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의 남편 손광기 씨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 만연돼 있는 가정 폭력의 문제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통계에 의하면 '매맞는 아내' 들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전국 가정폭력상담소에 접수된 가정폭력 상담 건수는 99년 4만여건, 2000년 7만여건, 그리고 2001년 11만여건이며, 경찰에 신고되는 가정폭력범죄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가정 폭력에 중독된 남편은 평소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다가도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는 폭력 행사를 통해 긴장을 해소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윤석주 목사는 부부 폭력의 원인을 인간의 죄성, 원망과 책임 전가, 분노 조절 능력의 결핍, 표현 능력의 결핍, 외도, 가부장적인 권위, 아내에 대한 정서적 의존, 낮은 자존감과 자기 주장 능력의 부족, 알코올과 약물 복용 등으로 분석하기도 했다(월간 '가정과 상담' 2월호).
10년의 세월 동안 폭행을 당하면서도 이경실 씨가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데는 “죄는 밉지만 사람, 특히 가족은 미워하기 어렵다. "고 말하는 이 씨의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 외에도,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 혹은 '맞을 짓을 했겠지' 라는 식의 사회 전반에 깔린 가정 폭력에 대한 잘못된 사고가 한 몫을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가정 폭력은 더 이상 집안 문제가 아니다. 지난 98년부터 가정폭력특별법이 시행되며 가정폭력가해자들이 법적 처벌을 받게 됐을 정도로 가정폭력은 그 죄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또 가정 폭력은 가정 해체 및 자녀들 인권 파괴의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무차별적인 폭력은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몇몇 스포츠 신문들은 이씨 폭행 사건 배후에 이씨의 불륜 사건이 혹 있었던 것은 아닌지를 다루면서 사건의 본말을 전도시키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가정 폭력을 합리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어떤 이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 폭력이 '지나친 사랑'은 아니다. 성경이 말하는 지고한 사랑은 오히려 '오래 참고 온유하고 성내지 아니하는' 양태를 띤다.
아내 폭행은 아내의 신체에 대한 공격일 뿐 아니라, 아내의 인격과 영혼에 대한 공격이다.
특히 그리스도인 남편들은 '남편된 자들아 이와 같이 지식을 따라 너희 아내와 동거하고 저는 더 연약한 그릇이요 또 생명의 은혜를 유업으로 함께 받을 자로 알아 귀히 여기라 이는 너희 기도가 막히지 아니하게 하려 함이라'(벧전 3:7)라는 말씀대로 아내를 귀히 여겨야지만 자신의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겨볼 필요가 있는 듯 하다.
아내의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이 시대, 자신의 갈비뼈로 창조된 하와를 보며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내 살 중의 살"이라고 했던 아담의 고백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