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 해석학에서 성령의 역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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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준 21세기 해석자 칼럼2]

				▲안명준 교수(평택대학교,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장)
▲안명준 교수(평택대학교,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장)

II. 해석의 중요성

인간은 해석하는 동물이다. 인간은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여 언어로 표현하는 해석적 기능을 갖고 그 기능을 사용하도록 창조되었다. 창조된 아담이 인류 최초로 한 일은 바로 해석 행위였다. 창세기 2장 19절에서 23절까지는 아담의 해석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각종 들짐승과 공중의 각종 새를 지으시고 아담이 어떻게 이름을 짓나 보시려고 그것들을 그에게로 이끌어 이르시니 아담이 각 생물을 일컫는 바가 곧 그 이름이라. 아담이 모든 육축과 공중의 새와 들의 모든 짐승에게 이름을 주니라 아담이 돕는 배필이 없으므로. . . . 아담이 가로되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칭하리라 하니라.” 여기서 아담은 언어를 사용하여 이름을 짓는 해석적인 능력을 유감없이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은 하나님에 의해 해석적인 기능을 타고났으며 그렇기에 그가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이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의 의무이자 특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크리스천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의 삶의 현장을 해석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며 매우 중요한 사역임을 깨닫게 된다. Nicholas Wolterstorff는 해석이란 우리의 삶에 스며있어서 피할 수 없고 해석 없이 인간은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 크리스천은 세상을 올바르게 해석할 줄 알고 더 나아가 크리스천의 공동체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올바른 해석적 유산을 남겨할 책임이 있다. 마틴 부버(Martin Buber)는 기독교가 세상에 준 것은 해석학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우리에게 해석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한다.

기독교의 역사를 볼 때 성경 해석은 기독교 공동체 신학 형성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종교 개혁자였던 루터가 시도했던 성경 해석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만일 우리가 어떻게 루터의 이신칭의 교리가 발견되었는가를 탐구해본다면 우리는 그것이 그가 로마 카톨릭 교회에 대항해 행한 새로운 성경 해석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aul Althaus는 루터의 성경 해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의 신학은 성경을 해석하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그것의 형태는 기본적으로 주석이다. 그는 스콜라적인 의미에서 조직신학자가 아니요, 중세 체제나 현대 신학의 의미에서 교의학자도 아니다.”그러므로 그의 신학은 기존의 로마 카톨릭 교회의 방법이 아닌 새로운 관점으로부터 성경을 해석하려는 시도에 의해서 형성되었다. 1521년 보름 회의(the Diet of Worms)에서 그는 자신의 양심이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교황과 종교회의의 권위를 받지 않겠다고 말하였다. 그는 sola Scriptura(오직 성경)를 강조하였다. 이 표어는 성경은 자증을 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해석자라는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 루터에 있어서 sola Scriptura의 강조는 개신교의 대표적인 성경 해석원리인 Scriptura sui ipsius interpres(성경이 성경을 해석한다-편집자 주)원리가 되었다. 이 방법은 1519년의 작품들에 나타나고 후에 계속하여 그의 성경 해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루터에 있어서 성경이 그 자체가 해석자라는 원리는 그가 성경의 권위와 명료성을 강조하는 것으로부터 왔다. 루터는 1519년 7월에 에크(Eck)와 라이프치히 논쟁(Leipzig Disputation)에서 성경의 권위를 강조하였다.

"나는 거미가 물에 침투하는 것처럼 그 신학박사 (에크)가 성경을 관통하는 것에 유감스럽다. 사실상 그는 마귀가 십자가로부터 도망가듯 성경으로부터 도망간다. 그러므로 교부들에 대한 존경과 함께 나는 성경의 권위를 선택하고 나를 판단할 사람들에게 그것을 권했다."

1517년에 루터의 95개 조항을 지원했던 에라스무스는 7년 뒤 1524년에 그의 책 <暹囚暹 猩晳에 관吳여> (On the Freedom of the Will)에서 예정론과 인간자유에 관해 루터와 논쟁을 일으켰다. 루터는 1525년 그의 책 <暹囚暹 노예> (The Bondage of the Will)에서 에라스무스의 잘못된 성경 해석관을 지적한다. 에라스무스는 성경은 어두운 책이기에 교회에서 가르치는 직책의 사람들에 의해서 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에 루터는 성경의 명료성을 주장하였다. 성경의 명료성은 루터를 비롯한 다른 개혁자들에게 Scriptura sui ipsius interpres 원리를 제공해 주었다. 루터는 자신의 교리서들 (Catechisms) 가운데서 Scriptura sui ipsius interpres 원리의 몇 가지의 패턴을 보여주었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첫번째로 루터는 이해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없는 성경의 분명한 본문을 단순히 인용하고, 두번째로 성경에 있는 사건과 사람들을 포함하는 예화를 사용하고, 세번째로 문맥에 의해서 본문을 해석하고, 네번째로 전체 성경의 의미로부터 본문의 의미를 해석하며, 다섯째로 그리스도 자신이 말씀하셨다는 그리스도 중심적인 해석을 한다.)루터에 있어서 성경의 해석은 종교개혁의 출발점이요 논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칼빈은 역시 올바른 성경 해석은 올바른 신학 형성과 직접적인 관계를 말한다. 칼빈은 1559년 8월 1일 제네바에서 자신의 기독교 강요의 최종판에서 자신의 책의 목적이 신학도들의 성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임을 말한다. 칼빈에게 있어서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건전한 신학을 형성하는데 직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다. G. Ebeling과 J. Pelikan의 지적대로 신학사란 성경 해석의 역사라고 말한 점을 고려해 볼 때 건설적인 신학활동을 위한 해석학의 역할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프리토리아 대학의 C.J. Wethmar 교수가 제 2차 세계개혁신학회의에서 말한 것처럼 “신학은 근본적으로 해석학적 학문으로 그 주된 목적이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의 영원한 기초와 근원으로서 성경을 역사적이며, 조직적이며, 실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 본점이다.

