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과 워싱턴, 펜실베이니아에서 벌어진 참혹한 테러가 발생한 지 1년이 흘렀다. 911 테러 1주년을 기리면서 미국과 세계 곳곳에서는 추모 행사가 연이어 열렸다. 미국인들은 911테러 1주년을 맞아 "우리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는 구호를 반복했다.
9월 11일 미국 곳곳에는 성조기와 십자가가 세워지고, 수백여 개의 교회에서는 눈시울을 붉히며 3천 여명의 테러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추모 예배가 드려졌다. 전 세계에서 날아온 추모의 메시지가 예배에서 전달되었고, 테러 현장에서는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 둘씩 부르고 추모의 종을 울렸다. 희생자 가족들은 이름이 불려질 때마다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911테러의 충격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종교 지도자들 역시 이런 추모의 거대한 행렬에 동참하여, 곳곳에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건넸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지난 날 테러를 저질렀던 형제들에게 자비와 용서를 베풀자"는 말을 전하고 "그 어떤 폭력 행위도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지 캐리 캔터베리 대주교는 뉴욕의 추모예배에 참석, "악은 악일뿐 어떤 것도 이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부시 美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라크 공격을 강행하려하는 반면, 미국 기독교계에서는 이슬람과 기독교간의 적대심을 녹이고,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를 만들어 가자는 다종교 집회를 전국적으로 펼치고 있다. 미국교회협의회의 오픈도어스 프로젝트도 이웃인 무슬림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화해하고 평화를 만들자는 취지 아래 벌어지고 있다.
역사는 항상 인류에게 많은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현재는 과거의 반영이며, 미래의 투영이다. 많은 이들은 과거의 역사를 통해 오늘을 살아갈 삶의 지혜를 얻고, 내일을 살아갈 삶의 방향을 얻는다. 하지만, 또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지난날의 잘못을 동일하게 반복하며 지루한 삶을 되풀이 하고 있다.
우리는 911테러와 그들의 무고한 희생의 피를 잊어서는 안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너무나 쉽게 기억의 저편으로 밀어내서는 안된다.
911테러를 추모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기독교인들은 2000년 전 우리를 위해 희생당하신 예수님을 생각하고, 그 삶을 기억하며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삶의 지혜를 얻는 지 반문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그 피의 희생과 죽으심을 기억하고, 그 죽으심에 합당한 삶을 오늘에 살아가고자 노력한다면 세상에 다시금 911은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