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5개나 되는 스포츠신문을 사서 읽어보면, 우리의 머리속에 자리잡은 일반상식의 틀은 완전히 깨져 버리고 만다. 우리 스스로가 이런 상식을 깨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신문사들이 우리의 자의적 동의없이 스포츠신문에 대한 상식의 선(線)을 과감히 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신문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기윤실이 스포츠신문항의운동을 펼친지 올해로 13년째이다. 기윤실의 역사가 올해로 15년인데, 이는 기윤실이 펼쳐온 운동가운데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모르긴 해도 시민단체가 펼쳐온 단일운동으로는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기윤실은 여러 가지 제약과 힘든 상황속에서도 황색저널리즘을 표방하는 스포츠신문들과의 길고 지리한 싸움을 질기게 이끌어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문제삼고 있는 스포츠신문의 문제점중 가장 크게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성인콘테츠를 담고있는 5개 스포츠신문사들의 모(母)기업들이 중앙일간지라는 사실이다. 신문사들은 자기업의 모체라 할 수 있는 중앙일간지들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변명을 늘어놓지만, 실상은 일간스포츠는 한국일보가, 스포츠조선은 조선일보, 스포츠서울은 정부출자 신문이었던 대한매일이, 스포츠투데이는 국민일보, 굿데이는 경향신문이 스포츠신문사 주식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다. 5개 스포츠신문사들의 실제 소유주는 우리나라 여론을 주도한다는 중앙일간지이다. 자사만이 '할말을 하는 신문'이며, 때때로 '민족정론지'를 자처하는 신문사들이 돈벌이 앞에서는 언론사로서의 사명을 망각하는 모습을 우리는 매일같이 스포츠신문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신문이 5개나 되지만, 그 내용이나 구성에 있어서는 대동소이하다. 우선 신문 1면에는 유명 연예인이나 로어터 통신이나 AP통신에서 전송된 전라수준의 글래머 여인들이 요염한 시선을 한 사진이 게재되고 14면까지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골프, 경마, 기타 스포츠등 인기도 순으로 각 경기의 결과와 분석이 나오고 나면, 나머지 40면까지는 연예오락, 광고로 도배된다.
스포츠신문에 연예인들의 사생활과 최근 동정에 관한 기사가 나온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그것은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러나, 독자들의 흥미를 끌려는 목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추측해서 보도하는 태도는 언론이 반드시 버려야 할 보도관행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오보로 인해 명예훼손을 당한 연예인들이 법정투쟁으로 끝내 승소하는 것으로 보아서 스포츠신문사들은 자체 검열을 하며 자사의 이익에 손해가 되는 기사는 게재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따라서 이런 보도 관행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스포츠신문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각 신문사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연재만화, 연재소설 등 연재물들의 종류가 확연히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에로영화를 방불케 하는 성행위 묘사와 여성 성기부위 노출정도가 훨씬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선정주의적 보도 행태가 더 만연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서슬 퍼런 칼로 사람의 머리를 내리찍는 장면이라든지, 잘려진 나무 끝으로 사람의 배를 찌르고 고문하는 장면, 피가 낭자하는 조폭들간의 패싸움 장면 등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인공의 폭력은 용인되어도 된다는 사실을 주입시켜 청소년들의 정서와 가치관을 파괴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 올 우려가 있다. 이런 장면은 청소년들이 폭력을 쉽게 사용하게 할뿐만 아니라, 어떻게 칼을 찌르는지 어디를 공격해야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폭력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스포츠신문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 성인방송사로 부터 뇌물을 받고 홍보성 기사를 써준 기자들이 구속된 사건이 말해주듯이 성인사이트의 실태를 고발하는 것처럼 보도하면서 전라의 여체사진을 게재하고, 사이트주소와 이곳을 접속하는 방법까지 안내해 주는 역할을 스포츠신문이 해왔다. 그리고 그 아래 란은 온갖 종류의 성인방송 사이트 광고들이 전라의 여성들의 요염한 포즈와 자극적인 광고문구와 함께 버젖이 게재되고 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남녀 성관계'라는 문구가 적힌 연락방 광고로 성인남녀만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에게까지 유혹의 손길을 뻗치며 원조교제의 문제를 야기시기고 있고, 국내에는 유통이 불가한 심의를 받지 않는 불법수입 포르노 비디오 테잎, CD광고가 하루에도 70건이상씩 게재되고 있는 상황이다. 요컨대, 스포츠신문은 모든 성인정보를 한번에 제공할 수 있는 불건전 '성인정보의 총람'이라 말할 수 있다. 이런 신문이 5종이나 되고, 하루에도 수 십판씩 찍어내는 스포츠신문을 600원만 있으면 가판대 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어 한국 땅은 길가에서도 소프트코어 포르노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청소년들이 이런 성인정보에 쉽게 유혹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된 것이다.