칼빈은 자신의 해석이 교회의 공적인 유익을 증진시키기(publicum Ecclesiae bonum induxisset) 위한 것임을 밝힌다. 자신의 해석적인 작업을 통하여 기독교 공동체의 유익에 공헌하는 것이었다. 특히 로마서 주석에서 자신의 해석 방법은 간결성과 단순성의 원리(brevitas et facilitas)를 사용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성경을 쉽게 성경의 본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방법을 사용한 성경 해석의 결과는 신학의 판도를 바꾸는 계기를 마련한다. 예를 들면 세계 일차대전후 신정통주의 신학자 칼 바르트(Karl Barth)는 를 출판함으로써 당시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놀이터에 폭탄을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Gadamer는 바르트의 를 자유주의 신학을 비판한 최초의 혁명적인 폭발(the first revolutionary eruption)로, 또 일종의 해석학적 선언서(a kind of hermeneutical manifesto)로 본다.

'해석' 혹은 '주석'(exegesis)이란 말은 고대 아테네 신전에 살고 있던 신전 해석자들이 신탁, 종교적이나 의식적 법들, 그리고 하늘의 징조를 해석하면서 생긴 말이다. 오늘날도 새로운 샤만 르네상스를 추구하는 세상의 많은 종교 철학자들이 샤만을 통하여 인간문제의 해결을 정당하게 받아드리는 포스트모던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최근 한국에서도 나타난다. 1998년 9월 22일부터 23일까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한국공연 예술원의 주최로 '샤만유산의 발견(Discovery of Shamanic Heritage)'이란 주제의 국제심포지움이 열렸는데, 히말리아, 네팔, 일본, 한국의 샤만에 대한 심도있는 논문들이 발표되었고, 샤만들의 공연도 있었다.) 샤만의 메시지를 해석하고 대중들에게 전달하려는 신 문화적 재생의 시대에서 샤만들이 인간에게 주는 현대 인간문제에 대한 해석은 큰 권위를 갖게 될 것 같다. 이런 시점에서 참된 창조주이시며 구속주이신 하나님을 믿는 신학도들은 역사와 크리스천의 공동체 앞에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해석해야 할 큰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요셉과 다니엘의 경우 해석은 그 시대의 중요한 인물들과 국가의 역사를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요셉은 어떻게 바로왕의 꿈을 해석했는가? 다니엘은 어떻게 세계의 역사의 흐름을 정확하게 해석했는가?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그런 사람들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신학교는 이런 질문에 답을 주어야 한다. 신학생이 신학교에 들어온 목적은 하나님의 소명을 받으려 온 것도 아니요, 성경을 많이 알기 위한 것도 아니다. 참된 목적은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해석하는 능력을 키워서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알려주는 성경의 해석자로서 거듭나기 위함이다. 이 시대에 하나님은 자신의 참된 해석자를 찾고 계시다.

오늘날 우리는 성경 해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겸허하게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칼빈을 해석적인 관점에서 조명해 보는 것도 오늘날 말씀 앞에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칼빈은 자신의 나라에서 쫓겨난 후 하나님의 해석자로서, 성경의 해석자로서, 제네바의 해석자로, 프로테스탄트 신학의 해석자로서 제너바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해석자로서의 칼빈 삶 원천의 중심에는 역시 성경이 있었다. 성경이 그 삶의 모든 표준이었다. 신학의 방법은 물론이거니와 해석 방법론까지, 삶의 해석까지 성경에서 그 원리를 찾았다. 성경 해석과 관련하여 그는 성령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보여준 신학자였다. 그의 성경 해석은 성령의 분명한 역할 속에서 이뤄졌었다. 우리는 해석학에 대한 최근의 새로운 방법을 모두 습득하고 사용해야 하지만 해석자에 대한 성령의 주권적인 역할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칼빈을 통하여 다시 배워야 할 것이다.


안명준 교수(평택대학교,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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