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소비자운동 평가와 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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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그들을 돌보고 사랑을 나누어 주는 실천적 선언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15년간 여러 가지 사회개혁운동을 민간, 시민단체등과 연대하여 실시하였고, 교회안의 부조리와 병폐를 개혁해 나가기 위한 건강교회운동과 따뜻하고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이다. 그동안 기윤실이 부패한 사회를 향해 아무리 외치고 부르짖어도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우리들의 사회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잘못된 것과 아닌 것은 분명히 'No'라고 외쳐야만 하는 선지자적 비관주의를 가지고 앞으로도 기윤실 운동이 불필요해지는 날까지 이 운동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날이 예수께서 다시 오시는 영광의 날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에게 맡겨진 것들에 대한 마땅한 회계를 요청하실 주님 앞에서 부끄러울 것이 없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서기 위해서라도 이 운동은 이 땅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윤실 운동 가운데 앞서 얘기한 여러 운동들도 있지만 불신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운동이 바로 '문화소비자운동'이다. 사실 '문화소비자운동'이라는 단어는 기윤실이 만들어 낸 말이지만, 아직까지도 이 운동에 대한 개념이 일반인 뿐 아니라, 기독인 들에게도 낯선 것이어서 이 운동의 확장이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분명한 한가지 사실은 기윤실 운동이 일반언론에 공개되면서 불신자들에게까지 알려지게 된 것은 '문화소비자운동'의 영향이 지대했다는 것이다.

물론, 기윤실이 추구하는 문화소비자운동이 모든 기독인들과 불신자들에게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독인 가운데서도 문화소비자운동에 대한 불필요성과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강한 반대의견을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반면에 불신자들 가운데서도 문화소비자운동에 대한 필요성과 환영을 표시하며,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대립되는 반응 속에서도 기윤실이 추구하는 문화소비자운동이 가져온 담론은 문화는 반드시 평가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아직까지도 거대담론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소수의 담론으로 묶여 있지만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대중문화 소비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동안 대중문화는 생산자들과 창작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공급되어졌다. 소비자인 우리는 그저 '그 문화를 수용하느냐?, 또는 거부하느냐?'의 자기판단에 맞기고 수동적으로만 반응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기윤실이 펼쳐온 문화소비자운동은 우리가 즐기고 누리는 대중문화도 생산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기' 원하는 우리들이 진정한 주체가 되는 문화로 바꾸어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시민운동이 좋은 모델을 만들었다.

그럼, 기윤실이 그동안 펼쳐온 대표적인 문화소비자운동은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는 '스포츠신문 항의운동'과 외환위기 직전에 30억이라는 막대한 개런티를 주며 어린이 성추행의 혐의를 받고 있는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반대했던 '마이클잭슨 내한공연 반대운동'과 음란하고 저속한 '영화 거짓말 항의운동' 청소년들에게 섹스의 즐거움을 가르쳐주기 위해 음반을 발매했다는 가수 박진영씨의 '6집앨범(게임) 청소년유해매체지정운동' 등이다. 이밖에도 저속한 욕설과 남녀 성기이름을 그대로 가사로 만든 조피디나 김진표, 싸이 음반등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지정운동이 있었고 자녀들을 기르는 어머니로 구성되어 대중가요와 뮤직비디오를 모니터링하는 '저동문화교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광고모니터링을 통한 광고주에 대한 시정요청,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18세면 누구나 볼 수 있는'에로비디오 모니티링' 보고서를 만들고, 언론을 통해 일반시민에게 알리는 작업,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동등 깨끗한 문화환경을 만들기 위한 무수한 노력들을 기울여 왔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청소년미디어비평공모전을 통해 청소년 스스로가 미디어를 읽고 글을 써서 제작자들에게 전하는 운동과 청소년미디어비평단을 발족하여 어른들이 주도되어지는 문화소비자운동을 뛰어넘어 주소비자인 청소년들에 의해 청소년들을 위한 대중문화 콘텐츠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문화에 대한 제반 현상을 이해하고 스스로 문화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윤실 문화소비자운동에 대한 이미지는 연대와 저항을 통한 이슈파이팅(Issuefighting)이다. 그것도 어떤 사람의 평에 의하면 '진지한 해석과 비평이 없는 과격한 이슈파이팅' 이었다. 또 다른 어떤 사람은 '기독교의 잣대로 대중문화를 제단 하는 현실 몰이해성이 짙은 운동이다'는 저돌적인 질타도 가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은 '문화소비자 집단이 펼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적극적인 시민운동'이라는 평도 해 주었다. 그밖에 기윤실 문화소비자운동에 대한 여러 가지 평이 있을 것이나, 위에서 기술한 세가지 범주안에 모두 포함될 것이다. 필자는 기윤실 문화소비자운동에 대한 이 모든 비판은 다 맞기도 하지만, 다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맞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위에 기록한 대로다. 그러나,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중요한 이유는 기윤실 '문화소비자운동'이 진정한 소비자운동이 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았다는 솔직한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생산자들도 소수였지만, 문화소비자운동을 이끈 사람들도 소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소수의 힘은 실로 막강한 것이었다. 기윤실의 몇 안 되는 실무자들이 운동을 이끌어 내고, 대다수 국민들에게 알리고 동의를 얻고 설득을 하고 시민의 주권을 만들어 갔던 그 동안의 움직음을 보았을 때, 반드시 긍정적인 평가를 얻을 수 밖에 없고, 후대에 기독사학자들은 한국기독교운동사를 다룰 때 이 운동을 배제 할 수 없는 대단히 중요한 운동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윤실 문화소비자운동이 풀어야 할 과제는 이 운동의 한국교회가 함께 동역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제는 기윤실 만의 과제는 아니다. 몇몇 소수의 교회만 기윤실 문화소비자운동에 동참하고 있지만, 이젠 한국교회도 이제는 성장일변도의 프로그램만을 고수 할 것이 아니라, 청장년 성도들과 청소년, 어린이들에게 문화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

또한 기윤실 문화소비자운동이 그 동안 비판과 저항의 이미지가 강하였기 때문에 이제는 대중문화 가운데 심미적으로 유려하고 진정한 인간성을 드러낸 문화들을 해석하고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작업도 풀어 나가야 할 과제 중에 하나다. 그렇다고 해서 그 동안 펼쳐왔던, 이슈파이팅을 통한 운동을 중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기윤실이 문화소비자운동의 한 축으로 이슈파이팅을 통한 필터링(filtering)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슈파이팅과 연대, 전문적인 해석과 교육을 통해 진정한 문화소비자를 키워 나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만들어가는 역할이 아마도 기윤실 문화소비자운동이 지향해야될 운동 기조가 아닐까 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대중문화 시장은 엄청나게 큰 규모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대중문화 환경의 한 축인 문화소비자들의 의식은 느리게 일깨워져 왔다. 앞으로 당분간은 이러 불균형적인 현상은 지속될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둘 다 망가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금은 문화소비자 집단의 움직임이 더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그 동안 문화소비자 집단은 너무 오랫동안 잠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윤실 문화소비자운동이 해결해 나가야할 궁극적인 과제와 운동목표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주성진(기윤실 문화소비자운동본부 정책간사 / gidohase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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