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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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당선자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지난 선거를 통해 잘 드러났고 당선자가 된 뒤의 언행에서도 능히 대통령직을 수행할 만큼의 철학과 깊이를 갖고 있다는 안정감을 주면서도 최고 권력자의 권력운용에 본격적인 변화를 주고자 하는 시도는 신선감을 느끼게 한다.

노 당선자를 지지했던 민심이 '안정'보다는 '변화'를, '보수'보다는 '개혁'을 원한다고 볼 때, 이 '민심'이 지금 시점에서 좀더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당선자 주변의 인물과 집단도 민주주의와 평화를 심화 발전시킬 의지와 역량이 드러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지도력 구조에서 대통령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지만 그 권력을 혼자서는 운용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대원칙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이른바 '2030'대 '5060'의 대결구도로 치러졌다고들 하지만 비관적으로 본다면, 지금 유권자인 동시대인들 가운데 어느 세대도 민주주의와 평화역량에 대해 장담하지 못한다. 우리에게 있는 것은 '민주주의의 체험'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었고 독재에 항거하던 집단 내부조차 그들이 대항하던 '권위주의'를 닮아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따라서 새로운 권력의 첫 단추를 꿰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금의 환경을 비관적으로 성찰하는 것이 마땅하다. 당선자는 민주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열망이 피워낸 하나의 꽃이지만 그 꽃이 만발해야 할 우리의 정치적 토양은 매우 척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미 갈등과 핵 문제가 겹쳤다. 인수위가 권력구조의 얼개를 짜는 과정에서 가일층 원칙이 강조되면서 관료주의, 권위주의의 잔재는 깨끗이 털어내야 한다. '정실인사 배제', '인사청탁 =패가망신'을 넘어서 국민이 당황할만큼 원칙의 행진이 시작되어야 한다.

국민은 성실한 사람이 정말로 돈을 벌고 권력을 얻게되는 일이 현실이 될 때, 사회적 약자들이 당당히 공동체의 일원으로 대접을 받을 때, 재벌의 아들이나 빈농의 아들이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경주하게 될 때, 남북의 지도자들이 참마음으로 평화를 논하게 될 때 새로운 소망을 가지며 정부에 신뢰를 보낸다. 이번 선거에서 이미 지난 반세기동안 한국정치를 풍미했던 그럴듯한 구호나 정치적 선동이 아무런 열매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인수위원회는 '차기 권력구도'라는 메시지를 통해서 높은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기 바란다. 예를 들자면 '세계최고 수준의 한국정치'라는 목표다. 지구상에 우리보다 더 깨끗한 정치가 없다고 할 때까지 만족하지 않는다는 결연함을 주문한다. 기대하고픈 또 하나의 메시지는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 한국'이다. 지구촌 최후의 분단국은 아무리 내치를 잘해도 불안할 뿐이다. 외세에 의한 임시의 평화가 아닌 갈등조정능력, 무력통제능력, 외교역량, 성숙한 국민의식과 국민통합을 내용으로 하는 평화를 원한다. 이 평화는 무척이나 역동적이고 기민한 기술이며 예술이다. 열강으로 둘러싸인 불안한 한반도를 어떤 열강도 함부로 못하는 소강국 평화지대로 바꾸는 것이다.

인수위원회는 엄청난 역사적 소임 앞에 고개를 숙이고 이전의 사람들을 스승삼지 말며 외로운 걸음을 감당해야 한다. 당신들의 첫 발걸음이 외로울수록 후대에게 광대한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윤환철 사무국장(공의정치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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