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병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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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제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이다. 청소년시기의 특성 때문에 청소년문제는 사회적인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또한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얼마전 한 일선 고등학교 선생님 한분이 고등학교 300명에게 부모님과의 관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응답자의 62%가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그 이유는 자신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사용하며, 자신을 무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결과를 놓고 보더라도, 청소년문제는 비단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과 연관된 부모와 어른들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들이 매일같이 접하는 유해환경 또한 청소년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을 통해 돈을 벌어 보려는 잘못된 가치관의 노예가 된 어른들이 만드는 것이다. 1997년 7월 청소년들이 만든 '빨간마후라'라는 음란비디오 때문에 우리나라 전체가 시끄러웠을 때가 있었다. 그 이유는 청소년들이 성인비디오에서 묘사되는 장면들을 실제행위로 묘사하였다는데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다 주었던 것이다. 어른들은 이 비디오 사건을 두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청소년들의 음란비디오 접촉실태에 대해 염려했던 어른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고, 이런 비디오들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통되지 않을까 염려했던 어른들도 상당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몰상식한 어른들은 그들에게 호기라 할 수 있는 '빨간마후라' 사건을 놓치지 않았다. 다양한 콘텐츠의 정보의 바다라 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ISP업자들이 청소년층을 공략하고 있을 때, 그들은 '빨간마후라'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개설하는데 앞장섰고, 성인비디오 업자들은 '빨간마후라' 후속 비디오 작업에 열을 올렸던 것이다. 세계 어른 나라보다도, 예전과는 달리 그 어느 때보다도, 청소년들이 성인매체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어른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청소년들의 그늘진 얼굴에 드리워 지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는 지난 1999년에 이어 청소년유해환경접촉실태 종합보고서를 지난 10월달에 발간하였다. 이번 조사는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매체, 약물, 유해업소 접촉 실태와 가출, 학교폭력, 성접촉에 관한 내용을 일반집단과 특수집단으로 분류하여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일반집단은 청소년 표집을 위해 통계청 교육통계자료를 기초로 전국의 중·고등학교 학생수에 따라 교급별, 지역별(서울, 6대광역시, 시·군지역), 성별로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유의 표집하였다. 또한 특수집단은 소년원청소년, 가출청소년, 학교부적응 청소년의 3 영역으로 나누어 이루어 진 것이다.

오늘 지면에서는 다룰 조사내용은 위에 언급한 것 모두를 다룰 수는 없고 청소년들이 가장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유해매체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해매체로 분륜 된 것은 성인만화, 소설, 잡지책, 스포츠신문 등의 간행물, 성인비디오, 영화, 음란사이트, 유료케이블TV 등이다. 먼저 성인용 만화, 소설, 잡지 등 간행을 이용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한번도 없다’는 응답은 일반집단에서는 47.2%이었고, 거의 매일 본다는 응답을 포함해 일년에 1-2번이상 본다는 응답은 39.2%였다. 특수집단은 다른 모든 조사항목에서 일반집단보다 유해매체 접촉률이 더 높게 나왔는데, 성인간행물 접촉에 대해 ‘한번도 없다’ 22.5%였고, 나머지 78.5%는 거의 매일 또는 일주일, 한달, 일년 단위로 접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비디오, 영화 접촉을 묻는 질문에는 일반집단은 성인간행물접촉과 비슷한 수치로 나왔는데 반해 특수집단은 ‘한번도 없다’는 응답이 18.6%로 61.4%가 성인비디오나 영화에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출청소년들이 비디오방과 여관등에서 성인비디오를 더 쉽게 접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집단이나 특수집단 모두 성인간행물과 비디오 영화물 접촉경험은 조사결과보다 실질적으로는 더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유해매체 접촉에 대한 학교와 가정에서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청소년들이 성인비디오와 간행물을 접하는 장소가 만화방이나 비디오방, 영화관에서보다도 집과 학교에서의 접촉 경험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에 청소년 유해매체 접촉에 대한 학교와 가정에서의 관심이 더 높아져야 할 것으로 본다.