그러면, 스포츠신문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인가? 그 방향은 분명하다. 스포츠신문이 지금과 같은 보도 행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돈벌이에 눈이 어두어 성인콘텐츠를 게재하기 원한다면, 청소년들에게는 판매되지 못하도록 포장판매 하는 것이다. 포장판매를 하기 싫으면, 성인콘텐츠를 과감히 없애버리고 스포츠 전문지로써의 성격을 분명히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스포츠신문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각 스포츠신문사들의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 5개 스포츠신문사들은 기업이기 이전에 언론사임을 잊지 말고 스포츠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잘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각 신문사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보일 것이라고 믿는 것은 이제 순진한 발상이 되었다. 그동안 기윤실을 주축으로 한 음대협의 항의운동의 역사를 보아도 신문사 스스로 변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지난 13년간 기윤실은 문화소비자운동을 하면서 스포츠신문의 개선을 끊질기게 요청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처와 각 신문사들은 항의수위의 정도에 따라 미진하게 반응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이제는 스포츠신문을 소비하는 수용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할 때가 되었다. 스포츠신문들이 스포츠전문지로 깨끗하게 변화될 수 있는 길은 독자들이 선정적인 스포츠신문을 원하지 않을 때 열리게 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면, 스포츠신문이 타락하고 저질화 된 것에 대한 결과에 우리들도 일조 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독자들인 우리들이 정당한 목소리를 당당히 내야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독자들을 우롱하는 스포츠신문사 들에게 정의로운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이다. 우리 자녀들이 불건전한 성인정보를 접하면서 고통 당하고 있을 때, 이것의 대가로 자기 이속을 차리고 기뻐하고 있을 스포츠신문사 관계자들의 웃음소리를 상상해 보면 불법을 보고도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불의한 처사임이 깨달아 질 것이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스포츠신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그 결과를 가지고 각 신문사들에게 직접적으로 항의하는 것이다. 독자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감시활동은 스포츠신문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여 자정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 활동은 스포츠신문을 청소년보호법 제 8조 5항에 근거하여 청소년유해매체로 포괄지정하기 위해 개설한 'sexports.org' 사이트를 통해 online 항의운동으로 가능하며, 항의전화, 항의편지 발송, 신문사 앞에서의 연대시위, 교회 및 선교단체 캠퍼스 서명운동 등 offline에서도 가능하다. 또한 이 운동을 주위에 있는 이웃들과 교회지체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한 삽한 삽 떠내면 언젠가 산이 없어지듯이 우리들의 작은 관심과 적극적인 실천이 모이고 모일 때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중앙일간지들의 비열한 상업주의는 무너져 내릴 것이다.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기독시민의 의로운 행동으로 보여줄 때, 스포츠신문과의 지리한 싸움도 끝이 날것이고, 우리 청소년들의 얼굴에는 더욱 더 밝은 미소가 그려질 줄 믿는다. 부디 이글을 읽는 독자들부터 스포츠신문 항의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행동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되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주성진(기윤실 문화소비자운동본부 정책 간사. gidohasey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