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의 한숨을 웃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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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장 큰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올해에도 예년과 다름없이 그리운 부모와 친지를 찾는 많은 이들의 발걸음으로 전국은 교통대란을 치를 전망이다.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많은 이들은 오랜 만에 모든 가족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나누는 가운데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확인하고, 한가위의 보름달보다 더 큰 내일을 향한 희망을 마음에 담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인간이 돌아갈 곳이 있음이 큰 축복이라는 사실을 명절을 맞을 때마다 새삼 생각해본다. 정처 없이 방황하는 나그네의 삶을 동경하는 이들도 많지만, 안식처를 찾는 인간의 발걸음은 누구도 멈출 수 없다. 결승점이 없는 마라톤을 뛴다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형벌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몸은 땅으로, 영혼은 '하나님 나라'로 돌아갈 것이라 했던 성경의 말씀대로 인간은 다시 돌아갈 영혼의 안식처를 찾아 헤매고 있는 지도 모른다. 예수님께서 오셔서 그 백성들에게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을 심어주며, 이들을 위로했던 것은 지치고 상한 이 땅의 영혼을 향한 큰 기쁨의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먼 타향의 땅에서 갈 곳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쓸쓸한 추석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국의 땅에서 느끼는 이들의 설움은 추석의 흥겨운 분위기 만큼이나 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갈데 없는 나그네들의 설움을 한층 더 짙게 하는 것은 한국의 이들을 향한 몰인정하고 비인권적인 태도이다. 이미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향한 비인권적 처사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외국인 연수제라는 이름하에 진행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정책은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들은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해가고 있으나 가혹한 노동탄압과 성폭력, 산업재해로 등으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다. 이런 외국인들을 가차없이 몰아내는 정부의 정책은 원성만을 더할 수 밖에 없다. 또한 30만명 내외로 추산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각종 질병과 산업재해에 시달리면서도 신분상의 불안으로 의료혜택에서도 완전히 소외되고 있다.

지금 동남아시아 등에는 한국에 직업연수를 위해 방문했다 손 등이 잘려서 쫓겨난 장애인들이 반한 감정을 품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이는 외교적으로 보았을 때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오는 이들은 약소국의 백성이기는 하지만, 대학교육을 받은 인재들인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오라고 타국에 보낸 자식이 불구자가 되어 돌아온 것을 보며, 부모들이 느끼는 안타까움들이 어떠하겠는가? 최근 군대에 보냈던 자식이 의문사로 죽어 이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들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바 있었던 것처럼, 그들의 가슴 깊은 응어리와 한을 한국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타향의 설움을 더욱 듬뿍 안겨주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을 떠나야 할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고, 불법체류자들은 출입국 관리자 등 정부의 불시검문을 피해 힘겨운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합법적 체류자들을 검문하는 등 정부의 비상식적인 외국인 노동자 정책으로 인한 외국인 인권 침해 사실이 여기 저기서 들려와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 많은 기독교인들이 앞장서 외국인 인권 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있고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성직자들은 내년 3월이면 국내에 있는 모든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은 출국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을 바꾸도록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수차례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 정책에 대해 여전히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추석 등을 맞아 재소자 특별 사면 등의 조치를 취해왔던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에게 합법적으로 국내에서 일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짙은 시름이 한결 덜어질 것이다.

추석을 맞아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와 서울조선족교회 등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로하는 다양한 잔치를 마련하고 있다. 지치고 상한 마음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자리는 한국인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심어줄 것이며, 또한 교회의 선교적 차원에서 큰 역할을 감당할 것으로 보인다.

소외된 이웃을 향해 사랑의 손길을 보내왔던 한국교회가 추석을 맞아 외국인 노동자들이 크게 웃을 수 있도록, 더욱 큰 관심을 가져줄 것을 기대한다. 성경에서는 이방의 나그네를 멸시치 말고 이들에게 교회가 더 큰 사랑을 보여줄 것을 권면하고 있다. 또한 찾아가는 선교보다,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들을 효과적으로 전도할 수 있는 방안을 한국교회가 적극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타국인이 너희 땅에 우거하여 함께 있거든 너희는 그를 학대하지 말고 너희와 함께 있는 타국인을 너희 중에서 남은 자 같이 여기며 자기 같이 사랑하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객이 되었더니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레위기 19:33-34)

노승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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