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파주의에 빛바랜 교회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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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방이라는 위급한 상황에 놓인 조선족 동포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기총은 지난 23일 국기독교연합회관 앞 노상에서 재외동포 지원단체들과 공동으로 재외동포·외국인이주노동자를 위한 한국교회 연합 특별기도회를 열었으며 KNCC는 이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의 반인권적인 강제추방 정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기구 이외에도 명성교회, 소망교회, 지구촌교회, 순복음인천교회, 조선족교회, 강변교회, 강남교회, 새문안교회 8개 교회는 이미 조선족 동포들을 위해 농성자리를 제공하고 이들과 함께 인도적 차원의 불법체류 사면을 촉구하고 있다. 이같이 교회들이 연합된 모습은 그동안 개별적으로 행동해 왔던 한국교회들에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한기총과 KNCC는 그동안 북핵문제 등 진보수간의 견해차로 인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 왔으나 이번 조선족 동포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모처럼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같은 평가를 반영하듯 지난 23일 한기총 주최로 열린 재외동포를 위한 특별기도회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김종무 총무가 참석, 격려사를 맡기도 했다.

KNCC내 핵심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가 한기총 주최의 행사에 참석해 600여명의 조선족 동포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은 공통 사안에 대한 한국교회의 연합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해 이번 기도회를 한국교회 연합과 관련해서도 매우 의미있는 행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김종무 총무의 발언에서 상당한 아쉬움을 남기는 바가 있었다. 김종무 총무는 격려사에서 한국교회 전체 이름이 아닌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이름만을 내걸었던 것이다. 김종무 총무는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 산하 모든 교회들은 여러분들(조선족 동포)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여러분들을 위해 기독교연합회관 15층 총회에서 농성장소를 제공하고 있다"며 기장측의 노력도 전했다. 이같은 김종무 총무의 발언은 한기총 주최로 열린 당시 행사장에서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물론 한 교단의 총무로 소속된 교단의 노력을 알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자리가 한기총 주최로 열린 기도회였고 또한 한기총이 중국동포의 집을 비롯한 재외동포 지원단체들과 연대해 한국교회 이름을 걸고 여는 행사에서 '기장'의 이름이 아닌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격려를 했더라면 더욱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오랜 관행으로 체질화 되어온 교파주의를 벗어나야 할 때이다. 조선족 동포 강제추방과 같은 인권문제에 한국교회는 신학노선을 벗어난 공통의 공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이 중대한 일을 통해 모처럼 연합할 수 있는 기회가 교파주의보다 더 우선임은 자명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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