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미래 발목잡는 '과거사 청산'은 지양해야

류정희 기자  jhryu@chtoday.co.kr   |  
'과거사 청산'에 대한 최근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 목정평 '교회의날'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교회개혁 심포지엄이 지난 6일 오후 7시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이만열 박사(국사편찬위원장)는 '한국교회 죄책고백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한국교회가 회개해야 할 죄의 목록들을 열거하며 광복 60주년을 맞는 올해가 한국교회 죄책고백의 적절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이만열 박사는 신사참배, 교회분열, 독재정권에의 동조 등에 대한 한국교회 죄책고백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면서 "기독교에서는 회개가 중요하다. 개인적이든 공동체적이든 간에 회개를 통해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숙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편, 지난 9일 '21세기 동북아의 미래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열린 제 42회 언더우드 학술강좌에서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담임목사)는 "패권주의와 과거사는 계속해서 동북아 3개국의 화해와 협력과 일치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과거의 포로가 되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이날 설교를 통해 "과거를 잊어버리는 나라는 미래를 말할 자격이 없다. 그러나 과거에 집착하는 나라는 미래를 세울 능력이 없다. 우리는 패권주의를 깨끗하게 포기하고 과거사를 바르게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욕심과 미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우리에게 주어진 화해와 협력과 일치라는 시대적 명령을 실천해야 한다. 그 진정한 실천은 오직 성령의 역사와 기독교신앙 위에서만 가능하다"라고 역설했다.

이만열 박사의 말처럼 회개없는 거듭남, 회개없는 발전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의 과거사 청산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한국교회 큰 과제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회개는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과거 고신교단이 '신사참배 회개'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교단분열의 결과를 낳았던 것처럼, 진보 기독교인들이 '독재정권에의 동조에 대한 회개'를 외치며 보수 기독교인들과 끊임없이 갈등과 반목의 역사를 써왔던 것처럼, 회개에 대한 강요가 오히려 한국교회에 더 큰 분열을 가져오게 된 어리석음을 또다시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과거에 집착한 나머지 미래를 세울 힘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면 '회개의 외침'이 곧 '또다른 분열의 조장'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그것은 성령의 하나되게 하는 역사를 거스르는 것이며 '화해'와 '협력'과 '일치'라는 한국교회의 시대적 사명을 외면하는 일이다. 아울러 그 '회개의 외침'은 형제자매를 향한 '미움'과 '정죄'가 아니라 '사랑'과 '긍휼'이 그 기초가 될 때만이 비로소 아름다운 빛을 발하게 됨을 잊어서는 안된다.

'과거사 청산'이 단순히 '누가 신사참배를 했는가', '누가 독재정권과 결탁했는가' 등의 과거사 규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한국교회 바람직한 미래를 위한 긍정적 토론의 장으로까지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정우성

“나경원 의원, 정우성 혼외자 논란에 생활동반자법 주장?”

동성 간 결합 문호만 열어줄 것 아이에겐 ‘결혼한 가정’ 필요해 시류 영합 치고 빠지기 식 입법 배우 정우성 씨 혼외자 출산 논란에 대해 저출산고령화사회부위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비혼 출산 아이 보호 차원의 ‘등록동거혼제’ 도입을 주장…

정년이

<정년이>: 한국형 페미니즘과 폐쇄적 여성우위, 그리고 동덕여대 사태

는 웹툰 원작의 tvN 12부작 드라마로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유행했던 여성들만의 창극인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천재 소리꾼’ 정년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윤정년(김태리)을 비롯해 허영서(신예은), 강소복(라미란), 문옥경(정은채)…

개혁신학포럼

개혁교회, 성경적 이주민 선교 어떻게 할 것인가

개혁신학포럼 제25차 정기세미나가 11월 30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은혜교회 교육관에서 개최됐다. ‘개혁교회와 다문화사회’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는 개회예배 후 최더함 박사(마스터스세미너리 책임교수)가 ‘다문화사회와 개혁교회의 사명과 역할’, 김은홍 …

한가협

2023년 신규 에이즈 감염 1,005명… 전년보다 5.7% 감소

남성이 89.9%, 20-30대 64.1% 감염 경로 99.6% ‘성적 접촉’ 男 56.7%가 ‘동성 간 성접촉’ 마약 주사기 공동사용 0.4% 2023년 신규 에이즈 감염자가 1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한국가족보건협회(대표 김지연 약사, 이하 한가협)가 질병관리청이 발…

샬롬나비

“한미 동맹 인정하면서, 그 산파 ‘이승만·기독교’ 부정하는 건 문제”

제29회 샬롬나비 학술대회가 ‘한미동맹 70주년과 한국 기독교’라는 주제로 11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개최됐다. 2부 주제발표회에서는 김영한 상임대표(기독교학술원 원장)가 ‘이승만의 기독교 정신과 건국, 한미동맹’을 주제로 강연…

통일비전캠프

“물 들어와야 노 젓는다? 통일과 북한선교, 미리 준비합시다”

북한 열리지 않는다 손 놓지 말고 복음통일 믿고 깨어 기도 필요해 주어진 시대적 부르심 반응해야 통일, 예기치 않은 때 오게 될 것 다음 세대, 통일 대한민국 살 것 이번 캠프, 새로운 역사 ‘트리거’ 비전캠프, 하나의 꿈 갖는 과정 치유, 평화, 하나 됨 사…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