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쓰레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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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목회를 한지가 4년이 넘었는데 항상 내 마음에 불편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쓰레기 처리 문제였다. 그것이 뭐가 마음이 불편한 것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쉽게 생각해서 타는 것은 자기 집 앞 냇가에 가서 태우고 안타는 쓰레기는 걸음탕-밭에 뿌리려고 걸음을 모아두는 곳-에 버리고 재활용은 모아 놓았다가 면사무소에서 가지러 오면 주면 되는 것인데...

그러나 농촌의 쓰레기 처리 현실은 그렇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쉽지가 않은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올바로 버릴 대가 없는 것이다. 집 앞의 냇가에서 태우고 남는 재는 어떻게 되는 것이며 타다 남은 쓰레기와 안타는 쓰레기인 호일 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장마가 나면 저절로 물에 떠내려가는 것이다. 이러니 우리들의 샛강이 오염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장마가 지나가고 텔레비전에서 본 강원도의 어느 호수처럼 온통 쓰레기더미가 가득 한 것처럼 시골의 냇가에도 마찬가지로 가장자리에는 각종 오물로 뒤덮여 있다. 그런 환경을 보면서 마음이 편지 못해서 우리교회 앞과 집 앞의 냇가만이라도 쓰레기를 치우고 싶은데 아직 까지 한번도 해보지를 못했다. 쓰레기를 모아오면 처리하는 것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쓰레기도 처치하지 못해서 고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4학년인 딸 지혜와 함께 우리 교회와 집 앞의 냇가만이라도 꼭 청소하려고 다짐하고 있다.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어느 날 면사무소에 가서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되느냐고 물어 보았다. 대답은 너무너무 쉬웠다. 쓰레기 봉투를 사서 면사무소 앞에 갔다 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차가 있는 사람들은 불편하지 않지만 차가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그리고 농촌에는 노인들이 많이 사시는데 그렇게 알아서 하실까? 아마도 농촌에서 사시는 우리 어르신들은 쓰레기 봉투를 사오는 것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실 것이다.

햇볕이 내려 쬐는 어느 날, 면사무소에서 쓰레기 봉투를 사와서 쓰레기 태운 재를 쓰레기 봉투에 담고 있는데 동리 아주머니가 오셔서 보더니 쓰레기 태운 재를 봉투에 넣는 것을 보시고 '신문에 날 일이네유'하며 웃으시면서 -어이가 없으시다는 듯- 하시는 말씀이 '저 너머 산에 갔다 버리면 되는 것이지유' 라고 하셨다. 나는 이렇게 신문에 날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비단 그 아주머니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농촌 분들의 생각이 그럴 것이라면 내가 너무 하는 것일까.

관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농촌의 쓰레기 처리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을 것 같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고 인적이 드문 산기슭에 갔다 버리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좀 힘들더라도 관에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쓰레기 수거를 해가며 마을의 어디에 갔다 놓으라고 장소를 지정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원평교회에 오기전의 사역지도 농촌 지역이었다. 조그마한 개울을 경계로 충북하고 경북이 나누어져 있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다. 같은 마을이지만 주소는 달랐다. 어느 날 해가 서산에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을 때, 우리 집 네 식구는 윗마을로 산책을 가고 있었다. 아들 요한이는 돌을 던지며 걷고 지혜는 사뿐사뿐 발걸음도 가볍게 걷고 있었다. 그런데 윗마을의 넓은 공터에서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얼핏 듣기로는 싸우는 소리로 들렸다. 그러나 싸우는 소리는 아니고 이유인즉, 누가 마을 공터에 쓰레기를 버려서 그 쓰레기에 면사무소에서 나와서 '과태료 부과대상'이라는 종이를 붙이고 갔는데 아무도 버린 사람이 없다며 누가 버렸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웃집 아주머니가 나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배운 것 없어 가지고 글씨를 몰랐고만 이게 무슨 짓거리랴.' 경상도 시골 아주머니의 억센 억양의 말로 소리를 지르시는 것이었다.

동리 사람들끼리 싸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지 '우리가 저 쓰레기 치울까요?' 하는 아내의 이 한마디에 매일 시골의 환경이 어떠니, 시골의 쓰레기 처리 문제가 어떠니 하며 혼자서 환경운동가처럼 말하는 나로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어떻게 저 쓰레기를 치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쨌든 우리는 마을 공터에 버려진 그 쓰레기를 손수레에 가득 싣고, 아내는 양손에 들고 와서 교회에서 분리 수거를 해서 태울 것은 태우고 재활용품은 모아서 가져다 버리기로 작전을 짜고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해가 서산에 넘어가서 어둠이 깔리는 밤이 되어 가고 배는 고프지만 우리는 열심히 쓰레기를 처리 작업을 하였다.

이런 쓰레기 때문에 일어나는 갈등이 비단 이곳에만 있는 일일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농촌지역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쓰레기 처리하기가 곤란한 곳은 도시라고 생각하는 시각부터 버리고 철저한 관리가 요망된다. 예를 든다면 농약 병 수거 문제이다. 농약을 파는 농약사로 다시 가져오게 하는 방식을 취하면 어떨까? 이리저리 갈곳 몰라 헤매는 주인 없는 농약 병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유길상 전도사(원평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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