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보기도' 용어 '이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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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가 뜨거운 요즘 교계의 한편에서는 신학적인 용어 문제로 뜨거운 관심과 논의가 펼쳐지고 있고 또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6월11일 장로교(합동)가 산하 교회들에 "중보기도"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고, 그 대신 "이웃을 위한 기도", "합심기도" 혹은 "청원기도"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고, 금명간 장로교 통합 측에서도 같은 결정이 이루어질 전망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중보기도"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오직 유일한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하실 수 있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교회와 성도들은 이웃과 다른 존재를 위한 기도를 "중보기도"라는 용어로 자리 매김을 해왔다는 것이다. 교회와 성도들에게 확실하게 자리가 매김 된 용어문제를 위에서 말한 이유로 이제 와서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면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실제로 그러한 결정을 내린 교회 안에서도 모두가 흔쾌히 동의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보기도"라는 용어가 무엇을 말하는가? 간단히 말해서 그것은 기도하는 사람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하나님께 하는 기도를 말한다. 신약성서를 볼 때, 그것은 이미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명령하신 기도이며, 예수 자신이 철저히 행하신 기도이며, 바울을 비롯한 사도들이 실천한 기도이다. 마5:44에서 예수는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라"고 가르치셨고, 눅23:34에 따르면 십자가에서 죽어 가시는 예수께서 자신을 죽이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심으로 제자들에게 주신 가르침을 실천하셨으며, 행7:60에 의하면 스데반도 돌에 맞아 죽어가면서도 그를 죽이는 이들의 용서를 위하여 하나님께 기도한다. 사도 바울은 편지를 써서 보낼 때마다 수신자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그 자신을 위하여 기도해 줄 것을 요청한다(롬1:9; 엡6:19 등). 이런 예는 신약성서와 구약성서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논의의 초점은 이러한 기도를 과연 "중보기도"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느냐 아니면 결코 그렇게 불러서는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서- 안 되는 것이냐 하는 것이다. 예수께서 하신 기도만이 중보기도이고, 예수께서 가르치시고 명령하신 기도, 제자들과 사도들이 실천하고 요청한 기도는 중보기도라고 할 수 없느냐 하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먼저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과 인간의 중간에 서서 구원과 화해의 다리를 놓아서 중보(중재)하신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라는 사실이다. 예수께서 하신 중보기도는 바로 그러한 중보사역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바로 이 중보사역과 중보기도라는 용어를 구분해서 생각한다면, 오늘의 교회와 성도들이 중보기도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지 않겠는가?

이를 구원의 사역과 구원의 말씀의 관계에 비교하여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구원의 사건은 예수께서 하늘의 보좌를 버리시고 이 세상에 사람으로 오셔서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영생을 주신 사건이다. 이 구원의 사건을 오늘 그 누구도 대신하거나 반복할 수 없다. 그 사건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에 의해서 이루어진 사건이다.

그러나 그 분이 이루신 그 구원의 사건에 관한 말씀은 어떤가? 우리는 그 말씀을 복음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복음의 증언과 선포는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사명이다. 구원의 사건을 우리가 반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구원의 사건에 관한 복음을 우리는 말할 수 있다. 복음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을 말한다고 해서 오직 그 분만이 "복음"이라는 말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 그것이 될 법이나 한 말이겠는가? 한 단계 더 나가서, 사도들 이래로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에 이르기까지 인간들의 복음 선포활동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구원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우리들의 선포활동이 없다면, 그리스도의 구원사건은 지속되지 않은 채로 박물관 안에 전시된 유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복음의 선포활동은 우리가 하는 일이지만, 신앙적으로는 부활하셔서 하나님의 오른 편에 계시는 주님께서 성령을 통해서 우리 안에서 이루시는 구원사건이다. 예수는 구원사건을 이루셨고, 그에 관한 복음을 선포하라고 명하셨으며, 성령으로 우리 안에 계셔서 그 선포의 사역을 계속하고 계시는 분이라고 할 수 있고, 우리는 그 주님께서 사용하시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근거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말할 수 있다.

중보사역과 중보기도도 바로 그런 관계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는가? 사실 신약성서 어디에도 예수의 기도를 "중보기도"로 정의한 곳은 없고, 예수가 제자들에게 명령한 기도를 역시 "중보기도"로 규정하지도 않는다. 요17장에 나오는 예수의 기도는 세상을 떠나서 하늘 아버지께로 돌아가기에 앞서서 세상에 남겨진 제자들을 염려하며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는데, 이를 대체로 "대제사장으로서 예수의 기도"라고 한다. 또 히브리서가 예수의 구원사역을 구약성서의 제사신학의 맥락에서 "대제사장의 제사"로 말한다. 이 때 대제사장이란 구약시대에 하나님과 백성의 중간에 서서 중보의 역할을 담당했던 직분이다. 우리가 예수의 사역을 중보의 사역, 그의 기도를 중보기도라고 한다면, 바로 그런 전승에 기인한 것이다. 롬8:34에 의하면, 부활하신 예수께서 하나님의 오른쪽에 오르시고, 거기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위하여(intercessio) 대신 기도하신다. 또 롬8:26에 의하면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를 모르는 우리들을 대신하여 성령께서 기도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독생자요 인류의 구원자이신 예수가 행하신 것과 동일한 바로 그 "중보사역"을 할 수는 없다. 마치 예수께서 달리신 십자가에 우리가 달릴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 십자가 사건을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아니 말해야 하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는 예수의 뒤를 따라서 중보기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들이 예수와 동일한 중보의 사역을 반복할 수는 없지만, 예수처럼 중보의 기도를 할 수는 있지 않겠는가? 살아 계신 주님께서 우리 안에서 복음선포 사역을 계속하셔서 구원의 사건을 이루어 가시고 계신 것처럼, 바로 그렇게 주님께서 성령으로 우리의 기도를 통해서 중보의 사역을 계속하신다고 생각하면 잘못인가?! 우리가 복음선포의 도구인 것처럼, 중보기도의 도구가 될 수는 없는 것인가?! 예수께서 나를 따르라고 제자들을 부르신 것은, 단순히 윤리적인 삶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예수처럼 우리도 이웃을 위하여 희생하고, 헌신하고, 기도하고, 복음을 전해서 그래서 그들을 하나님의 구원에로 초대하라고 부르셔서 따르게 하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얼마든지 "중보기도"를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기도가 단순히 나라는 한 인간의 행위가 아니라, 내 안에 계시는 성령의 활동이라면, 더더구나 가능하지 않겠는가?!

물론 나는 "중보기도"라는 용어에 우리가 유의해야 할 측면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나는 신학적인 용어들의 중요성을 이런 기회에 다시 한번 심각하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교회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토론을 거쳐서 최대 공약수를 찾아 내는 신앙적 지혜가 모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조경철 교수(신약신학, 감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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