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종결과 함께 첫 수사 착수시에 엄청난 국민적인 충격을 가져다줬던 이번 수능부정사건에 대한 기억도 곧 사라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또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온갖 흉악하고 극악무도한 범죄로 국민들의 정신이 혼미해케돼 수능부정사건쯤은 경미한 사안으로 뇌리에서 쉽사리 잊혀지게될지도 모른다. 분명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고 회개하는 수능부정 가담 학생들에게는 따뜻한 용서와 사랑의 메시지가 선포되어야하지만, 금번 사건으로 명백히 드러난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도덕성 붕괴에 대한 충격은 결코 잊혀져서는 안될 것이다.
인근 몇몇 고교의 학생들이 선배, 후배까지 동원된 연합전선을 펴 조직적, 체계적, 기술적인 수능부정행위를 펼쳤다는 사실 앞에 입이 딱 벌어지고 가슴이 탁 막혀온다. 한두명이 순간적인 호기심에 우발적으로 그런 행동을 저질렀다해도 우리 사회의 도덕불감증을 비판하고 놀랄 판인데 수십, 수백명이 몇달간의 치밀한 계획과 연습 끝에 단체로 수능부정을 하였다니 우리 사회의 도덕성은 도대체 무엇과 바꾸어먹었는지 의문이다.
금번 사건이 의미심상한 것은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이미 심각한 붕괴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수능 부정행위는 개인이 아닌 집단에 의해서, 지역적으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행해졌으며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 이미 지난 몇년에 걸쳐 이루어져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남들도 다 하는데', '이것이 무슨 큰 범죄일까'하는 도덕불감증이 널린 퍼진 느낌이다. 또 수능부정사건을 접하며 심각한 도덕불감증이 발생한 곳이 비단 수능시험장뿐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든 해보게 됐을 것이다. 어린 학생들의 시험장에서마저 그러한 부정행위가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었다면 사회곳곳에서는 얼마나 많은 부정직한 일들이 보이지 않게 행해지고 있을까 두렵다.
그런데 이번 수능부정행위 보도를 계속 따라가면서 한가지 깊은 인상을 받은 사실은 조직적 부정행위에 가담한 대다수 학생들이 수능 점수가 무효처리되지 이전에라도 별반 점수 상승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오히려 점수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한 경우들도 많았다. 이런 결과가 초래된 원인으로는 부정행위자들간 손발이 맞지 않았던 것도 주요한 것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실제 현장에 임하자 떨리고 불안해 생각처럼 천연덕스럽게 부정행위에 가담할 수 없었다는 사실도 큰 원인이었던 것 같다. 이런 사실을 접하며 느끼게 되는 것은 인간의 영혼은 참 정직하다는 한가지 단순한 진리이다. 수개월간 모의하고 사전예행연습까지 하며 얼마나 여러번 마음을 굳게 다잡았을까마는 인간이란 그토록 쉽게 편한 마음으로 불의한 일을 저지를 수 없다는 것이다. 부정과 불의란 하나님이 인간안에 불어넣어 주신 양심과 심각하게 어긋나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한다. 또 금번 수능에는 대리시험이 적발된 이들도 여럿이었는데, 그 중 한 대리시험응시자가 대리시험을 치르고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고 한 고백은, 물론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너무나 정직한 영혼의 고백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죄가 드러날시 심각한 법적 사회적 처벌을 받을 것임을 명백히 앎에도 대리응시자들이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속속 자수했던 것도 우리 인간이란 어떻게 창조된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어찌보면 인간만큼 선한 존재가 없는 한편, 어찌보면 인간만큼 악한 존재도 없는 것 같아 인간관만큼 정립이 어렵고 혼돈스러운 것도 드물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인간의 창조자이신 하나님께서 모든 인간 안에 선을 갈망하는 마음을 넣어주셨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수능부정사건에서도 죄를 짓는 것이 인간의 본성과 어긋난다는 한가지 사실이 암시적이게나마 명백히 보여졌다고 생각한다. 수능부정행위 사건을 떠나 다른 어떠한 심각한 범죄 사건을 떠올려보아도 인간 안에는 죄를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붙잡힌 범죄자들이 왜 모자, 점퍼, 머풀러 등등 지니고 있는 모든 의류를 동원해서 자신을 가리고 몸을 최대한 웅크리겠는가. 사회적인 시선이 무서운 것도 그 이유겠으나 인간 안에 참으로 죄를 죄로 알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하나님을 알만한 것이 저희 속에 보임이라. 하나님께서 이를 저희 속에 보이셨느니라"(로마서 1:19)라는 성경말씀도 하나님께서는 창조시에 인간안에 하나님을 알만한 마음, 즉 선한 마음을 불어넣어주셨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심히 좋으실 정도로 아름답고 선하게 창조된 존재라고 생각한다. 먼지가 조금씩 조금씩 쌓이다 자욱해지면 본래의 투명한 유리도 두터운 플라스틱보다도 더 불투명해질 수 있는 것처럼, 타락 이후 혼탁한 세상 속에서 자꾸만 본래의 투명함을 잃어가는 우리가 아닐런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모두 하나님께서 주신 선한 영혼의 목소리에 가만히 귀기울여보고, 나아가서 선 중의 선이신 하나님을 갈망하는 우리 내면의 소원대로 하나님앞에 나아올 수 있다면 좋겠다. 어떠한 인위적인 제도적 개선보다도 우리 한명 한명의 근본적인 변화가 사회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