특별히 성인비디오나 성인영화 접촉이 저학년으로 갈수록 그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성인만화나 잡지와 같은 간행물이나 성인비디오와 영화 등을 접촉해 보았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연령을 볼 것 같으면, 고등학교 1,2 학년 이상의 학생은 불과 7.3%와 2.9%에 불과하고, 중학교 2학년이 22%, 중학교 1학년이 31.3%, 심지어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의 학생들도 간행물은 21.1%, 비디오물은 25.6%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번 언론에서 보도된 초등학생의 음란사이트 접촉경험 조사에서 80% 이상이 ‘그렇다’고 응답한 결과와는 조금은 다른 것이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때의 응답결과는 음란사이트를 직접 찾아서 접촉했다기 보다는 스팸메일을 통해서 간접 접촉했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 성인물을 접촉한 경험이 있다는 초등학생들은 본인이 직접 성인물을 구해서 접했다는 경우이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의 성인음란물 접촉실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연령층이 더 낮으면 낮을수록 성인물의 접촉빈도가 높게 나온 이유는 이미 고등학생만 되면, 중학생이나 초등학생들이 호기심으로 찾는 성인물에 묘사되는 수위의 성행위나 변태적인 성적인 표현들은 고등학교 이전에 이미 경험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코 우리 자녀들이 순진한 어린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모나 교사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13살도 되지 않는 어린 나이에 이미 직간접적으로 어른들이 꿈도 꾸지 못한 음란물을 통해 왜곡된 성(性)가치관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지경에 이르는 결과에 대해 청소년들만 탓할 일이 못된다는 것이다. 성인비디오를 집에 두고 자녀들에게 노출되도록 방치한 부모들의 책임이 크며, 또한 성인 비디오물이나 간행물을 청소년들에게 대여해 주거나 판매한 악덕 상인들의 책임도 크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성인광고가 길거리에 지저분하게 떨어져 있는 대도 그냥 지나쳐 버린 나와 우리의 책임 또한 없다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조사의 질문에는 명함형태의 광고전단의 접촉 경험을 묻는 항목도 있었는데, 시내 중심가(26.6%)에서 보자는 등하교길(28.2%)에서 접촉했다는 응답이 더 많게 나왔다. 유흥업소가 즐비하게 늘어선 시내중심가 보다는 학생들의 등하교길이 더 유해한 현실가운데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그동안 청소년유해환경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너무 방만한 태도를 취해온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어른들의 그런 무관심 때문에 100명중에 5명의 학생은 명함형태의 광고전단을 본 후 전화방에 전화를 걸어 중고생끼리 성경험을 하고 원조교제의 늪으로 빠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성인정보가 유명한 중앙일간지에서 발행하는 스포츠신문에 다 모여 있으니 우리나라는 도대체 어디로 달려가고 있다는 말인가?

실로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직 늦지는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어른들이 나서서 청소년들에게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업소나 성인물을 대여하는 만화방이나 비디오방들을 감시해야 한다. 성인광고물이 길거리에 떨어져 있거나 주차장 차에 곶혀 있으면 수거하여 관할 경찰서에 가져가 신고해야 한다. 성인비디오물이나 간행물을 보고 났으면, 자녀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 감추어 두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내 자녀가 이런 성인매체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해 보라.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더욱 앞장서서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업소나 매체에 대해 보다 철저한 감시를 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인매체를 통해 불건전하고 왜곡된 성(性)에 대한 가치관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바른 성교육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문제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한 좌시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앞으로 시간이 더욱 지날수록 이 문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할 매우 심각한 문제로 악화 될 소지가 분명히 있다. 지금 우리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청소년유해매체에 대해 무관심하게 방치한다면, 바로 내 자녀가 그것들로 인해 피해의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성진(기윤실 문화소비자운동본부 정책간사 / gidohase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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