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열 박사는 신사참배, 교회분열, 독재정권에의 동조 등에 대한 한국교회 죄책고백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면서 "기독교에서는 회개가 중요하다. 개인적이든 공동체적이든 간에 회개를 통해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숙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편, 지난 9일 '21세기 동북아의 미래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열린 제 42회 언더우드 학술강좌에서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담임목사)는 "패권주의와 과거사는 계속해서 동북아 3개국의 화해와 협력과 일치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과거의 포로가 되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이날 설교를 통해 "과거를 잊어버리는 나라는 미래를 말할 자격이 없다. 그러나 과거에 집착하는 나라는 미래를 세울 능력이 없다. 우리는 패권주의를 깨끗하게 포기하고 과거사를 바르게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욕심과 미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우리에게 주어진 화해와 협력과 일치라는 시대적 명령을 실천해야 한다. 그 진정한 실천은 오직 성령의 역사와 기독교신앙 위에서만 가능하다"라고 역설했다.
이만열 박사의 말처럼 회개없는 거듭남, 회개없는 발전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의 과거사 청산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한국교회 큰 과제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회개는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과거 고신교단이 '신사참배 회개'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교단분열의 결과를 낳았던 것처럼, 진보 기독교인들이 '독재정권에의 동조에 대한 회개'를 외치며 보수 기독교인들과 끊임없이 갈등과 반목의 역사를 써왔던 것처럼, 회개에 대한 강요가 오히려 한국교회에 더 큰 분열을 가져오게 된 어리석음을 또다시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과거에 집착한 나머지 미래를 세울 힘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면 '회개의 외침'이 곧 '또다른 분열의 조장'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그것은 성령의 하나되게 하는 역사를 거스르는 것이며 '화해'와 '협력'과 '일치'라는 한국교회의 시대적 사명을 외면하는 일이다. 아울러 그 '회개의 외침'은 형제자매를 향한 '미움'과 '정죄'가 아니라 '사랑'과 '긍휼'이 그 기초가 될 때만이 비로소 아름다운 빛을 발하게 됨을 잊어서는 안된다.
'과거사 청산'이 단순히 '누가 신사참배를 했는가', '누가 독재정권과 결탁했는가' 등의 과거사 규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한국교회 바람직한 미래를 위한 긍정적 토론의 장으로까지 나아가길 기대해본다.