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기독인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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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에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서구의 지식인들은 인류의 앞날을 대단히 낙관적으로 보았다. 당시 널리 퍼지기 시작했던 진화론적인 사고도 이에 한 몫을 하였다. 그래서 앞으로는 장구한 시일을 요하는 생물학적이나 지질학적인 진화가 아니라 과학과 지식의 발달이 단 시일에 진화를 완성시켜 인류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 주고 이 땅을 낙원으로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전쟁문제는 사람들을 잘 교육시켜 의식을 일깨우면 해결되고 식량이나 가난이나 질병이나 그밖에 인간의 모든 고통과 수고는 과학기술이 해결해 주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과연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세상은 엄청나게 변했다. 그리고 기대했던 대로 많은 희망적인 결과들이 나타났다. 교육사업이 크게 일어나면서 인류의 지식수준이 높아졌고, 언론매체를 타고 정보가 지구 구석구석까지 전달되면서 세상물정에도 눈이 밝아졌다. 유아 사망률이 떨어져서 예전에는 될수록 많이 낳아서 그 중에 살아 남는 자식 몇 명만 키우던 것이 지금은 낳는 대로 다 살아남기 때문에 골라서 낳는 세상이 되었다. 수명도 스물 몇 살에서 예순, 일흔이 넘도록 크게 늘었다. 말더스가 걱정하던 식량 위기가 닥치기는커녕 오히려 식량증산이 인구증가를 앞질러 지금은 많이 먹어서 뚱뚱한 것을 걱정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과학기술에 힘입어 지구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인류는 엄청난 부를 누리게 되었다. 컴퓨터로 일상업무를 처리하고 유전자를 조작하며 별나라에 위성을 날려보내는 과학의 발달은 전화와 기차를 보고 놀라던 당시의 상상을 훨씬 앞질렀다.

그러나 21세기를 맞이하면서 결산해보면 오히려 절망적인 징조가 압도적이다. 지식 수준이 높아졌다지만 인간의 잔학성이나 전쟁의 위험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 대전 중에 독일과 일본이 저지른 소름끼치는 만행, 그리고 지금도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잔학한 모습은 지식수준이 인간성을 전혀 개조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수십 번 죽이고도 남을 핵무기는 전쟁의 위험이 오히려 극대화됐다는 것을 말해준다.

의학의 발달로 유아 사망률이 줄었다지만 많은 생명들은 태어나기도 전에 그 의학에 의해 숨도 쉬어보지 못하고 낙태 당해 죽는 불행을 겪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살기보다 죽기가 더 어렵다고, 요즘은 암이나 에이즈 같은 병 때문에 죽기가 너무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장애아로 태어나 고통스럽게 살다가 고통스럽게 죽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식량생산이 인구증가율을 앞질렀다지만 선진국에서나 식량이 남아돌 뿐이고 굶어 죽는 인구는 오히려 해가 갈수록 증가해 왔다. 농사짓는 기술은 크게 발달했지만 농민들은 빚더미에 눌렸고, 건축기술이 크게 발달했지만 집 때문에 지금처럼 고통받는 때가 역사상 없었다. 홍수와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를 줄이기 위하여 엄청난 토목공사를 일으켰지만 자연재해를 부추기는 공사가 더 많이 진행되어 오히려 피해인구는 해가 갈수록 급속히 늘어만 간다. 경제가 크게 발달했다지만 부유한 나라들만 크게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나라들은 100년 전보다 오히려 더 가난해졌다. 그리고 이 경제활동의 기반이 되는 자원인 에너지, 광물, 삼림, 흙, 바다 등은 이미 그 한계를 들어내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구가 받을 수 있는 환경용량도 위협받고 있는데 그 징후들이 바로 지구의 기후변화, 오존층 파괴, 사막화, 생물의 멸종, 환경호르몬을 비롯한 오염물질의 확산 등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지구의 앞날을 대단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인류를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한 수단이 될 줄 알았던 과학기술이 오히려 인류와 이 땅의 멸망을 재촉하는 원인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 땅의 모든 생물들은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그대로 받아먹고 사는데 비하여 유독 사람만은 과학을 이용하여 이 땅을 착취하고 움켜 빼앗아 먹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태초에 아담과 하와를 만들고 처음으로 한 명령이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생물을 다스리라" 이다. 땅에 충만하라고 하는 것은 땅이 필요로 하는 것을 순리대로 채워 주라는 뜻이다. 우리가 땅의 필요를 채워주면 땅도 우리의 필요를 채워준다. 정복하라는 것은 가꾸라는 뜻이다. 땅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가꾸면 땅도 우리의 삶을 또한 아름답고 풍성하게 지켜준다. 생물을 다스리라는 것은 생물들이 잘 살도록 보살피라는 뜻이다. 생물들이 잘 살도록 보살펴 주어야 우리도 잘 살도록 보살핌을 받는다. 과학은 땅을 채우고 가꾸고 생물들을 보살피는 수단으로 써야 한다. 그래서 파괴되어 가는 지구를 살리고 앞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건설하는데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예수님은 이 세상의 주인이시지만 세상에서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고 오히려 섬기러 오셨다. 우리가 이 세상의 주인 노릇을 하고 과학을 이용하여 우리의 욕심을 채우고자 하면 우리는 죽고, 오히려 우리를 죽여 이 세상을 섬기는데 과학을 이용하면 우리는 살 수 있다.

김정욱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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