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교수 기고
유럽 기독교의 현황우리는 서구 문명을 기독교 문명이라고 부르며, 서구 사회를 기독교 사회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가 서구 사회, 특히 유럽을 살펴 볼 때 이런 주장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통계에 의하면 20세기 초 세계 기독교 인구의 70. 6%가 유럽사람이었다. 이 당시만 해도 기독교의 중심은 여전히 유럽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세기 말에 유럽의 기독교 인구는 약 28%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기독교 인구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지역은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이다. 이 지역의 기독교 인구는 43%에 이른다. 그러므로 전형적인 기독교인은 더 이상 유럽인이 아니라 남미나 아프리카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별히 유럽의 기독교인들이 상당수 명목상의 기독교인임을 생각할 때 실질적으로 신앙 생활에 열심을 내는 유럽인들은 훨씬 적다고 말할 수 있다. 서구 유럽 사회에서 기독교는 살아있는 종교로서가 아니라 과거의 문명으로 남아있다고 말해야 좋을지도 모른다.
초월성의 상실
그러면 왜 이렇게 서구 유럽 기독교가 침몰하게 되었는가? 첫째, 서구 유럽 기독교의 침몰의 가장 큰 원인은 종교의 초월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에게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하는 법이다. 종교는 본질상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을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럽 기독교는 합리주의에 깊게 물들어 초자연적인 세계를 부정하고, 기독교를 인간의 이성의 범주 안으로 축소해 버렸다.
많은 진보주의 학자들은 과학이 발달하면 초자연적인 종교는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된 현대사회에서 침몰하고 있는 것은 영적인 것을 거부하는 서구의 진보주의 교회이다. 여기에 비해서 영적인 것을 강조하는 교회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오순절 운동이다. 오순절 운동은 종교의 초월성을 강조한다. 20세기 기독교에 있어서 가장 크게 성장한 것은 이 오순절 운동이다. 이것은 초월성을 갖고 있는 교회가 현대사회에 적응력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성의 상실
둘째, 유럽 기독교 침몰의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대중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대중사회이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게 되었고, 도시는 대중사회가 되었다. 또한 현대사회는 더 이상 몇몇 엘리트들에 의해서 이끌려가지 않고, 오히려 대중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거기에 적응하려고 한다. 하지만 서구 기독교는 과거 엘리트 중심적인 구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대중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럽의 기독교가 대중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거기에는 대중부흥집회가 없다는 것을 지적할 수 없다. 18세기 영국은 대부흥운동의 근거지였다. 하지만 19세기와 20세기의 영국 기독교에는 활발한 부흥운동이 없었다. 하지만 그 부흥운동은 미국으로 넘어왔고,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는 서구의 진보주의 기독교와는 달리 계속 부흥하고 있다. 부흥운동은 대중사회에 기독교가 새롭게 적응한 대중적 기독교의 표현이다. 거기에는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간증이 있고, 노래가 있고, 무대가 있다. 하지만 유럽의 기독교에는 이런 대중적인 기독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전통적인 윤리의 붕괴
셋째, 유럽 기독교가 쇠퇴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전통적인 윤리의 붕괴이다. 서구교회의 가장 큰 역할 가운데 하나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유아세례를 주고, 그들이 장성하면 결혼식을 하고, 죽으면 장례식을 지내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서구사회는 가정의 해체라고 할 만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결혼한 사람들도 이혼하는 비율이 크게 늘고, 그리고 자녀 두기를 기피한다. 따라서 서구 사회에서 교회의 가장 중요한 일인 유아세례를 주는 일도, 결혼식을 올리는 일도 감소한다. 교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에서 가정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복음주의 기독교는 낙태반대, 출산장녀, 순결운동 등을 통해서 가정을 회복하려는 강한 운동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많은 비기독교 가정들도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 교회학교에 보내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는 큰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서구 유럽교회의 회복은 건전한 가정의 회복운동과 함께 나가야 한다.
한국교회를 위한 교훈
지금까지 우리는 서구사회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서구로 유학을 떠나고, 그곳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와서 한국사회에 적응하려고 한다. 물론 아직도 우리가 서구사회에서 배울 것이 많다. 하지만 무조건 서구사회에서 배우려고 해서는 않된다.
특별히 이것은 기독교에 있어서 분명하다. 어떤 학자들은 서구 기독교의 침몰이 아니라 서구기독교의 죽음을 말하고 있다. 서구사회의 거대한 성당들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의 퇴락을 말해 주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왜 서구 기독교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철저하게 분석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걸어간 길로 가지를 말아야 한다.
박명수교수(서울신학대학교 성결교회역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