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정책, 왜 바뀌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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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으니 금년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시간이란 한자를 보면 때 시(時)에 사이 간(間)이 합쳐서 이루어진 말이다. 시간이란 구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제와 오늘이 달라야 하고 오늘과 내일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어제가 오늘같고 작년이 금년 같고 내년이 금년과 같으면 참다운 시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별로 달라지지 않는 청소년의 현실을 보면 안타까움을 느낀다.

입시가 끝나면 해마다 되풀이되는 "입시에 시달린 청소년들의 자살사건"과 스쳐지나가는 듯 신문의 1 단 기사정도로 짧게 취급되는 것에 그치고 마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과 분노가 더 한 것은 필자가 은행골우리집이라는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을 통해 가정해체, 가출 등으로 상처받은 청소년들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얼마전 대통령 선거를 맞이하여 각 정당의 사회복지 공약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각 정당의 사회복지 공약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주로 노인과 여성복지에 중점이 모아져 있다. 이미 2001년에 노인인구 374만으로 전체인구의 7%가 넘어선 고령화시대에 들어서 있고 2019년이면 세계에서 최단기간에 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실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 복지와 관련해서는 한 정당만 청소년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와 일탈청소년에 대한 대책 등을 담고 있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이 역시 미흡한 것이다. 이는 청소년들이 선거권이 없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청소년 문제에 대한 인식수준을 나타내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청소년 정책은 시도에 청소년 수련관을 몇 개 짓는 정도의 청소년수련정책위주에서 크게 못벗어나고 있다.

특이하게도 우리 나라에는 노인, 아동, 여성복지에 관한법률과 주관부서는 있지만 유독 청소년복지에 대한 법률이나 주관부서는 없다. 아동복지법에서는 대상연령을 만 18세로 규정하고 있으나 아동복지법은 시설보호아동과 학대등만을 다루고 있으며,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의 성매매나 유해환경으로부터의 보호가 위주이며 문광부에서는 청소년 수련관 등 소위 청소년 육성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관련부서도 교육부, 행자부, 법무부, 여성부 등 업무에 따라 각기 분산되어 있어 많은 부서에서 청소년 복지를 다루고 있다라고 말할 수도 있으나 뒤집어보면 사실상 청소년복지에 대한 체계적인 개입을 하는 곳은 어느 곳에도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는 청소년 영역이 그만큼 복합적이라는 사실과 체계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청소년의 문제가 그만큼 복합적이기 때문에 한 두 가지의 대책으로 청소년의 문제나 복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데에서도 기인한다. 이혼율의 증가와 소득불평등의 심화등은 가정해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열악한 근로환경은 청소년의 노동 착취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청소년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정의와 공평이 강물같이 흐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근원적이며 장기적인 대책외에도 청소년성매매에 관한 법률등을 통해 유흥업소의 청소년고용을 근절시킨 경험은 청소년관련 정책의 중요성을 새삼 상기시킨다.

만일 필자가 청소년관련 공약을 만든다면 그 내용에 청소년 복지에 대한 전담부서 신설과 체계적인 개입이 가능한 체계구축과 관련법 제정을 담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 정당의 청소년관련 공약은 아예 없거나 청소년 권리에 대한 부분적인 언급을 하는 정도에 머물러 아쉬움을 더해 주고 있다. 이는 청소년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청소년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을 반영해주는 것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존파나 막가파사건, 인천 호프집 사건이나 광주 입시학원 화재사건 등 지난 일들은 우리 사회가 이러한 사건들이 얼마든지 아니 어쩌면 더 심한 사건들이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을 키우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고 앞으로 닥칠 고령사회와 초고령사회에는 고령인구에 대책 못지 않게 고령사회를 떠받쳐줄 청소년 정책이 절실함을 말해주고 있다.

아이들이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아이들이 곡을 하여도 울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른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광수 목사(전국아동,청소년그룹홈 협의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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