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녀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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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개인을 축복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관심은 보다 폭넓은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의 축복이 사회적 축복으로, 사회적 축복이 국가적 축복으로, 국가적 축복이 우주적 축복으로 확산되기를 원하십니다. 그처럼 개인의 축복이 우주적 축복으로까지 승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의 세습을 막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부를 대물림하는 것이 과연 자녀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줍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자녀들에게 부를 고스란히 상속시키는 것만큼 부자를 어리석게 만드는 것은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녀의 행복을 망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부자가 당하는 가장 치욕스런 고통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녀들이 유산 문제로 치고 받고 싸우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목격하고 차라리 가난하게 살았으면 좋았다고 한탄하는 부자가 얼마나 많습니까?

어렸을 때는 대개 형제간에 우애가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자기라고 하는 의식이 싹트면서 형제간에 다투는 일에 생깁니다. 무슨 문제로 인해서 가장 많이 다투게 됩니까? 오늘날 형제간에 생기는 대부분의 문제는 물질로부터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형제간에 물질로 싸우는 것을 보면 자기 것을 가지고 싸우는 것도 아닙니다. 대개 부모가 축적한 재산을 가지고 더 가지느냐, 덜 가지느냐로 싸우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는 부모는 자기의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처절히 한탄할 것입니다. 평생을 돈 때문에 수고하고 살아온 것이 아무 효과도 없는 셈입니다.

그 돈을 자손들에게 나누어주었다고 자손들이 고맙게 여깁니까? 고맙게 여기지 않습니다. 유산이 오히려 땀흘리고 힘써서 돈을 모으는 재미조차 빼앗아 버렸으니 그로 말미암아 다가오는 것은 방종 밖에 없습니다.

많은 재벌들의 자녀들이 이런 모습을 보일 때 어느 누가 '부럽다'는 생각을 가지겠는가? 오직 '초라하다' 혹은 '불쌍하다'는 생각뿐입니다. 그러므로 적게 먹고 화려한 옷을 입지 못한다 할지라도 화목한 가정에서 산다면 삶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한 집에 산다고 할지라도 가정에서 물고 뜯고 찢고 싸우면서 살면 무슨 삶의 의미가 있습니까?

부모의 유산을 가지고 싸우는 자녀들의 모습은 속된 말로 '개만도 못한 모습'이 됩니다. 개들은 자신들에게 '밥을 주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주인을 끝까지 따릅니다. 그런데 부모에게 효도할 생각은 안하고 부모가 등골 빠지게 번 돈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겠다고 부모들 보는 앞에서 핏대를 올리며 싸우는 자녀들이 있다는 것은 비통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지나친 재산축적은 자녀들에게 별로 도움이 될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지나친 재산은 자녀들에게 무위도식적 습성을 심겨 주어서 자녀들의 인생을 망칩니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에는 재산을 가지고 싸우는 자녀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 인생마저 망쳤다는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이런 고통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습니까? 재산 축적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번 돈을 시의적절하게 의미 있는 일에 쓰는 일을 잘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일생 동안 구두쇠처럼 돈을 모으기만 하다가 죽으면서 거액의 재산을 좋은 일에 헌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거액을 헌납했다고 신문에 대서특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그런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 아닙니다. 구두쇠노릇을 하다가 죽기 전에 거액을 헌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살아가면서 가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서 쓰는 일입니다. 죽을 때에 거액을 헌납하는 것은 어차피 가져가지 못할 재산을 가지고 죽은 후에 벌어질 상황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위로하고 점점 조여오는 죄책감에서 자유하고 싶은 수단으로 헌납하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해 의롭게 벌고, 최선을 다해 가치 있게 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유산을 기대하지 말라고 선언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 부모가 자녀들에게 취지를 잘 설명하고 이런 선언을 한다면 많은 자녀들이 자신의 부모를 자랑스럽게 여길 것입니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다는 자긍심이 자녀들의 인생을 더 알차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긍심과 함께 자녀들에게 독립심이 생길 것입니다. 눈빛부터 달라질 것입니다. "이제는 혼자 모든 일을 개척하리라"는 다짐을 하면서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 자녀의 삶은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습니까? 이처럼 자신의 삶을 자신이 책임지고 살려고 하는 정신은 자신과 인간 공동체에 엄청난 보탬을 주게 될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진정으로 물려주어야 할 것은 재산이 아니라 신앙입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좋은 음식을 주고, 좋은 옷을 사주고, 좋은 침대를 제공하는 것보다 부모의 신앙을 보이고, 부모의 경건함을 보이고, 부모가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 사람임을 보이는 것이 자녀를 잘되게 하는 부모의 최대의 일일 것입니다.

자녀를 아끼는 마음은 인간의 공통된 마음입니다. 그래서 부모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자녀에게 좋은 것을 주려고 합니다. 그러나 무엇이 좋은 것인가를 잘 생각해야 합니다. 부모가 물려줄 가장 중요한 유산은 재산이 아니라 부모의 경건한 신앙입니다. 만약 재산이 있다면 자녀들에게는 3분의 1 이하의 수준에서 물려주고 3분의 2 이상은 사회로 환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많은 부자들이 이런 정신을 가지고 부의 세습을 절제한다면 사회의 많은 고통은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은 물질관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죄악시했습니다. 하나는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것을 최악의 죄악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통해 노동의 신성함이 일깨워졌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재산을 남기고 죽는 것입니다.

재산을 남기고 죽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까? 그것은 하나님의 사업과 이웃의 필요를 외면하고 살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밝혀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청교도들은 힘써 일해서 돈을 벌었고 죽기 전에 자신의 전 재산을 뜻깊은 일에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청교도들을 통해서 수많은 대학과 인간을 돕는 기구가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결산의 날에 틀림없이 물을 것입니다. "너에게 맡긴 물건과 재능을 통해서 네가 얼마나 주는 삶을 살았는가?" 하나님을 향한 헌신의 정신과 이웃을 향한 구제의 정신은 그리스도인에게 꼭 필요한 신앙덕목입니다.
/이한규목사(분당 사랑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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