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오만함, 한국의 당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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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층 사이에 퍼지고 있는 반미 노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노래의 시작 부분을 조금 옮겨보면 "이제는 못 참아 저 뻔뻔한 미소를 이제는 못 참아 이제는 못 참아 전쟁 협박 공갈을 이제는 못참아" 라는 노래 말로 시작한다. 기성 세대가 듣기에는 노랫말이 제법 자극스럽다. 이 노래는 지난번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나라 김동성 선수가 미국의 오노 선수에게 부당하게 금메달을 빼앗긴 뒤부터 불려지다, 최근에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당한 두 여중생 사건 이후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노랫말이 몹시 자극스럽지만 이것은 우리 사회가 미국을 보는 시각의 한 부분이다. 이제 더이상 미국의 오만한 태도를 그냥 보아넘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그 동안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지켜보아 왔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을 쳐부수고 공산침략을 막아낸 미국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면 그와 정 반대의 입장이 있다. 이들이 미국을 보는 대체적인 시각은 미국이 1세기 전 한.일 합방 당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 행사에 동의했고, 1945년 한반도의 분단을 결정한 당사자이며 미국의 안보 이해에 따라 한국의 정치와 군사정책이 좌지우지되어 왔고 미국은 단지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노력 속에서 한국을 이용하는 것뿐이라고 불평한다.

요즘 우리 국민 가운데 다수는 최근 두 여중생이 미군의 궤도차량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당하자 이 사고는 결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미국의 오만한 태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들도 수년전 경기도 동두천의 미군 접객업소에 근무하다 미군병사에 의해 처참하게 죽어간 윤금희라는 여성의 죽음을 기억하리라 생각한다. 온몸이 깨어진 술병으로 난자 당하고 국부에는 우산이 박힌 채 시체로 발견되었던 모습이 우리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데 성관계를 거부한 여성 접대부를 그토록 처참하게 살해했던 당사자 미군이 법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어떠했는가? 도무지 한국 사람들이 자기를 몰아세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로 그는 280만원을 재판정에 내밀지 않았던가? 280만원을 내밀며 당당하게 사건을 여기서 끝내자고 하던 그 미군들이 이제는 효선이와 미선이를 죽게 한 것이 아니겠는가?

지난 6월 온 국민이 월드컵 열기와 4강 승리의 감격에 도취되어 있을 때 미군 장갑차에 깔려 온 몸이 깨어진 그 시신을 부여안고 한 사람 몸값을 280만원으로 규정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이 이제 개정되어야 한다고, 한국인 한 사람의 몸값을 280만원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미국의 거만한 자세에 대해 억울하고 원통하다고 소리쳐 온 사람들이 있었다. 소위 "여중생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는 6월부터 지금까지 항의 농성과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12월 14일을 "국민주권회복의 날"로 선포했으며, 금년 12월 31일까지 계속해 민족자주의 몸짓을 할 예정이다. 해외 동포들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교민들이 있는 곳마다 미국의 거만한 태도에 질타하는 시위와 기도회가 계속 번지고 있다.

어떤 보수 정치인들은 이번 사태를 보면서 "반미를 부추기는 어두운 손길"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정말 착각이다. 우리 국민은 더 이상 과거의 우리 국민이 아니다.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국민은 미국인들의 인종차별을 보았고 그것을 훌륭하게 극복했었다. 그리고 월드컵의 4강 신화로 세계 무대 속에서 우리 국민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했다. 이제 젊은 층 사이에는 "너희나 우리가 다를 게 없다"는 자아의식이 자리를 잡고 있다. 따라서 백인들에 대한 콤플렉스도 없고 차별은 절대 용납 못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래도 이것이 반미요, 반미를 부추기는 검은 그림자라고 우길텐가? 아직도 한국의 대통령을 미국이 점지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텐데. 부디 미국을 향한 보수정객들의 아부가 역사 속에서 사라지길 바란다. 오늘도 광화문 거리에서 소파 개정과 부시 미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를 외치며 평화로운 시위를 거듭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사랑스럽다.

임광빈 목사(의주로교회, KNCC인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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