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등학교 때 세계사 시간에 분명히 이렇게 배웠습니다. 근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은 프랑스 혁명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인본주의적 세속사의 입장에서 교육을 받았던 우리는 프랑스 혁명이 마치 근대적 민주주의의 출발점이 된 것으로 배웠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은 민주주의보다는 오히려 집단주의, 전체주의를 발전시켰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때 혁명을 일으켰던 사람들은 '자유, 평등, 박애'라는 매력적인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그러한 매력적인 슬로건과는 달리 프랑스 혁명은 폭력과 살육의 혼미를 거듭하다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는 독재자를 등장시키고 끝을 맺었습니다. 이것은 인본주의의 결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모습이 아닐까요?
인본주의자들은 '인간'을 어떻게 봅니까?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던 볼테르나 루소의 철학은 인간의 본성을 선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수의 목소리를 신의 목소리로 여겼고 다수의 절대적 통치권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들에게 여론은 제일 중요한 가치의 기준이었고, 다수 여론을 대표하는 정치 권력은 개인의 생명이나 개인의 권리를 박탈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질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결국 프랑스 혁명은 10년 동안 선한 본성을 가진 인간에 의해 선한 본성을 가진 인간 4만 명이 학살되고, 혁명 세력들도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끝을 맺었습니다. 인본주의는 항상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납니다. 반면에 근대적 민주주의의 모체가 되는 영국과 미국의 정치적 개혁은 큰 혼란이나 피 흘림이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영국과 미국의 정치적 개혁 이면에는 "하나님이 역사를 통치하신다!"는 사상이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하나님이 없는 인간 중심의 역사는 항상 비극을 만들어 낼 따름입니다. 왜냐하면 죄가 인간을 감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본주의의 문제점은 인간 자체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감싸고 있는 죄로부터 비롯됩니다. 모든 인간 문제의 원인은 바로 죄에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회의 문제도 바로 그 뿌리는 죄에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인간 중심적인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 경쟁은 거의 사라졌지만 이데올로기의 가장 큰 취약점은 무엇입니까? 바로 '인간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인간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외면하면 어떤 이데올로기도 바른 모습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인간은 죄인이기에 인간 중심의 인본주의로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죄인이고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때 인간은 비로소 진리의 장으로 들어서게 되고, 인간의 모든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자기의 잘난 맛에 산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대화는 잘 들어보면 '내가 이렇게 똑똑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은 좋지만 그러한 착각 때문에 얼마나 손해가 막심합니까? 우리는 우리 인생이 얼마나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존재인가를 생각하고 겸손히 하나님을 목마르게 찾아야 할 것입니다.
꽤 오래 전에 TV에서 '지구 대 기행'이란 프로를 방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프로에서 공룡의 멸망이란 주제를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성경이 공룡을 인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고, 그 프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쥬라기 시대에 공룡은 육해공을 완전히 정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공룡이 멸망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어떤 과학자들은 빙하기 시대가 다시 도래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어떤 과학자들은 먹을 것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이유가 나왔지만 그 중에서 최근에 가장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운석충돌설'이라고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상에 운석이 떨어져 지구가 불바다가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공룡이 갑자기 멸망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운석충돌설입니다.
지구가 불바다가 되려면 얼마만한 운석이 떨어져야 할까요? 과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지름 2Km 크기의 운석이 떨어지면 지구는 3개월 동안 불바다가 된다고 합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지름 2Km면 아주 조그마한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나 우주를 떠돌던 운석이 지구 근처를 지나다가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엄청난 속도로 와서 부딪치면 그 에너지는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딪친 곳에 엄청난 에너지가 생겨나게 되고 그 에너지 폭풍이 전세계로 흩어져 한 곳도 예외 없이 지구 전체가 3개월 동안 불바다가 된다는 것입니다.
오직 2Km의 운석에도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줍니까? 인간 중심의 인본주의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를 잘 말해줍니다. 사실상 우리 앞에 당면한 모든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거의 유일한 길은 모든 인본주의적 사상을 버리고 하나님의 섭리를 앞세우고 하나님 중심적인 역사를 펼쳐나가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가 인본주의를 버릴 때 우리에게 진정으로 사는 길이 보이게 될 것입니다.
이한규 목사(분당 사랑의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