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성이 상실된 시대

김은혜 기자  ehkim@chtoday.co.kr   |  
사람의 몸은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 인간의 가치를 감히 돈으로 따진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행위겠지만, 사람의 몸은 자그만치 8억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장기·근육·힘줄·뼈·피부 등 우리 몸안의 기관들을 팔면 8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지난번 한 복지법인과 대학병원 및 의료용구판매업체가 시체의 피부를 몰래 빼돌려 성형수술에서 사용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게다가 연루된 대부분이 종교인이라 그 충격은 더했다. 특히 사회복지법인은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존경받는 목사님이 운영하는 곳에 속해 있는 곳이기에 놀라움은 더 했으리라 본다.

의료용구회사측은 "그동안 미국에서 고가의 피부를 수입했다"며, "우리의 기술력으로 국내서 생산하겠다는데 오히려 환영해야 하지 않나"라며 반문한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 없이 의료용구를 판매하는 것은 위법사유다. 그런데 그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며 국내 100대 상품에까지 선정되었다니...

이 회사에서 사용한 시신은 주로 장기기증을 위함이거나, 대학내 해부용으로 기증된 시신이다. 그런데 회사와 의료계의 담합으로 병원에서 12구를, 사회복지법인에서 5구를 빼어냈다. 이 중에는 결핵에 걸린 시신도 있었으며, 여타 병에 걸린 시신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런것을 전혀 개의치 않고 피부를 가공시켜 판매하고 있다. 본인들은 '절대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작년 미국의 한 회사는 AIDS에 걸린 피부가 국내에 들어갔다며, 판매 중지 요청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이를 무시한채 피부를 판매해 검찰은 그 피부를 20여명 이상이 사용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AIDS는 잠복 기간이 길어 10년 이후에나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 당사자는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국내에서 이런 인체피부를 이용한 성형이 10년전부터 진행됐다고 한다. 이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은 "의사중에 피부가 국내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며 "의사들의 윤리의식에 대한 신뢰가 완전 무너졌다"고 밝혔다.

아직 시신 기증자의 유가족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고연령의 가족이 있어 충격이 심할까 말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젊은 나이의 유가족도 '분노'하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유가족들도 전혀 모르는 상태서 이런 행위를 한다는 것은 문제다. 즉 기증된 시신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투명성이 확보되어 있지 못하다.

더 큰 문제는 허가 없이 판매한 제품에 대한 처벌을 할 수 있지만, 시신에서 불법채취한 행위에 대한 법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수사관은 "관계부처에서 서둘러 법 개정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늦장을 부리고 있다"며 "불법 행위를 한 이들보다 관계부처 사람들이 더 밉다"는 말까지한다.

인간은 죽어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돈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인간까지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는 이 세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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