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화상 입은 두 사람

김영빈 기자  ybkim@chtoday.co.kr   |  
얼마전 우연히도 이틀에 걸쳐 심한 화상을 입은 두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첫날 만난 사람은 지하철 구내에서 구걸을 하던 중년의 여인이었다. 멀리서도 그 비참함이 한눈에 들어왔다. 심한 화상을 입어 얼굴은 온통 뭉그러졌으며 입술의 모양조차 온전하지 않았다. 여인은 입을 벌려 말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듯 "화상을 입어 일을 할 수 없습니다"는 팻말을 목에 걸고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수치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 부끄럽고 조심스럽게 구걸을 하고 있었다.

심하게 화상을 입어 어디에서도 일을 시켜주지 않을테고, 그렇다고 돌봐주는 가족이나 친지도 없는 듯 했다. 그래서 여인이 이렇게까지라도 해서 목숨을 부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저 여인의 상한 몸과 마음을 세상에서 과연 무슨 수로 위로하고 기쁘게 해줄 수 있을 것인가 안타까움과 절망감이 밀려왔다. 다만 하루 빨리 복음이 널리 퍼져 저 여인과 같이 가장 연약하고 비참한 자들까지 존중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이뤄지기만을 조용히 기도할 뿐이었다.

둘째날에 만난 이는 얼굴과 팔에 화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손가락이 사라진 손은 뭉툭하였다. 그러나 오래전 당했던 화상의 상처는 많이 아물어, 첫째날 만난 여인에 비교하면 확실히 그 상태가 훨씬 좋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의 너무나 부드럽고 따뜻한 표정과 자유롭고 경쾌한 행동이었다. 그는 청년시절 비행기 추락사고로 뇌손상과 전신 35%의 심한 화상을 당한 후 50번 이상의 수술을 받은 미국인 미키 로빈슨 목사였다. 재활의 고통 가운데 하나님을 영접하고 현재는 세계 각지의 기독교인들을 섬기는 사역자로 일하고 있는 그는 최근 피터 와그너 사역 연구원 초청으로 방한해 컨퍼런스에서 강연했고, 나는 취재차 방문한 행사장에서 그를 만났다.

나는 지금 "몸과 마음이 상한 자들이여, 하나님을 믿으라. 그리하면 당신의 모든 고통이 치유될 터이니"라는 설교를 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끔찍한 재앙을 당한 이들 앞에 그 누구라도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마음의 눈물을 흘릴 뿐이다. 나는 지금 다만 나의 느낀 바들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첫날 만난 여인의 고통 앞에 나는 절망감을 느꼈다. 이 세상의 그 어떠한 휼륭한 위로자라도 그 여인을 위로하기는 실로 불가능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세상에 저 여인과 같은, 아니 그보다 더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었다. 가장 최악의 상황에 처한 그들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우리 기독교인들은 그들을 어떻게 품어낼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였다. 좋은 물질적인 도움, 위로의 말은 얼마든지 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그들을 존중하고 사랑한다 하여도 그들을 채워주기에는 너무도 부족하고 부족한 듯 했다.

그런데 둘째날 나는 너무도 큰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세상은, 우리 기독교인들은 고통당하는 이들의 고통을 위로하기에 너무나 무력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능히 하실 수 있으시다는 깨달음이 새롭게 다가온 것이다. 그 누가 꿈 많은 청년시절 뜻하지 않은 사고로 불구가 된 미키 로빈슨 목사를 위로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하나님은 능히 하셨다. 그리고 그로 하여금 그 누구보다 더 큰 기쁨의 사람이 되게 하셨다. 가장 최악의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은 능히 그들을 위로하시고 채워주실 수 있으시다. 참으로 복음만이 해답이라는 것이 내 마음을 감동시켰다. 하나님의 아름다운 복음이 가장 고통받는 자들에게까지 널리 전파되어 그들이 삶의 희망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그 날을 꿈꾸어본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사보나롤라

피렌체의 양심과 영혼을 뒤흔들었던 설교자

진리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항거했던 거룩한 역사의 현장인 메디치궁 광장. 많은 여행객이 휩쓸려 지나가고 있다. 사보나롤라가 사형당한 자리에 표시된 표지석 위로. 러셀은 “역사는 …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대화, 토론, 소그룹, 모임, 회의

교인들이 원하는 소통, ‘방법’보다 중요한 건 ‘투명성’

‘소통’, 목회자와 교인 간 인식 차이 커 특정 직분자에 몰린 의사결정구조 거부 청년·여성 등 별도위원회 신설도 대안 교회 소식을 성도들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목회자들은 ‘소통 방법’을 고민하는 반면, 성도들은 ‘구체적인 내용과 투명성’을 원하는 것…

여의도순복음교회

“강력한 기도의 열정 회복하는 계기 되길”

교회가 하나님 부르심 충실 응답해 복음 전파하고 세상 변화시킨 순간 이면엔 언제나 간절한 기도 선행돼 30번째를 맞이한 세계교회성장대회(CGI Conference)가 ‘오직 은혜로 부흥의 파도를 타자’라는 주제로 10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 이영훈 목…

대학총장포럼

대학 총장들이 수여하는 첫 ‘한국기독교대상’ 수상자는

목회·선교·봉사·교육·목양 부문 오정호·황덕영·이기용 목사와 김원광·정성진·옥성석 목사 수상 반성경적 사조에서 교회 지키고 불신 위기 타파, 거룩성 회복과 하나님 나라 확장과 사랑 실천 지난 10년간 연합, 하나님 은혜 말씀과 성령, 참된 회개와 갱…

외교부

외교부 “중동 선교사들, 안전관리 각별히 주의를”

중동 정세 불안 지속, 위난 대비 레바논·이스라엘 선교사들 빨리 항공편 등 통해 출국할 것 권고 외교부는 해외 파송 선교사의 안전 확보와 선교단체들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지난 10월 17일(목) 홍석인 재외국민보호·영사분야 정부대표 주재로 ‘2024년 하반기…

통일부

“젊은 세대 통일 상상하도록 교계 역할 해 달라”

통일 교육과 북한 인권, 억류자 대한 교계 관심과 협조 당부해 8.15 독트린 종교계 관심 요청 통일부는 지난 21일 남북관계관리단 회담장에서 ‘2024년 통일부-기독교 정례협의회 제2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수경 통일부 차관과 국가안보전략연구…

채식주의자

“한강 노벨상 받았어도, 학교 도서관에 폭력적 서적은 안 돼”

학부모들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도 그의 대표작인 의 학교 도서관 비치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이하 전학연)은 ‘청소년 유해 매체물은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에 비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한강 작가…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