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가 목사야, 여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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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목사 안수식에 가족들을 초청했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 10살된 사내조카는 "고모가 목사야, 여자인데?"하며 펄쩍 놀라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 밖에 되지 않은 어린이지만, 어느새 한국 사회의 보편적 통념에 길들여져서 여자가 목사직을 받는다는 것을 무척 이상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이것은 유교적 가부장적 질서가 뿌리 깊게 자리잡은 한국사회 뿐 아니라, 이미 그리스도교 전통 2000여년 동안 축적되어 온 세계적 현상이었다.

여성안수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이미 많은 신학적 작업들이 전개되었다. 특히 성서에 드러난 하나님의 여성적 이미지를 새롭게 부각시키는 일, 성서의 배경이 되는 시대적 특수성을 설명하고, 오늘의 상황에 맞추어 보편적 가치를 부각시키는 일, 성서에 드러난 여성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일등등 다양한 여성신학적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목사의 안수란 설교와 성만찬, 축도를 베풀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는 것이다. 여성에게 이러한 권한이 주어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교회의 역사안에서 오랜 세월에 거쳐 논의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권한은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부여할 수 있다는 제도적 권위로부터 접근하기 보다는 성별의 차이를 너머서서 모든 신앙인이 이미 하나님께로부터 부여받은 복음을 서로에게 전하는 귀한 사명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그리스도교의 근본적 성립근거는 부활이다. 이 부활의 첫 증언자가 여성이라는 점은 바로 복음의 핵심이 여성들의 입을 통하여 이 세계로 증언되었음을 말한다. 복음의 소식을 선포하는 설교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섬김(ministerium verbi divini)"이다. 이러한 봉사의 직분을 수행하는데에 여성이 배제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본래적 의도가 아니라, 인간의 제도가 빚어낸 산물일 뿐이다.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 나라는 신분간, 인종간, 성별간의 모든 차별을 없애고 모든 인간을 동등한 인격체로 변화시키는 전적으로 주권이 하나님에게 있는 하나님의 나라이다. 예수는 심지어 여성들을 제자의 한 무리로 인정하여 주었고, "그 열둘"의 제자들과 함께 활동할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눅 8:1-3, 막 15:40-41, 마 27:51-56) 부활한 예수가 여성들에게 먼저 나타나심으로 인하여 복음 증거의 귀중한 사명이 여성들에게도 주어졌음을 예수 스스로가 명하신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성직 배제의 논리를 내세울 때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바울이고 그는 여성비하적 시각을 지닌 인물로 알려져있다. 이러한 해석의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인간바울과 당시 교회상황이 구분되어 있지 않고, 바울이 직접 쓴 바울서신과 바울의 이름만을 빌린 서신이 분리되지 않으며, 신약성서의 포괄적인 의도를 해석해 내려는 것(Exegese)과는 달리 상황을 무시한 채 주석이 끼친 영향의 역사에 따라 바울을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기위하여 의도적 해석(Eisegese)을 하려는 것에 기인한다. 바울이 여러 여성동역자를 인정하고 언급한 점이나(롬 16: 1-16) 또한 그가 세례 선언문이었던 갈 3:28의 말씀을 받아들여 인용하고 중요시하는 점은 특별히 주목되어야 한다.

성서는 복음과 상황의 변증법적 긴장관계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성서 자체가 쓰여진 문화적 상황,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몇몇 성서귀절에 얽매이고, 교회전통에 일방적으로 얽매여서 여성안수를 거부하는 것은 문제적이다. 우리는 문화적, 시대적 차이로 인하여 성서에서 말하는 모든 규율들을 그대로 문자적으로 받아들이고 실행할 수가 없다. 또한 여성안수를 불허하는 전통과 같이 상대적인 것을 절대화 하는 것은 "개혁주의 원칙"을 몰이해하는 것이다. 전통 자체에 대한 재해석을 통하여 잘못된 것은 시정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지혜가 우리에게 요청된다.

결론적으로 여성이건 남성이건 성의 차이가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는데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성직안수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제사장"으로 부르심 받은(벧전 2:9, 계 1:6)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은사이다. 여성안수는 바로 종교개혁의 중요한 한 원리가 되었으나 당시에 온전히 실현되지 못한 만인사제설을 오늘의 개혁교회에서 계승, 발전시키는 길이다. 물론 여성 목회자의 역할을 종래에 "여성의 일"이라고 여겨진 상담, 교육에 한정지을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될 것이다. 여성목회를 특수목회 현장에만 국한시켜서도 안될 것이다. 또한 여성이 안수받고 여성 목회자로 불리울 지라도, 종래에 전도사와 같은 보조적 역할만을 하도록 제한된다면, 여성안수의 의의는 약화될 것이다. 즉 능동적 주체로서 목회전반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히브리 문화권에서 생겨난 그리스도교는 그리스어 문화권에서 초대교회의 성장을 이루었고, 중세 교회의 라틴 문화권에서 외형적으로 발전되었다. 이후 독일어 문화권을 중심으로 종교개혁의 과정을 거친 후 영어 문화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근대 이후 전 세계로 확대 되어갔다. 이제 21세기는 동양 문화권, 특히 한반도에서 그리스도교의 역사가 활발하게 전개되리라는 것은 과거 역사에 비추어 본 미래적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세계교회는 한국교회를 주목하고, 여성 목회자의 활약을 기대하는데, 아직도 이들에게 실질적인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에큐메니칼 운동의 물결로 세계의 자매교회들과의 교류도 더욱 확대되는데 여성안수라는 제도적 틀로 인하여 훌륭한 자질을 갖춘 많은 한국 교회여성들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지도적 위치에서 활동할 수 없음은 부당하다. 이제 여성들에게 교회안에서 수동적 침묵만을 강요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총회에서 여성들에게도 총대권을 부여하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수렴시키는 일, 여성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봉사"하는 안수직을 받을 뿐 아니라, 실제 여성 목회로 이어지도록 주변적 여건을 마련하여 주는 일들이 제도적으로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미현 목사(제 3세계 신학자 협의회부회장, 이화여대 기독교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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