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지도자들의 회개를 보며

김근영 기자  gykim@chtoday.co.kr   |  
최근 한국 교계 지도자들의 회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주최한 이 기도회의 제목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였다.

백발이 성성한 김창인 목사(충현교회 원로)는 '입으로 지은 교만죄'에 관하여 강원용 목사(경동교회 원로)는 '대화를 성취하지 못하고 자연을 돌보지 못한 죄'를 회개했다.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는 '값싼 은혜에 안주해 이웃을 돌보지 못한 죄를 회개한다'며 발표했다.함께 자리한 후배 목회자들 중에는 선배들의 고백앞에서 손수건을 들고 눈물을 닦는 모습도 눈에 띄였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보도이후에 게시판 글을 통해 개재된 독자들의 평가. 결과는 인색하다 못해 '비난을 위한 비난'을 작정한 듯한 인상마저 역력했다. 조선일보(www.chosun.com)기사 하단의 게시글에는 비기독교인의 반발의 댓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들에게 '목사들의 회개'는 일개 '말장난(blog.chosun.com/o200ws)'일뿐이였다. 주일예배의 '헌금 봉헌'은 '신도 착취'(ekkim77)이며 대표 원로들의 회개 발표는 '천국에 가기 위한 발악'(camiyo)'이자 '죽을때가 되니 하는 애처로운 반성'(ksh7118)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이 정도 수위의 비판은 양반이다. 기독교의 명칭에 대한 도색적인 비난에서부터 종교 그 자체에 대한 불만까지도 들어차있다. 그나마 보수적인 언론에서의 보도후에 올라온 게시글이니 이정도의 양상이다.

한국교회의 초고속 성장이 멈칫해진 90년대 직후부터 교회 안팎을 향한 지탄은 계속되어 왔다. 흔히들 대형교회는 노동자 성도를 대상으로 재산을 착취하는 '이익 집단'으로, 목회자들은 '비납세자'로 낙인찍고 '인민 재판식 비난'을 퍼붓는 안티 기독교 그룹까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가 인정하는 기독교계 대표 지도자들이다. 연륜이나 지금까지 쌓아온 명망을 볼때 공개 석상에서의 회개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회개 발표라면 '쇼였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모면할 길이 없다. 교계에서는 이미 막강한 교세를 구축한 지도자를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이상, '말은 말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이 되어버리기가 쉽다.

또한 기독교계를 향한 '강한 비판'은 사회로부터 그만큼의 '높은 기대치'를 반영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기독교가 사회에 끼쳤던 과거의 기여도를 생각해 볼때 현재의 수준이 그보다 못하다는 아쉬움이 국민 여론안에 짙게 배여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회개 발표회라는 형식을 빌어 교계 지도자들이 이제 떼기 시작한 첫 걸음이다. 단순히 골방에서 조용히 속삭이는 기도가 아니라 공개 석상으로 나와 고백한 개개인의 치부이자 시인이였다. 사회 지도자층 계열에서는 결코 쉽게 기대할 수 없는 장면이다.

원로들의 고백은 젊은 검사가 나열하는 죄목처럼 구체적이지도 상세하지도 못했다. 두리뭉실한 감도 있고 더듬 더듬하게 기억해낸 노년의 회상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러나 기독교의 복음안에서 회개에 뒤따르는 것은 먼저 '용서'다. 막무가내식으로 실천만을 강요하는 것은 복음이 말하는 정직한 순서가 될수 없다.

한국 교계는 지도자들이 하나둘씩, 치부를 드러내고 용서를 구할 때 진정으로 관용과 포용의 자세로 그들을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는가. 그렇지않으면 또 다른 정치공세의 미끼로 재어둘 것인가. 교회를 향한 대사회의 지탄 여론앞에 한국 교계가 앞장서서 '용서와 실천'의 모본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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