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기간 동안 안산외국인노동자센타에서 마련한 설맞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병원에서 첫 외출을 나온 태국여성 로사나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녀는 새해소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도 연거푸 "여기와서 기뻐요. 너무 기뻐요. 행복해요. 빨리 다 나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해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부푼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노동자들에게 한국이 안겨다 준 것은 고작 노말헥산에 중독돼 일명 앉은뱅이병에 걸리도록 한 것 뿐인데도 로사나는 '원망' 대신 '감사'를 먼저 말하고 있었다.
이들은 하루 평균 15시간씩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보호복 등 안전 장비 없이 유해물질 노말헥산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다 중독돼 '다발성 신경장애'에 걸렸다.
그러나 이들을 고용했던 경기도 화성시 소재 D업체는 발병 사실을 알고도 치료는커녕 비행기표만 쥐어주고 본국으로 돌려보낸 데다가, 박천응 목사 등 이들을 돕기 위해 회사를 찾은 일행에게 사실 일체를 부인하고 은폐하는 등의 행동을 해왔다고 한다.
이들이 다시금 한국으로 돌아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박천응 목사는 "다리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이렇게 만신창이가 됐는데 돌려보내졌다는 것이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먼저 사죄를 하고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설맞이 행사로 이루어진 외국인노동자들의 영락경로원 방문과 위문공연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쓰나미 피해 등으로 많은 지원을 한국으로부터 받은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받은 은혜에 감사한 마음으로 은혜를 나누고자 양로원을 방문, 첫 위문공연을 펼치게 되었다고 한다.
스리랑카 전통춤을 선보여 큰 박수갈채를 받았던 한 외국인노동자는 "고향에 가고 싶어도 못가는 데 안타까운 마음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찾아 왔어요. 스리랑카 전통춤 보여주고 싶어요"라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공연이후에는 영락경로원 안에 있는 경로원과 요양원 구석구석을 돌며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손을 부여잡으며 인사를 드리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처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외국인노동자들이 더이상 인권유린의 그늘에서 고통받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주께서 보내신 선한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지 못한 죄를 우리모두가 회개하고 주저앉은 코리안 드림에 날개를 달아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