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특구와 북한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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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정부는 지난 9월 19일 신의주 특별행정구를 신설한다고 발표하여 주변 국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작년 1월 김정일 위원장이 상해 푸동지구를 방문한 후 '천지개벽'의 발전상을 목격하고 신의주를 특구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줄곧 개혁·개방의 부작용을 우려하여 좀처럼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던 북한이 단순한 경제특구가 아닌 파격적인 특별행정구를 설치할 것으로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이러한 급작스런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7월에는 경제개혁조치를 통해 상품가격을 현실화하고 임금인상과 더불어 각 지역과 기관의 독립채산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였다. 이러한 경제개혁의 성격에 대해 중국의 초기 개방정책과 비교하며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으나, 쌀값을 8전에서 43원으로 500배 인상하고, 임금을 20-30배 올리고, 판매실적에 따라 임금을 차등지급하는 인센티브제도를 실시한 경제개혁 조치는 북한이 실질적인 변화의 길에 들어섰음을 확실히 보여준다.

경제개혁이 실시된 지 석 달이 지난 지금 북한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평양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잘 살아 보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경제개혁조치가 실시되기 전에는 없었던 거리의 매대가 곳곳에 들어섰다. 상점과 회사들이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사무실에서 물건을 들고 거리에 나와 직접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광경은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현상으로 일을 하겠다는 북한사람들의 의지가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신의주 특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그 영향력은 대단히 위력적일 것이다. 북한이 신의주에서 실험하고 있는 특별행정구란 중국이 홍콩에 실시하고 있는 형태와 같은 일국양제(一國兩制)로 하나의 국가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체제를 병행·운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중국의 홍콩식 개방조치를 닮은 신의주 행정특구의 구상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이 선택한 매우 급진적인 조치이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로 볼 때 김정일위원장을 위시한 북한지도부가 이제는 진짜 변화를 결심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신의주 행정특구 신설 등 최근의 정치경제 변화로 북한선교 환경도 달라질 것이다. 행정특구의 성격상 신의주는 북한본토와는 자율적인 행정구역으로 운영된다. 물론 신의주 특구 기본법이 내륙의 법질서와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9월 12일자로 발표된 신의주 특구 기본법 제46조는 "주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그 누구도 종교를 사회질서를 해치는데 리용할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북한헌법 68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새로 조성되는 신의주 특구는 북한의 내지보다 자유로운 지역이 될 것은 분명하다. 중국내 부패스캔들로 난관에 부딪히긴 했으나 새로운 행정장관이 임명되면 적절한 시기에 '무비자입국'도 가능하게될 것이다. 자유로운 왕래가 보장되고 자본주의 기업활동이 활발해지면 선교의 가능성은 그만큼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선교는 그 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존중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하고, 또 그 사회의 문화와 사회환경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북한은 현재 선교활동에 대해 사회질서를 해치는 것으로 간주하여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말씀선포를 통한 자유로운 복음전도는 신의주 특구에서도 여전히 제한될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식량난과 보건의료난에 직면하여 식량지원과 의약품 지원을 통한 선교는 용인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가장 지혜로운 북한선교는 복음의 씨앗이 뿌려질 미래를 내다보며 사랑의 나눔을 통해 북한사람들의 마음밭을 가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정말 오랫동안 기도하며 북한선교를 위해 노력해 왔다. 기독교계는 지금까지 약 1억달러(1,200억원) 가량의 대북지원을 북한에 제공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달했다. 이제 북한의 개방시대를 맞이하여 북한실정에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선교를 준비해야 한다. 신의주 특구가 개방되면 교계가 할 수 있는 교류협력사업을 활발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고아원과 양로원 시설을 갖춘 복지센터, 기술교육센터, 병원 건립, 농촌개발 사업 등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평양의 봉수교회, 칠골교회에 이은 제3의 교회건축을 북한과 협의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북한사람들에게 '말'을 가지고 복음을 전하기에 앞서 따듯한 사랑과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때이다. 화해와 사랑의 수고로 갈아엎은 마음밭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면 100배의 결실을 맺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이 속히 오기를 고대한다.

김병로(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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