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가려진 노동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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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함성과 축제 뒤에 가려진 고통이 있다. 어느 기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월드컵에 가려진 눈물'이 있다.

바로 월드컵을 후원하는 여러 다국적 기업들의 반인권적 노동 착취이다. 대표적인 아디다스를 비롯하여 나이키, 리복, 갭,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많은 다국적 기업의 엄청난 후원으로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리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언론과 양식있는 비판자들은 FIFA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있다고 지적하였다.

즉 월드컵이 단순히 축구대회가 아니라 이제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었으며 그들만의 잔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이런 배경에서 FIFA와 월드컵대회는 상업주의의 대상물이 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기야 월드컵 중반인데 이익금만 벌써 2조 3천억이 넘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지난 5월 27일부터 '2002 FIFA 한ㆍ일 월드컵'을 앞두고 노동자ㆍ 아동노동착취를 하는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에 반대하는 공동행동이 시작되었다. 본회를 비롯하여 '아시아모니터지원샌터' 등 국내외 13개 단체와 후원 2개 단체가 기자회견, 세미나, 거리 홍보와 시위, 현장방문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이슈는 다음과 같다.

첫째, 월드컵을 후원하는 초국적 기업들은 노동착취와 더불어 노동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저임금과 강도 높은 노동으로 말미암아 많은 노동자들이 착취당하고 있으며 노동자의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중국에서는 정치수감소의 정치범들이 하루 12시간 안팎으로 아디다스의 축구공을 생산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과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스포츠 산업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노동기본권이 박탈당하는 사례들이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 중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다. 콜롬비아의 노조는 코카콜라와 전쟁을 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콜롬비아노동조합총연맹에 의하면 노조원에 대한 살해사건이 2001년 최소 50% 증가하여 2000년 112건에서 2001년에는 최소 171건이 집계되었다고 한다. 더 놀라운 일은 이들 노조원들을 살해하는 것이 민병대와 모종의 조직들인데 대개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는 것이다. 코카콜라와 같은 월드컵 후원 다국적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이렇게 살인, 납치, 고문 등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산업과 축구 용품 생산에 종사하는 많은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며 가족을 부양하기도 힘들 정도의 낮은 임금을 받고 15시간 이상의 긴 노동시간을 감당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의 기본권마저 누리지 못하고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히며 노동을 하고 있다. 바로 월드컵 행사를 후원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인권 침해가 심각한 형편이다.

둘째, 월드컵에 관련된 다국적 기업의 노동착취에서 가장 눈물나는 일은 아동노동자들이다.

글로벌 마치('아동노동반대 세계행진[Global March Against Child Labour]'는 1998년 1월 17일 결성된 범세계적인 사회운동기구이며 아동들의 노동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시알코트 지역의 축구공 제조 사례이다. 축구공을 만드는데 노동하고 있는 아이들은 하루에 14시간 동안 똑같은 자세로 앉아 무릎 사이에 가죽 조각을 고정시킨 채 축구공의 조각을 꿰메고 있다. 많은 아동들이 어두운 방에서 오랫동안 집중하여 일을 하기 때문에 시력장애가 생기고 있으며, 바늘에 찔리거나 손과 손가락이 상처를 입거나 구멍이 나고, 실을 잡아당겨야 하기 때문에 쌔끼손가락이 비틀어지고, 허리 통증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축구공을 완성하여야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온 가족이 동원되어 축구공을 만드는 일에 시달리고 있다. 여는 마을에 경우는 한 집에 세 자매가 한 조로 일하고 있었는데 6-7세 가령의 동생 두 명이 가죽조각에 구멍을 뚫고 나면 8살짜리 언니에게 가죽조각이 넘겨진다. 언니는 그 조각들을 서로 꿰멘다. 이 아이들은 공 한 개당 13Rs를 받으며 하루 평균 4-5개의 축구공을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8-14세 아이들은 주로 좀 작은 편에 속하는 홍보용 축구공을 만들고 있었는데 이 축구공은 코카콜라 축구공이나 비디오에서 볼 수 있는 <이코노미스트>의 홍보용 축구공이다. 이렇게 만드는 데 받는 임금은 평균적으로 작은 홍보용 축구공은 한 개당 10Rs(0.17$), 수출용 사이즈 축구공은 한 개당 20Rs(0.34$)이다. 성인들은 하루에 홍보용 축구공 10개까지, 공식 축구공은 5개까지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파키스탄의 시알코트에는 3559개의 스포츠용품 생산업체가 있으며 10억불에 해당하는 수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키스탄은 세계 최고의 축구공 생산국이다. 그래서 파키스탄은 1994년에 시알코트 프로젝트를 위하여 ILO가 실시하는 아동노동근절에 관한 국제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 목적은 축구공을 만드는 아이들에게 낮에는 무료교육을 시키고 부수입을 위하여 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다행히 1998년 FIFA와 FIFA의 라이센스 용품을 생산하는 스포츠산업 기업들은 생산과정에서 아동노동을 배제하고 적절한 노동환경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1999년, 2000년 파키스탄과 인도에서 축구공 생산에 아직도 많은 어린이들의 노동력이 이용되고 있다는 상세한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들의 임금은 대부분 법적 최저 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며 FIFA와 스포츠 용품 기업 사이에 맺어진 노동계약 조건이 상습적으로 위반되고 있다고 보고되었다.

