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영성과 자발적 가난영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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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교개혁은 자유의 선언

본래 기독교는 가난한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종교로 출발했다. 예수는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고 선언했고 고대교회는 가난한 사람을 섬기고 돌보는 기관으로서 사회와 역사를 개혁하는 동력이었다. 가난한 민중과 더불어 살았던 기독교는 깊은 믿음과 뜨거운 사랑으로 나눔과 섬김의 삶을 펼치는 공동체였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사는 가난한 종교였다.

오랜 박해와 억압을 견디어낸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로 공인된 후 국가의 권력과 부에 참여하고 국가의 지배체제와 유착되었다. 중세유럽은 기독교와 제국이 통합된 문명세계였다. 가난한 사람의 해방을 알리고 가난한 사람을 섬기는 종교가 부와 권력을 누리고 대변하는 종교로 전락했다. 해방의 종교가 억압과 수탈의 종교가 된 것이다. 중세의 기독교는 믿음과 사랑의 힘, 은총과 해방의 힘을 잃고 부패하고 타락한 종교단체로 전락했다.

교황과 교회는 엄청난 권력과 부를 누렸고 강력하고 화려한 종교를 추구했다. 더욱 부를 쌓기 위해 면죄부를 발행했다. 자신의 죄와 조상의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 면죄부를 사도록 했다. 이것은 교회와 국가권력의 야합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버리고 더럽고 부패한 부를 추구하는 권력종교집단이 된 것이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믿음과 권력/부의 야합에 대한 거부이고 도전이었다. 루터가 "믿음만으로 의롭다고 인정받는다"는 바울의 가르침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믿음과 국가(부와 권력의 지배체제)의 야합을 깨뜨린 것이다. 바울이 율법에 따른 행위로 구원받는다는 유대교의 가르침에 맞서 오직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주장을 내세운 것은 정교(政敎)일치를 전제한 지배세력의 종교인 유대교를 거부하고 가난한 민중의 종교로 돌아간 것이다.

율법을 내세운 바리사이파와 사두가이파는 의회를 장악한 지배세력이었다. 구약성서에서 율법은 단지 종교적인 계명으로 머물지 않고 국가와 사회의 토대이고 바탕이었다. 율법에 대한 충성과 헌신은 국가사회질서와 체제에 대한 충성과 헌신으로 이어졌다. 국가사회의 질서와 기준인 율법에 의존하는 종교는 지배자의 종교이다. 율법의 기준에 맞지 않는 민중은 죄인으로 낙인찍히고 밀려나고 의무와 복종에 매인 존재, 타율적인 율법의 노예로 만든다. 율법종교는 가난한 민중을 타율적으로 지배하는 종교이다.

'오직 믿음!'을 내세우는 기독교는 율법의 지배에서 가난한 민중을 해방하여 주체로 세우는 종교이다. 하나님의 값없는 용서는 율법의 지배, 국가의 정죄하는 권력에서 민중을 해방한다. 삶의 자유와 주권을 가난한 민중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오직 하나님을 믿기만 하면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

루터가 오직 믿음, 은혜, 성서를 내세운 것은 하나님 앞에서 모든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교황이나 사제를 통하지 않고도 하나님 안에서 떳떳한 삶을 살 수 있고 면죄부를 살 필요가 없다. 결국 종교개혁의 신앙원리는 교회와 권력/부의 결합을 끊은 것이다.

박재순 목사(열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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