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빈 기자]책장사로오해받던 '지근덕쟁이'선교사

김영빈 기자  ybkim@chtoday.co.kr   |  
지난 6일 평신도 선교사,'웨슬리 형제'의 칠순잔치가 국내 존경받는 기독 지성인들이 모인 가운데 서울 남서울교회(담임 이철 목사)에서 진행됐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기도하는 모습의 웨슬리 웬트워스 박사는 무척 행복해보였다.

참석자들은 웬트워스 박사에게 진심어린 축하의 인사말을 건네고 따뜻하게 포옹했다. 덧붙여 그에게 보내는 20여명의 기독 지성인들의 회고록, '사랑해요 웨슬리 선교사님' 도 헌정되어졌다. 행사장은 시종일관 사랑과 감사의 온기가 가득했다.

지난 2월에야 고신대학교에서 명예 기독교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 석사학위자 출신으로 지난 40년간 한국에서 평신도 선교사로 묵묵히 사역해왔다. 사실 변변한 직위도 없고, 뚜렷한 학문적 결과물 또한 내놓은 바 없다.

그러나 매우 놀랍고 의아스럽게도 웬트워스 박사는 한국 기독교 지성운동을 도와 기독교학문연구소, 기독교학술교육동역회, 기독경영연구원 등 국내 기독교 학문 단체들의 발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받고 존경받는다. 어눌한 한국어를 사용하는 조용한 벽안의 노인을 국내 유명 기독 학자들이 이처럼 자신들의 '마음의 멘토'로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데 알고보면 지금은 그를 존경하는 기독 지성인들에게조차 그의 첫인상은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우선 대부분은 그를 형편이 곤란한 '책장사'로 오해하거나, 만나기엔 웬지 부담스럽고 미안한 존재로 인식했다.

우선 웬트워스 박사는 기독 집회가 있는 장소 입구에 '별로 찾는 사람도 없는 책'들을 잔뜩 펼쳐놓고 책장사를 하거나, 배낭 속에 책을 수북히 넣고다니며 관심도 없다는 상대에게 자꾸만 떠넘기면서 읽어보라고 권유하곤 했다.

양승훈 원장(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게 선교사님은 만날 적마다 전공 분야의 글도 아닌 이상한(?)분야의 논문이나 책을 건네주면서 읽어보라고 권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거저 받는 것도 한계가 있지 자꾸만 주니 읽지도 않고 책상머리에 쌓아두는 논문이나 책들이 내게는 커다란 부담이 되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양 원장은 말했다. "선교사님의 정성이 너무나 지극하여 그때까지의 은혜나 갚을 양으로 선교사님과 공부를 해주기로 약속했다...이 소책자('과학에 대한 기독교적 접근')를 읽어나가는 동안 나는 눈에서 비늘이 벗겨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때까지 과학을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보고 과학의 발달만이 인류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막연히 기대해왔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뻐져리게 깨달았다... 4대째 예수 믿는 집안에서 태어난 죄로 잠 못 이루는 짜릿한 중생의 기쁨을 체험하지 못했던 것을 못내 아쉬워했던 내게 원이삼 선교사님(웬트워스 박사님-편집자주)을 통한 새로운 세계의 소개는 잠을 설칠 만큼 충분히 흥분되는 사건이었다."

현은지 교수(성균관대학교 아동학과)도 "진정한 기독교 학교교육이 무엇인지 알도록 눈을 뜨게 해주신 것 이외에도 웨슬리 선생님은 내가 필요로 하는 책과 자료들을 적절한 때에 공급해주셨다. 특히 아동 문학이라는 내 전공 영역에서 기독교적인 기초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그분의 덕택이다. 그 주제에 관련하여 내 서재와 연구실의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의 대부분은 웨슬리 선생님의 정확한 책 감식안에 의해 뽑혀온 것들이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웬트워스 박사는 몇십년 전부터 기독교인 학도나 학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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