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들의 사회정착은 통일 이전에 남한이 해결해야 할 범국민적 당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만약 남한이 우리 사회로 온 이들을 외면하거나 이들의 존재를 부담스럽게 여기게 된다면, 우리가 그렇게도 바라고 있다하는 통일을 실제로는 원하지 않고 있다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이들을 다 받아들이는 것 또한 탈북자를 수용할 만한 대책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 큰 사회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에로, 북한에서 남한 혹은 제3세계로의 탈출이라는 결단을 내리고 사선을 헤쳐온 탈북주민들은 실제로 영웅도 아니며, 통일 전선에 이바지하려는 일념을 가진 이들도 아니다.
생존에 대한, 더 나은 세계에 대한 동경과 북한의 폐쇄된 통제를 견디지 못해 탈출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중국 등의 제 3국에서의 도피 생활 과정에 심성이 삐뚤어지고 예의도 제대로 지킬 줄 모르는, 그래서 한국국민들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해소하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탈북주민들에 대한 정착문제는 쉬운 일이 아니며 부단히 이들을 보듬어 안고 이들을 교육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때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국가적 차원에서 이들의 장래문제까지 책임지고 교육할 여유가 없으며, 앞으로도 이들을 돌 볼 시간적 여유도 없다.
무엇보다 사회의 일견에서는 탈북자들을 자신의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온 배신자들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북한이라는 이질적 체제에서 온 이방인처럼 여기는 경우도 많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다 감옥살이를 하고 온 한 전도사는 어느 토론회에서 탈북자를 단순히 배신자, 배반자로만 보지 말아 달라고 했다. 또한 그들을 동포로서 받아주지 못할망정 색안경을 끼고 먼저 대하기 때문에 그들의 설 자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북자를 돕는 한 단체는 탈북 동포들은 정말 외롭고 그들에게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며, 그들을 우리와 같은 시선으로 돌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탈북자들을 돕고, 이들의 아픔과 부족함, 허물을 그대로 용납하고 감싸 안을 수 있는 곳은 교회밖에 없는 것 같다. 한기총 여전도회는 한국 5만교회 탈북주민 1인 도와주기 운동을 통해 탈북자들을 지속적으로 돕고 있으며, 여의도 순복음교회, 영락교회, 송파새벽교회, 새문안교회 등 여러 교회에서 탈북자 1가구당 50만원에서 30만원까지 1년에서 6개월간 지원의 손길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지원받는 탈북자들이 80여명에 이르고 있다.
탈북자들은 70% 정도가 교회를 나가고 있으며, 신앙을 통해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탈북자들에 대한 교회의 지원에 반발하고 있기도 하다. 교회의 이같은 지원이 탈북자들의 자활의지를 빼앗아 정착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좀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말이다.
탈북자들의 정착이 단순히 직업이 있고 걱정없이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다고 해서 정착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망의 땅으로 바라보고 찾아온 탈북자들이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고, 자기를 스스로 한국국민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정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제는 교회가 감당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다.
또한 정부에서 보조하는 탈북자 1인당 정착금은 3천7백만원이다. 이 금액은 3년간 나누어 받게 되며, 1년차에는 1천5백만원을 지원받는다.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정착금은 임대주택료, 본인의 입국비,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여러나라와 북한에 두고온 가족 입국에 소요되는 비용 등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교회의 탈북자를 위한 지원에 과민반응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도 탈북은 이어지고 있으며, 통일의 그 날까지 탈북의 행렬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탈북자들을 돕는 과정을 통해 통일을 향한 디딤돌을 하나씩 놓아가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최청하(탈북자, 세계연합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