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그 비유 속에 함께 나오는 '사마리아인'에 비견될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이들을 음으로 양으로 돕고 있는 인권 사역자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몇달 전 동남아에서 갑작스레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던 제프리 박 목사의 비보가 전해졌다. 천기원 전도사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목사는 탈북자 6명을 인솔해 1월 2일 라오스로 향하던 중 메콘강에서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국행을 꿈꾸며 박 목사의 인솔하에 함께 라오스로 가던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들은 자동차 타이어에 의지에 물살이 거센 메콘강의 지류를 건너려 했으나 타이어가 부족해 박 목사는 홀로 강 건너에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박 목사는 거센 물결에 탈북자들이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에 자신이 수영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마저 잊은 채 강물에 뛰어들었다. 그것이 그와 동행한 탈북자들이 지켜본 박 목사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렇게 위험한 선택을 해야만 하도록 내몰았을까. 천기원 전도사는 그날 기자회견에서 "박 목사님 일행은 한국 입국을 위해 미얀마에 진입한 뒤 한국 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하려 했으나 한국 대사관의 거부로 1월 2일 라오스로 향하던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미얀마, 라오스 등 모두 합쳐 5번이나 협조를 요청했으나 도움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박 목사의 실종 소식이 알려지고 이들 일행이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자 이들은 여기저기서 내쫓기며 수십킬로미터의 강행군을 하던 때가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도 손쉽게 한국 입국에 성공한다. 천기원 전도사는 "결국 입국할 수 있는데 이렇게 시간을 끈 것은 북한 정권 눈치보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탈북자들이 위험에 빠지자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뛰어들었던 박 목사는 진정 이 시대의 사마리아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이야기에서 강도 만난 자를 무심히 지나쳤던 제사장과 레위인은 과연 누구에 빗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