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계정치권진출,역량있는가?

김규진 기자  kjkim@chtoday.co.kr   |  

'기독교정당'등 기독교계 정치권 진출 논의 바라보며

기독교계의 정치권 진출. 얼마전 설문조사 결과 정치인 중 가장 많은 비율이 개신교인 이라는 사실과는 다른 의미이다. 이 속에는 단순히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치인, 정치 참여가 아닌, 적극적인 개념의 집단 물량적 기독교계 정치진출을 의미한다.

소위 '기독교 정당'에 대한 논의는 이전부터 수면 밑에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얼마전 부터는 이런 논의가 토론회나 세미나 등을 통해 드러났고, 지난 22일(수) 오전에는 기독교계 정치권 진출의 색이 짙은 가칭 '한국기독정치문화연구원'(이하 기정연)의 발기위원 모임이 있어 주목을 받았다.

최근 일간지에서는 아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신교계 일각에서 '기독교 정당' 결성이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교계에서 이름만 들어도 다 알만한 유명 목회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으며, '이단의 정치권 포교에 대응하고, 정치선교 차원에서 기독교 정당을 만들자' 등의 내용으로 일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는 이러한 사실들에 덧붙여 "기독교인 현역의원들의 외면을 받고 있어 논의 이상으로 발전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으며, "교회가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기독교 정당을 만든다고 기독교인들이 지지하리라는 것은 유치한 발상"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로 마무리해 더욱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목을 끌게 만들었다.

정치타락의 시대 깨끗하고 제대로된 정치를 바라는 열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또 그런 시도를 굳이 기독교계가 아니라도 정치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이 이미 시도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게도, 이런 시도를 표방한 많은 단체들의 상당수가 기존 정치세력과 동일한 모습으로 쇄락해 갔다. 그런 가운데 기독교 정당 논의는 과연 신선한 것일까.

이론만이라면 그럴 것이다. 기독교는 높은 도덕적 수준과 제대로된 이성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인만큼, 정치에 대해서도 제대로된 시각을 제시하고 많은 정치적인 난제들에 대해 분명하고도 정확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기독교계는 소위 '썩은' 정치를 끌어안아 깨끗하게 변화시켜 내기에는 능력과 역량이 모자란다. 기독교의 진리는 온전하나, 한국 기독교계의 현실이 '썩어' '썩은' 정치와 결합한다면 더 심한 악취만 풍겨내지나 않을까. 가뜩이나 도덕적인 헤이에 빠져있는 한국교회가 '병든' 정치를 끌어 안는다면 '치유'보다는 '죄의 전가'만이 일어날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우리가 가진 기독교 신앙은 높은 이상이다. 그리고 우리는 현실에 있다. 이 이상과 현실의 간격을 메워가는 어려운 작업이 신앙의 길이라고도 표현은 하지만, 기독교 정당을 논하는 이들에게 이 높고도 깊은 '갭'(Gap)을 메울 역량이 있는가. "사람의 능력으로 할 수 없다. 하나님께 의지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럼 지금 기독교 정당을 논하는 것은 과연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 일이겠는가.

'기독교적 패러다임으로 정치를 변화시키겠다'는 어렵고도 힘든 작업에 나선 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해주고 싶은 마음 한량이 없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는 그런 칭찬과 격려의 제대로된 접촉점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깝고, 또 앞으로 발생할 일들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기독교계 정치권 진출'을 바라보는 기자의 마음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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