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빈 기자]슈렉, 엉뚱한 영화의 예상밖 감동

김영빈 기자  ybkim@chtoday.co.kr   |  
올 여름 화제를 모은 '슈렉2'는 기자에게 엉뚱하게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사실 전편에서도, 모두가 거리끼며 "제발 내 눈앞에서 사라져주었으면"하며 핍박해대는 흉측스런 초록색 괴물을 사랑하게되는 피오나는 기자에게 가슴뭉클함을 준 바 있다.

"사랑한다"하지만 상대의 외적인 조건이 주는 즐거움을 사랑하는 자기중심적인 사랑이 팽배하며, 또한 그러한 세상적인 사랑관이 기독교인들에게조차 제법 깊이 스며들어온 오늘날, 거칠은 외모 속에 담긴 아름다운 마음씨를 알아채고 한 괴물을 사랑하게 되는 여주인공의 마음씨는 참 아름답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슈렉2'는 전편보다 감동을 조금쯤 더했다. 여주인공 피오나에게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한 차원 더한 것이다. 물론 첫편에서도 슈렉과의 '사랑의 키스'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희생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그가 자발적으로 행한 것은 아니었다. 슈렉과 같은 괴물의 모습으로 화하기전, 피오나는 자신이 키스와 함께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되리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슈렉2에서는 좀 다르다. 슈렉은 자정 전의 키스 한번으로 본인과 상대 모두 영원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수있게 되는 마법의 약을 먹는다. 피오나는 매우 쉽고 간단한 단한번의 행동으로 아름다웠던 자신의 본래 모습을 되찾고 또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근사한 모습의 상대와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보통은 쉽게 그 상대를 키스하고 둘다 아름다워지기를 택할 것만 같다. 그리고 그것이 전혀 이상하거나 낯설은 선택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데 피오나는 웬일인지 그 키스를 거부한다. 왜냐하면 피오나는 슈렉이 더러운 늪지에서 뒹굴어대며 마음편히 살아야 행복할 수 있으며 그런 그에게 그럴싸한 허울에 갇혀 점잔을 빼며 평생을 살아야한다는 것은 고통이 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피오나는 슈렉이 그 자신의 본래 모습을 가질 때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상대에게 그러한 행복을 허락하고 행복해한다. 이처럼 상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행복해하는 모습이야말로 참다운 사랑인 것 같다. 자기 중심적인 사랑이 아니라 상대 중심적인 사랑 말이다.

또 피오나는 그 상대의 행복을 유지시켜주기 위해서 자신의 본래 아름다운 모습까지도 포기해버린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기뻐한다. 피오나가 전편에서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서 자기 삶의 방식을 포기했다면(공주로서의 삶의 방식을 버리고 늪지로 갔다.) 이번에는 과장해서 말한다면 자기 정체성까지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사실 다른 것은 다 포기해도 자기 자신만은 포기하기가 참 쉽지 않은데 말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상대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의 귀한 어떤 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 또는 자기 자신을 포기할 수 있을까 반성해보게 된다.

아무튼 이처럼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피오나가 슈렉에게는 그 어떠한 모습이든 참으로 사랑스럽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슈렉 부부는 둘 다 잃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남들이야 무엇이라하든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아름답다. 또 상대가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함을 알기에 서로에 대한 사랑의 마음은 쉽사리 식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슈렉 부부의 모습은 너무나 행복해보였다.

만약 나의 어떠한 모습 때문에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면, 또 상대의 어떠한 모습 때문에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이라면 그 관계는 얼마나 삭막하고 불안스럽겠는가. 자신이 사랑하던 상대의 그 조건들이 퇴색되거나 사라지면, 그 사랑도 자동적으로 함께 식어질 것이다. 그리곤 어느 날인가 서로가 마치 남인양 매몰차게 돌아서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슈렉 부부와는 정반대 조건에 처한 헐리우드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세상이 원하는 최고의 조건들을 넘치도록 갖춘 그들에게서 들리는 소식들이란 왜 이리도 항상 참담한 것들뿐일까. 마약, 동성연애, 간음, 이혼 등 오히려 세상의 모든 불행이란 불행들은 다 모아놓은 곳이 그곳인것처럼 생각되기조차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누리는 작은 행복의 따스한 기운조차 잘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결론적으로 사람들은 그런 세상적인 조건들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 무엇 하나 없는 초라한 모습이라해도 그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그 누군가로부터 진심으로 사랑을 받고 살고 있다면 사람은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 사람은 그렇게 지어졌나보다.

그런 점에서 그리스도인은 참 행복한 것 같다. 바로 하나님과 우리가 일대일의 그러한 사랑의 관계를 맺어나가기 때문이다. 내가 어떠한 모습이든 변함없이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 앞에서는 모든 긴장이 풀어지고 모든 의심이 사라진다. 조건없이 사랑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통해 나는 참 깊은 행복감을 누린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해 행복해하는 나의 모습을 보시는 하나님의 행복도 커가신다. 그러면 행복해하시는 하나님께서 표현해주시는 더 큰 사랑의 손길들로 인해 또 나의 행복이 커간다. 그러면서 나도 점점 하나님을 조건없이 사랑하게 되어간다. 이렇게 진정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점차 서로를 향한 사랑과 행복의 크기가 증가되어가기만 하는 것 같다.

(이러한 하나님과 한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운 관계는 또한 우리 인간들 사이의 관계가 어떠해야하는가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러한 사랑의 원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꾸만 커져나가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충만해지는 세상, 그래서 정말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울 것 같다.)

세상이 볼때는 경악스러울 정도의 흉측한 모습으로 냄새나는 늪지에서 살지만 한없이 풍요로운 슈렉 부부의 작은 행복이 사실 우리 인간들이 진정 바라는 것이 아닐까. 그 행복의 열쇠는 바로 '조건없는 사랑'이다. 우스꽝스런 영화 한편에서 영화 제작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기자는 뜻밖의 감동을 받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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