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패배 진정한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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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의 월드컵 4강전이 끝이 났다. 그동안 월드컵 1승과 16강에 목말라 있던 한국이 4강에 진출한 것 자체로도 큰 이변이었지만, 한국 선수들의 불타는 투지와 지칠줄 모르고 달리고 달리던 그 모습을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은 내심 우승을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한국 선수들은 경기에서 분투하고도 아쉬운 패배를 맛보았다.

하지만 거듭된 연장전으로 지친 상태에서 우리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독일 선수들과의 투혼을 불사르는 그 모습은 경기를 시청하는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과 함께 숭고한 마음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독일전에서의 안타까운 패배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패배를 용납하며, 오히려 찬사의 박수를 보냈던 것은 모든 한국 선수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 이상의 노력을 다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진정 훌륭했고 자랑스러웠다. 선수들은 경기 내내 볼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했으며, 상대팀이 우리 보다 강팀임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가지고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부드럽게 승부에 최선을 다했다.

한국 국민들은 다시 오기 힘든 기회를 잡은 한국팀의 우승이 산산조각 났음에도, 그래서 그 충격이 말로 다할 수 없이 컸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순수하게 패배를 용납하고 우리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칭찬과 찬사를 보내주었다.

독일과의 패배 이후의 모습은 슬픔과 아픔이 있어도 그것을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 삭히고 또 삭히는 '恨'의 나라 대한민국, 그리고 그 국민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많은 이들이 한국인의 恨을 두고 약자의 설움이라 표현하지만, 진정 한국의 위대함, 한국인의 우수함은 여기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닐까! 한국인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아낌없이 자신의 열정을 발산했다. 하지만, 한국인의 힘은 열정적인 응원보다 패배를 용납하는 그 과정을 통해 더 어김없이 나타났다고 본다. 한국인들은 그리고 한국 선수들은 약함 속에서 드러나는 강함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예수님 또한 열광적인 메시야로 이 땅에 오지 않으셨다. 그 분은 거대하고 크고 화려한 모습으로 자신을 보이기를 원치 않으셨다. 그분은 십자가 앞에서 강하고 담대하게 '내가 저 십자가를 질 수 있다' 그렇게 외치지 않으셨다. 그분은 십자가 앞에서 무릎을 꿇고 피땀을 흘리며 기도했다. '아버지여! 이 잔을 내게서 옮겨 주십시오.' 하지만, 그분은 또 기도했다. '당신의 뜻이 거든, 그 십자가를 내가 달게 지겠습니다.'

진정한 강함은 약함 속에 드러나는 것이다. 고린도를 개척하기에 앞서, 몹시 두려워 떨었다고 바울은 고백했다. 하지만, 하나님의 능력에 힘입어 바울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도가 되었다.

경기 후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나는 약했지만, 하나님은 강하셨다. 그 능력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승리를 얻었다"고 고백했던 한국 선수들.

많은 국가들이 자신의 패배에 대해 심판을 욕하고, 패배를 인정하지 못해 폭동을 부리고 난동을 부렸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돌아섰다.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했다.' 국민들은 한없이 더 아쉬운 마음을 감추며 속으로 크게 크게 울며 뒤돌아서서 걸어가고 있을 선수들을 향해 속으로 외쳤을 것이다.

이번 월드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월드컵을 바라보며, 우려의 뜻을 표하게 하는 여러 요소들이 있었지만, 한국 선수들은 이번 월드컵을 어느 대회보다 숭고하고 아름다운 경연의 장으로 바꾸어낸 주인공들이었다. 이들은 진정 아름다웠고 최선을 다했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자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부심과 용기와 힘을 주었다. 이들은 진정으로 월드컵의 보이지 않는 승자가 되어야 하리라.

이제 월드컵의 열기를 잠재우고,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날이 멀지 않았다. 이제 경기장에서 열호하는 그 모습을 벗어나, 조용히 그러나 '할 수 있다'는 의지의 주먹을 다부지게 부여쥐고 새롭게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해야 할 때가 왔다.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승리의 때에는 승리의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며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비록 패배의 아픔을 맛본다 할지라도, 의연하게 '주신 축복에 감사하며 살아가자.' 패배에도 떳떳하고 의연할 수 있는 것. 이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 혼신의 힘을 다한 자만이 맛볼 수 있는 하나님이 주시는 가장 값지고 아름다운 삶의 보상이다.

노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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