이와 같이 축구공을 만드는 데 아동들이 노동에 동원되고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건강을 해치고 있다.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오로지 노동하는 아이들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 월드컵에 가려진 아동노동자들의 눈물이다.

셋째, 아시아에 진출한 한국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동남아 여러 나라에 한국의 기업들이 현지에 투자하여 일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대한 불만과 불평은 날이 갈수록 심각하다고 인도네시아노동조합연맹은 보고서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자카르타)에 진출한 한 한국기업의 예이다. 이 회사는 초국적 기업의 하청회사로서 임금을 하루 14,462 루피아(1.3$)를 지급하고 있다.

이는 하루 식비와 교통비에 해당하는 생계비 2,500 루피아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국제빈곤 수준인 하루 2$에도 못 미치고 있다. 대략 한달에 400,000 루피아를 받는데 한달 주식비, 교통비, 주택비, 의료비 등을 합하면 368,000-418,000루피아가 있어야 생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잔업을 해야 하고 주문량이 많아질 경우, 강제잔업을 24시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빈번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의 관리자들의 일상적 언어가 모욕적이고 현저히 인종주의적 차별에 있다. 노동자들에게 "개#&, 원숭이"로 부르는 일은 다반사다. 이런 모욕적 행위가 노동조합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심하다는 것이다. 노조에서 탈퇴하기를 강요하고, 잔업이나 일을 주지 않고, 해고와 협박을 일삼는 것이다. 나아가 납치와 살해의 협박은 공포의 도가니라고 보고되었다.

반대 캠페인 공동행동 세미나 때, 인도네시아에서 온 노동자 라마나는 이렇게 증언했다. "도손이라는 회사는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합작회사로서 나이키와 리복 등 스포츠 용품을 만드는 하청기업입니다. 한국인이 고용주인데 노동자를 심하게 다루고 심지어 폭행, 구타를 합니다. 또한 노동조합에서 사퇴할 경우 승진을 약속하는 등 비열한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기업에 대해 이미지가 아주 안좋습니다."

지구촌에서 한국 고용주들의 무례함과 오만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정말 창피스런 일이다. 이는 7-80년대 군부독재 시절 오직 돈벌이만을 위해 노동자를 짐승처럼 취급하던 저질 악덕기업들의 작태를 고스란히 동남아시아에 옮겨놓은 것이다. 이들의 증언과 보고서를 읽으며 창피함과 더불어 소름이 끼치며 속으로부터 울분이 치솟았다.

그러므로 월드컵 축구대회가 모든 이들의 축제요 페어플레이 게임이 되려면 스포츠 산업 뒤에 가려진 노동자의 고통이 사라져야 한다. 특히 13세 이하 어린 나이의 아동노동자의 눈물이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FIFA와 스포츠용품 산업체 기업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우리는 해야 한다. 바로 한국교회는 정의와 평등의 그리스도의 말씀이 축구공을 만들기 위해 노동하는 아시아의 아동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진 뿐만 아니라 FIFA와 월드컵 후원 기업들을 감시하는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ILO(국제노동기구)와 같이 ILO 노동기준을 지키도록 스포츠용품 산업체에 압력을 가하고 불매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 공동행동 성명서에서 밝힌 것처럼 FIFA는 축구용품 생산에 아동노동을 사용하지 말 것을 후원 기업에 강력히 요구하고 제재하여야 한다.

그리고 나이키와 아디다스,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은 노동권 착취를 즉각 중지하고 생활임금 보장과 노동자의 결사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 나아가 해외투자 한국기업들은 노동법을 준수하고 군사문화적 노무관리를 중지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월드컵을 개최하는 국가로서 국제적 지위가 회복될 것이다.

지금도 명동성당 앞에는 장기파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해고로 빗속 거리를 서성이는 노동자들이 있다. 다 그들의 눈물은 월드컵으로 말미암아 가려졌다. 그들의 눈물이 있는 한 월드컵은 가진 자들의 축제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월드컵 뒤에 가려진 노동자들, 특히 아동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박진석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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