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응 안산외국인노동자센타 소장
'12월의 생일'하면 얼른 떠올리는 것이 아기 예수가 나신 크리스마스이다. 모두가 따스한 선물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생일이 있다. 12월 18일 바로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12월 14일 안산역 앞에서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살인추방 반대와 합법체류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가 있었다. 정부가 불법체류자 중 4년 이하 외국인노동자에게는 합법체류를 허용하고, 4년 이상인자들은 강제추방하기 시작하였다.
'살인추방'은 최근 들어 8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 단속과 관련하여 줄지어 사망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난 11월 13일부터 강제추방 반대와 합법체류 보장을 요구하는 90여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 안산외국인노동자센타에서 1달 넘게 농성이 벌이다 이날 안산역 앞에서 집회를 벌인 것이다. 갈수도 없고, 갈 곳도 없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단속을 피하여 추운 겨울들판에서 '합법체류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손을 호호 불며 한 외국인노동자가 집회 중간에 다가와 "목사님, 배고픈데 저 빵 하나만 사줘요"한다. "집회하느라 배가 고팠구나?"하자 "아니요, 사실은 저 오늘 생일 이예요. 아무도 내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서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말?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이 네 생일이구나. 가족들도 널 생각하겠지?" 그러자 그 외국인노동자는 금세 주르륵 흘러내린 눈물을 닦고 있었다. '자신의 생일'을 이야기 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한 외국인노동자의 수줍은 다가섬이었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은 아기 예수와 함께 외국인노동자를 기억하는 달이다. 바로'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세계 이주민의 날'은 1990년 유엔총회(뉴욕)가 제69차 본회의에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날을 기념하여 제정한 날이다.
세계은행은 외국인노동자들이 출신국으로 보내는 송금액이 연간 7백30억 달러로 전 세계 석유무역 다음으로 많은 액수를 차지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제이주노동이 국제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다. 그러나 세계의 외국인노동자들은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사회는 세계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전 세계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보장을 촉구하기 위하여 '세계 이주민의 날'을 제정한 것이다.
'세계 이주민의 날'은 국제협약이 통과된 12월 18일을 기념하여 1997년부터 필리핀에서 시작되었다. 1998년부터는 한국 등 아시아 전체로 확대되어 각종 행사와 캠페인을 통해 이주민들의 권리보장과 이주노동자 국제협약 비준을 촉구하게 되었고, 2000년 12월 4일, 유엔은 12월 18일을 "세계 이주민의 날"로 공식 선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국제협약'이 국제 법으로서 발효되려면 20개국이 비준을 하여야만 했다. 국제사회는 20개국이 이 조약에 비준하도록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드리어 2003년 3월 5일 과테말라가 20번째로 비준을 하게 되었다. 법안이 협약으로 채택되고 13년이 지난 2003년 7월 1일부터 '이주노동자 국제협약'이 국제사회에서 정식으로 발효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은 국제사회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 외국인노동자를 수입과 수출을 동시에 하는 나라이다. 한국은 이 조약에 비준은 커녕 '이주노동자 국제협약'에 동의하는 서명도 하지 않은 나라이다.
아직도 외국인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산업기술연수제도와, 편법운영 현지법인 연수생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2004년 8월 17일부터 시행될 고용허가제도 역시 사업장 이동의 제한, 1년 단위의 고용계약으로 인한 노동권활동 제한 등의 독소조항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정부는 4년 이상자 등에 대한 강제추방 문제의 해법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최근 들어 강제추방 문제로 죽어가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그래서 강제추방이 살인추방으로 부르고 있다. '세계이주민의 날'을 기회로 특단의 조치를 취함으로 외국인노동자들에게 12월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잃어버린 미소'를 돌려 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그러나 아직도 농성은 끝이 어딘지 모르고 계속 되고 있다. NO MORE MURDER ! (더 이상 죽이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