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암교회는 시골에 있는 그리 크지도 않은 조그마한 교회였는데도 이날 행사는 신경하 감독회장과 최호순 경기연회 감독 등 수많은 교계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의 말을 전하고 손학규 경기도지사까지 축사를 보내오는 등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무엇이 이 교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은 힘이 되었을까. 최호순 감독이 이날 전한 축사는 그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최 감독은 "제암교회가 수많은 고난을 짊어지면서도 꿋꿋이 설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사가 피로 세워진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 작은 농촌 마을에 백년전 세워졌던 허름한 교회에서, 학식도 없고 문벌도 없는 민중들에 의해 독립운동이라는 피의 역사가 쓰여졌던 것이다. 1919년 4월 15일 발안주재소 앞에서 3.1운동 만세 시위를 벌이고, 이에 대한 응징으로 일본군에 의해 예배당 내에서 23명이 순교한 역사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그 사건 이후 제암리에는 "예수 믿다 망한 집, 예수 믿다 망한 동네"라는 가슴아픈 소문이 널리 퍼져 나갔다고 한다. 기독교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아직 팽배하던 당시, 예수를 믿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벌이다가 마을 사람 23명이 '교회에서' 무자비하게 학살을 당했으니 그럴 법도 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마을 사람들이 교회를 등지고 혹은 원망할 법도 하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제암교회는 여전히 당당하게 서 있다. 창립 100주년 행사에는 기독교인이 아닌 마을 사람들도 많은 수가 참여했다. 그들은 종교를 떠나 마을에 자랑스런 역사를 남기게 해준 이 교회에 진심으로 애정을 보이며 이 행사를 함께 즐겼다. 이 행사가 제암교회의 축제가 아니라 마을의 축제인 것처럼.
마을 사람들은 또 이 역대 목사들의 평균 임직 기간이 채 3년에 불과한 이 교회에서 무려 25년이 넘게 목회해온 강신범 목사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자신들의 역사를 자랑스레 여기며 그 역사를 지켜가는 강 목사의 헌신에 감동했기 때문이리라.
피로써 쓰여진 역사는, 사랑으로 쓰여진 역사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 그것이 당장 눈앞의 현실을 볼 때는 죽은 것 같고 망한 것 같아도, 십자가 뒤엔 반드시 부활이 찾아오듯 언젠간 그렇게 꿋꿋이 일어선다. 민족의 고난을 함께해온 제암교회의 역사는 바로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