도자들을 너무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기독교계의 문제점이 드러난 행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계 인사들이 모이는 중요한 행사에 권력있는 정치가를 불러 '이 행사가 시시한 기독교 모임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기독교계의 고질적인 문제는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것.

기독교계의 이러한 문제점은 여느 행사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순서지에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웬만한 장관급 인사들의 이름을 꼭 넣어 수준 업그레이드를 위해 힘쓴다. 하지만 결국 영상메세지 혹은 누가 대신 참석하는 것으로 고위층 인사들의 순서는 채워진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교계 관계자는 "행사에 오지 않은 것도 잘못이며 오지 않을 사람을 온다고 한 것도 잘못"이라며 "꼭 시간도 없는 정치계의 고위급 관계자를 초청하려다 분위기만 어색해진다"며 일침을 가했다.

교계행사 그 자체가 수준이 있다는 평가를 받을 때 정치인을 초청, 그럴듯한 행사로 꾸미는 교계의 관행이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혹 정치인의 참여가 필요한 교계행사라면 주최측이 일정을 정확히 파악, 행사진행에 착오가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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